Ideological History of International Relations
예전에 현대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일반적인 흐름으로
짚은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약간 포커스를 좁혀 볼까요.
국제 정치, 흔히 IR, 국제 관계학이라고 부르는
분야의 이데올로기 역사는 정치학 본류의 그것과는
약간 궤적을 달리 하여 발전해왔습니다.
원래 정치학의 연구 분야를 셋으로 구분하거든요.
정치 사상 및 이론, 비교 정치학, 국제 정치학…
이 중 국제 정치학에 해당하는 분야를 가리키죠.
요즘은 국제 관계학이라고 더 일반화되어 있는 듯해요.
international relations를 번역한 거니 이쪽이 더 맞남..
국제 관계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연구는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학자들이 제기하기 시작하였는데요.
여러 국가의 이전 투구가 부딪히는 현상의 원리를 찾아내려는
이른바 ‘현실에 대한 설명력’이란 논리로 이런 이즘이니 저런
이즘이니 하는 것들이 발전하기 시작한 겁니다.
멀리 보자면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나 리바이어던의 홉스가
사실 서양 정치학사에서 처음으로 현실주의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니 이 분들을 원류로 봐야 하겠지만요.
교과서마다 분류 기준도 다르고 설명 체계도 다르지만
여기서는 깔끔하게 네 가지 사조로 정리하겠습니다.
자유주의, 현실주의, 구조주의, 구성주의입니다.
자유주의는 이상주의의 다른 표현이에요. 국가나 정치 현상에
도덕적 이상이나 지향점이 있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가
흘러간다는 생각인데요.
멀리 보자면 동양의 공자나 맹자 같은 유가의 사상이
이런 이상주의의 근간을 형성한 적이 있습니다.
자유주의 국제 정치의 사례로 가장 유명한 것이 흔히 우리가
국사 시간에 3.1운동 배우며 접한 바 있던 민족 자결주의라는
것인데 1910년대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주창했어요.
윌슨이 이런 주장을 하며 국제 연맹이란 것이 창설되잖아요.
국제 연맹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2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점을 보면 자유주의 사조의 한계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이상적 도덕을 넘어서서 각 나라의 국익을 건드리는 안보
상황이 닥칠 경우 공권력 체계를 갖추지 못한 국제 기구는
유명 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현대의 자유주의 국제 관계학 이론가들은
(국제 연맹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자 안보 체계를
주요한 관심 테마로 논리를 전개하는 편입니다.
이상주의를 비판하며 한스 모겐소가 주창한 사조가
현실주의입니다. Politics among Nations라는
저서로 유명하신 분인데요.
국가 간에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힘의 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는 구체적 현실을 인정하고 세력 균형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논리 체계를 마련하신 분이에요.
2차 대전이 끝난 후의 냉전이라는 구도를 완성한
사상가로 흔히 불리곤 하죠. NATO와 같은 군사 동맹을
통해 세력 구도의 균형을 옹호한 논리입니다.
성선설 같은 자유주의에 비해 성악설 같은 색깔이 보이죠.
국익을 위해서 국가는 국방력을 총동원하여 실력 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호전적 논리 체계가 여기서 나왔어요.
냉전 시대에는 금과옥조처럼 받들던 사상이기는 하지만
70년대가 지나 오일 쇼크처럼 냉전 양극화 구도를 뒤흔드는
현상이 튀어나오고 유럽 경제 공동체처럼 국익 논리를
반박하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퇴색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케네스 월츠 같은 학자를 통해 신현실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1979년 발표한
국제 정치 이론이란 저서로 이를 완성하였다 하죠.
구조주의는 마르크스 사회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체계입니다.
물론 교과서에 따라 사회주의와 구조주의를 구분하는 설명도
있죠. 급진주의라고 따로 표시하는 책도 있습니다.
서구 선진국의 자본가 계급이 개발 도상국이나 제3세계의
물적 자본을 착취하는 형태로 국가 관계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 구조를 취하고 있어요.
안토니오 그람시 같은 이론가가 이 계통의 대표적인 분이고
남미 제3세계 정치 구도에서 맹위를 떨친 종속 이론이
실제로 국제 관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러나 남미의 일부 현상을 제외하고 냉전 구도 자체조차
설명이 안 되는 한계를 보이기도 하는지라 약간은 철 지난
생각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듯합니다, 요즘엔요.
구성주의는 80~9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비교적 신박한
사상 체계인데요. 사회 구성주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social constructivism…
인간의 선악 본성이나 국가의 힘 같은 논리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이나 행위자의 정체성이 국제 관계 현상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때로는 감성이나 정서, 심리 같은 주관적 요소를 깊게
관찰하기 때문에 인종, 종교, 성별 같은 현대적 아젠다를
성찰하는 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국제 테러가 뚜렷하게
아젠다로 부상한 21세기에 들어 더욱 설명력이 배가하고
있는 사상 체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웬트라는 58년생 정치학자가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이론가이고요. 전술한 케네스 월츠의 저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99년에 국제 정치의 사회 이론이란
책을 통해 사회 구성주의를 화려하게 등장시켰답니다.
2018년 현재의 국제 관계학에서는 이런 사상 체계를 혼용하며
정치 현상의 설명력을 제고하기 위해 애쓰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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