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Japanese Days of Abe-Sontaku Politics:
How They Unintentionally Oppress Journalism
한국의 언론은 자유도보다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어
사회 전반적인 반동 기류가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
언론은 공산당 선전 선동과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인 것이 작금의
현주소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일본 이야기 해볼까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신뢰성은 어쩔 수 없을지언정 그래도 언론
자유도는 어느 정도 선을 회복시킨 한국과 비교하여, 일본은 12년
아베 신조 내각 집권 이후 오히려 기본적인 언론 자유도마저 점차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답니다.
2010~12년에 걸쳐 국경없는 기자회 언론 자유도 랭킹에서 무려
17위, 11위, 22위를 기록하며 탈아시아 세계 정상급의 선진상을
구가하던 일본. 아베 내각 집권 후에는요? 2013~19 7년간 각각
53위 — 59위 — 61위 — 72위 — 72위 — 67위 — 67위를
기록... 정말 완벽하게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한국은 이미 일본을
저만치 따돌려 버렸어요. (현재 한국은 40위권)
https://en.wikipedia.org/wiki/Press_Freedom_Index
현대의 일본이라는 나라를 정치학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일본의 정치라는 이면은 평범한 일본 시민이 꾸려온 살림살이 경제의
문제를 들춰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어요. 1945년 추축국 패망
이후의 일본 경제사를 대략적으로나마 눈여겨봐야 하는 거죠.
전후 기간 산업의 폭망, 6.25 전쟁으로 인한 기적적 부활, 60~70년대
폭풍 성장의 시대, 80년대의 버블 호황, 90년대 버블의 붕괴, 잃어버린
10년과 20년의 시절, 고령화와 부동산 경제의 붕괴 그리고 우경화의
그늘 등… 일본 경제의 주요한 곡절과 변곡점 사이 사이마다 정치적
변화의 동인이 작용해왔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요.
한때 동아시아 아니 세계 최고 수준의 활기찬 발전 동력을 세상에
제공한 일본 경제계의 활력과 비교하여, 일본의 정치가 놀라우리만치
천편일률적인 획일성을 유지해온 사실을 발견한다면 그 이질감에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에요. 68혁명과 전공투의 아스라한 추억의 시절을 제외하고
현대 일본의 정치사는 잽-리브뎀, 일본 자민당 일당 독재에 가까우니까요.
현대 일본의 정치사에선 90년대의 정권 교체 한 번을 제외하고 수평적으로
정권 변동이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2천년대 초반에는
일본이야말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사회주의 국가란 평가가 대두했을
정도에요. 실질적인 자민당 일당 독재에 가까웠죠.
이는 현대 일본 경제사가 산업화 버블의 성장세와 안락함이 가져다준
역설적인 함정이라 봅니다. 풍요의 나락에 빠진 일본 시민 사회로서는
스스로 각성하여 봉인을 풀고 정치적으로 각성할 기회를 찾을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고 봐야죠.
그리고 현대 일본의 이런 복합 현상은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군국주의
정치 전통이 사회 전체를 억압하고 시민 개인의 의지를 박약하게 만든
역사와 깊은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죠.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76년
작품 감각의 제국 같은 시대의 문제작이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그린
바 있어요.
아베 신조의 12년 집권 이전 일본 정치는 대체적으로 그냥 보수적인
정통성을 유지했어요. 그러나 아베 집권 이후 일본 정치의 엘리트들은
급격하게 극우로 변모해 버립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 활동 목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개헌입니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상’ 국가로
변화하고 싶다는 것이죠.
전통적으로 일본의 정관계를 이끌어온 관료 공무원 집단은 그래도 상당한
정도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진 그룹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아베 집권 이후로 이런 전문가 집단의 성향조차도 부정적인 변화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아베 손타쿠라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そんたく(忖度), sontaku..
