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xit : What the Hell’s That?
자, 21세기 국제관계학 역사에서 이만한 떡밥도 없어요.
스코틀랜드 및 카탈루냐 독립도 있고 팍스 G2 체제도 있고
북핵 관계를 둘러싼 북미의 기싸움도 있겠고,
강대국의 재미있는 떡밥은 여럿 있지만…
아니, 도대체 제국주의 2백주년을 향해 가고 있는 (1830년 기준)
작금의 인터넷과 AI의 시대에 도대체, 대영제국 씩이나 하는
그 나라가 저런 바보 같은 덫에 걸릴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을..?
희생양
영국민은 EU에 왜 이질감을 느낄까요?
아니, 질문이 잘못 된 건지도. 영국인은 도대체가
왜 항상 유럽 대륙에 묘한 반감을 갖고 있냐고요?
일전에 백년 전쟁 얘기도 했거니와 영국이란 나라가
대륙인들의 기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 용쓰는 기질이 있다는
점이야 굳이 영국 역사를 논문 쓸 듯이 달려들어 파대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잖아요.
브리튼 섬은 세계사의 중심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적어도 1776년 경 무렵까지는. 애덤스가 국부론을 출간한 해죠.
그리고 이 즈음에 증기 기관이란 것이 튀어나왔고 산업 혁명이란
것이 출범하야… 그 장구한 역사가 시작했어요.
산업 혁명과 산업 자본주의의 발흥. 하필 브리튼 땅에서 시작했죠.
그들의 총생산 능력이 그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을 압도하는
경험을 대략 1830년대부터 겪게 된 영국인들.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앵글로 색슨계 백인종들의 편협하고 저급한 인류관이 이 지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얻어 무소불위의 폭력적 양상으로 치닫게 되요.
결국 제국주의란 미성숙한 정치 의식이 폭발적 경제 생산력을 만나
잉태한 화학적 기형아라고나 할까. 나머지 세상을 집어삼켜 버렸죠.
정말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는 것은 아시죠?
그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제3세계 민족 국가의 백성들이었어요.
1840년 아편전쟁, 1876년 조일수호조규 이후… 불행의 역사였어요.
이백 해 가까운 세월 동안 수억의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겠죠?
그 중엔 이 포스팅을 읽고 계신 분들의 선친과 조상들도 많을 거에요.
요즘엔, 그 원혼들이 빚어 쌓아온 원한의 두께가 얼마나 겹겹이 축적해
지금 이 세상을 떠돌고 있을까, 하는 다소 종교적인 생각을 자주 해요.
(물론 개인적인 존중입니다. 취향해 주시죠.)
실로 사필귀정이라고나 할까.. 종교적인 신비주의적 체험이
정말로 현실에서 현현한 것일까.. 21세기가 되어 제국주의의 원흉이
된 나라에서 국제 관계의 지형을 뒤흔드는 일대 사변이 발생하죠.
정말 뜬금없는 낭설 같은 관점이지만, 본 블로거가 바라보는
브렉시트는 이러해요. 세상의 모든 일이 결국 쌓은 업보대로 가는구나.
무섭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누군가에게 부지불식 중에 죄를 짓지
않았는지 우리 자신도 뒤돌아보면서 살아야 하겠다.. 하는.
영국의 이 지경
시작은 가짜 뉴스와 포퓰리즘이라고 하죠.
하지만 순전히 거기에만 원인을 두는 관점에 동의하긴 힘들어요.
결국 병신 인증 투표를 한 누군가 수천만의 영국인은 존재한 거고
(12년 대선의 한국인들 51.6 퍼센트를 떠올려보면 공감하시죠.)
저학력 고연령 핑계 댈 것 없이, 개방 구조의 현대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대체가 아주 기본적인 사회적 이해도 없는
개돼지 그 자체의 집단 무식, 아니 집단 무의식이 있었던 거에요.
이민자를 배척하는 보수 정치인들의 몰아가기는 촉매제일 뿐
작금의 이 사태를 몰고 온 연료는 아닌 겁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왠지 그런가보다 싶잖아요. 아니 왜..
영국 여행해보신 분들, 니들 콜로니에서 왔니 운운하는 호호백발의
할배 할매들 가끔 마주치면서, 이건 뭐지 했던 경험들 있잖아요?
이 사람들 아직도 대영제국인 줄 안단 말인가, 경악했던…
돌이켜보면 제국주의의 악령에 휩싸여 희한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집단 광기가 분명히 있었던 거에요. 그들의
조상이 오래 전 희생양으로 삼은 제3세계 백성들의 원혼이 곁에서
맴돌고 있었다고 상상해볼 수 있지 않나요. 강요는 안 해요.
저임금 이민 노동자 문제가 무의식의 기저에 깔린 근본 원인이라고
가정할 때 이 사안은 분명히 경제 문제라고 봐요. 저학력 저임금
영국 노동자 계층과 트럼프 시대 러스트 벨트의 상관 관계를
엮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다소 뜬금없지만 사실 문화 인류학적으로 이들 계층은 리버풀에서
비틀즈를 배출한 빌리 엘리어트류 문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긴 해요.)
이런 겉핥기 인식이 사회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외면하고
자기 인생의 비참함을 편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
결국 문제인 거겠죠.
그리고 경제 문제가 본질이면서도 자신들이 소속한 경제 권역의
개방적 시장 구조가 어떤 거시 메커니즘으로 엮여 돌아가는지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일 거고요.
EU를 탈퇴한다고 대영제국이 부활하는 것 아니잖아요. 산업 혁명과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고. 눈앞에 알짱거리는 재수없는
이민 노동자들이 투표와 함께 버튼 누르듯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거고.
한국 사회에서 가끔씩 터져 나오는 이주 노동자 처우와 관련한
왜곡된 일베식 사고와도 깊은 관련성을 연구해볼 수 있을 거에요.
동남아 등 개발 도상국 출신 이주민들, 재중 동포들, 난민들,
새터민들까지 논의를 확장할 수 있을지 모르고요.
예, 우리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문제입니다.
극우 쓰레기 사이트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소수 집단을 타겟으로 해
배설하듯이 토해내는 경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 문제와
브렉시트는 기저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거시 경제 구조의 성장 정체와 이에 복합적으로 연결된 개인의
삶의 질 개선의 사회적 문제를 우경화한 정치 의식에 위험하게
결합하면 영국이나 한국 아니라 세상 어디를 가도 이런 병신
인증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요.
보수 정치 세력
영국민의 의식에 이런 위험 요소가 애초부터 있었고
이를 더욱 부추긴 것은 가짜 뉴스를 양산한 기레기 언론과
제국주의 부심 망령에 쩔어 살던 극보수적 정치 세력이었어요.
흔히 황색 언론으로 불리는 영국의 기레기 언론사로
더 선과 데일리 메일을 꼽을 수 있어요. 폴 데이커 같은
언론인이 탈퇴 여론을 주도했다고 하죠.
영국 보수당 배경의 정치가들로서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나이젤 패라지 영국 독립당 당수 등을
꼽을 수 있어요. 브렉시트 5적이니 하는 악의적 표현도 심심찮게
유럽의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고 있죠.
그 중 도미닉 커밍스라고 정치 컨설턴트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치밀하게 설계한 홍보 전략이 저소득 저학력 영국인
유권자를 자극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 아실 거에요.
요사이 흔히 들어보셨을 Vote Leave라는 단순명료한 구호가
이 사람 작품이에요. 복잡하지 않은 메세지가 먹히는 법이죠.
지금은 이 사람이 일종의 만악의 근원으로 여러 밈의 소재로
쓰이고 있기는 해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사람 역할로 주연한
영국의 TV영화도 얼마 전 지상파에서 방영된 바 있고요.