알아서 기어다닌다는 뜻의 일본어 표현인데 뭔가 압박적인 구조 하에서
개개인의 합리적 의사를 스스로 검열 내지 묵살하고 권력층의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는 억압적 메세지를 읽을 수 있죠.
(TBS) 日 정부, 언론까지 장악한 우경화 실태 (호사카 유지)
https://www.youtube.com/watch?v=tElde9QSzKA=634s
(JTBC) 다시 등장한 '손타쿠'…궁지 몰린 아베, 책임 떠넘기기?
https://www.youtube.com/watch?v=2mPFR84M2wU
(KBS) 알아서 긴다? 알아서 모신다?…“아베 손타쿠” 파문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174007
이렇게 억압받는 집단은 관료 뿐이 아닙니다. 언론계도 마찬가지이죠.
한국과 비슷하게 출입처 제도를 유지하는 일본의 언론 지형에서 특정
출입처 권력자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심도깊은 취재를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현상이 최근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 자유도가
하락하는 데는 다 원인이 있겠죠.
지난 7월에 인디펜던트 지를 통해 소개된 사례도 이런 현상을 꼬집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언론의 이런 손타쿠 관행을 따르지 않는, 이소코
모치즈키라는 열혈 여기자를 칭송하는 형태이긴 합니다만. 사실 일본
정관계와 언론계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셈이죠.
모치즈키 기자는 요시히데 스가 관방 장관에게 직격탄 질문을 날리는
장면이 알려지며 일약 일본 언론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정부 관료에게
쓰잘데기 없는 질문이나 날리는 게 고작이던 다른 남성 기자들에 비해
그는 기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문제는 일본의 언론 지형도에서 이런 현상을 일반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보통 아마요산이라고, 아사히 > 마이니치 > 요미우리 >
산케이 순으로 일본 언론의 진보-보수 구도를 얘기하죠. 아사히 계열이나
도쿄 신문의 모치즈키 같은 예외적인 경우만이 두드러질 뿐, 아직도 대부분
일본 기자는 보수적이고 눈치보기에 바쁩니다.
KBS 시사직격 출연시 발언으로 대차게 욕먹고 있는 산케이 기자 구보타
루리코 정도의 시각을 평균보다 약간 오른쪽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에요.
결국 언론 기관의 자정 노력에 기댈 만한 건덕지는 그닥 남아있지 않다
하는 점이, 오늘날 한국 및 일본 양국 언론계의 공통점이 아닐까요.
일본에서도 건강한 시민 사회의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 비록 이럴
가능성이 일본에서 정치 혁명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엄청나게
확률이 낮습니다만, 한일 양국의 시민 사회가 조금씩 연대의 폭을 넓혀
나가는데 답이 있지 않을까... 이런 모호한 결론 밖에는 못 내겠어요.
능력 부족이네요.ㅠ
인디펜던트 지에 기사를 송고한 특파원이 본래 뉴욕 타임스 소속이신지라
이 7월 기사의 저작권은 NYT가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이 편도 전문 번역을
공개할 수는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비교적 쉬운 영어이니 링크 들어가서
직접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THE JAPANESE REPORTER ASKING MORE QUESTIONS THAN SHE IS ‘SUPPOSED’ TO
할당 분량보다 더 질문하려 덤비는 일본의 이 언론인을 주목하라
Her interrogations of Japanese officials have made her something of a celebrity and, as Motoko Rich discovers, Isoko Mochizuki won’t take no for an answer
일본 관료들을 향해 아니라는 답변은 사양하겠다며 담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소코 모치즈키 기자... 일약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모토코 리치 특파원이 전하다
이상…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언론계를 짚어보는 연작 형식 포스트를
이제 끝마칩니다. 그닥 영양가 높지 않는 졸고를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앞으로 포스팅 작업에 그다지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
미리 양해의 말씀을 전합니다. 계속 뭔가 올라오긴 하겠으나 어느 시점이
되면 중단될 예정이오니 너무 놀라지 마세요.
"공감을 눌러 주시면 큰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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