일종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해요. 개돼지처럼 무식한 민중을 천재
한 사람의 전략이 이끌어 파국에 이르렀다고 하는 프레임을 덮어
전체 그림을 흐릿하게 만드는 거에요. 진짜 주범은 컨설턴트 한
사람이 아니라 구시대 의식에 사로잡힌 영국민과 극우 정치가
몇몇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Brexit란
그래서 브렉시트가 뭐냐고요? 간단해요.
영국이 EU에서 회원국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탈퇴한다는 거에요.
그것이 영국에 좋은 거냐고요? 그렇게 좋은 거면 전 세계가 호들갑 떨며
이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겠어요? 영국의 총생산 중 수출입의 과반 비율이
EU와 직간접 연결되어 돌아가고 있는데 나라 경제의 절반을 걷어내
버린다는 극단적 결정이 걔네 살림에 도움이 되겠냐고요.
누가 내게 경제학을 가르친 적이 없어요, 이 핑계를 누구나 댈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나라 살림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영국민의 기본 상식이 그 정도 수준인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이쯤 되면 영국 교육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실측 연구
정도 나와야 하지 않남..
https://www.ons.gov.uk/economy/nationalaccounts/balanceofpayments/bulletins/uktrade/january2016
EU란
그럼 EU 입장에선 영국 나가는 게 좋아요? EU의 격앙된 반응을
보고 EU는 좋아하나보다 오해하시는 분들 있는데, 절대 아니에요.
작금의 EU에서 GDP 크기로 빅쓰리가 독영불이고 그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EU 전체의 크기가 쪼그라드는데 이걸 왜 좋아해요?
팍스 브리태니카의 시대가 끝난 것은 1차 대전 종전과 함께였고
이젠 영연방 연합체의 종이 호랑이 신세지만 그래도 아직 유럽에선
영국 정도의 크기가 먹어줘요. 충분히 대국으로 대접받을 만큼.
EU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미 = 즉 미국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덩어리를 구축하는 거에요. 통합이란 방법을 통해서. 대체 왜?
똘똘 뭉쳐 전체 파이의 크기가 커지면 일종의 단체 교섭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이죠. 정치든 경제든 군사든 몸집을 늘리는 데서
오는 이점이 분명히 있음은 직관적으로 이해하시죠?
아, 물론 미국 대신 러시아를 대입하여 이 말을 다시 써도 충분히
성립해요. 어차피 지금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이긴 하지만서두.
경제적으로는 미국에 대항하여, 군사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항하여,
EU의 정치적 동력이 발동하고 있다고 보면 대체로 맞겠죠.
참고적으로 어디서 EU에 관해 아는 척 하시려면
마스트리히트 조약 정도는 언급하세요. 92년이죠.
이때 지금의 유럽 연합이 탄생했어요. Maastricht Treaty.
국경을 없애고 여권 검사와 통관을 배제하기 시작한
솅겐 조약은 85년부터 일찌감치 시작했어요. 영국은 애초부터
여기 가입 안 했으니 해당 없지만. Schengen Agreement.
유로존이라는 단일 통화 지역의 출범은 EU 결성 후 99년부터
시작했죠. 유로라는 지폐가 99년부터 세상에서 쓰였다는 말.
아시다시피 영국,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과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권 많은 나라가 통화 통합까지는 참여하지 않고 있어요.
(EU의 실체를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정리하여 비판하는 분이
많겠습니다만, 상세한 논설은 추후 한가할 때 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 정도로만… 사실 EU 하나만 논해도 수백 개 포스팅에
논문만 해도 수만 편이 나올 테죠. 양해해 주세요.)
북아일랜드?
백스톱이란 것이 있어요. 백스톱을 이해해야 브렉시트를
영국인처럼 이해하는 건데요. backstop. 사전에서 찾아 보셨나요.
우리말에 가장 가깝게 번역한다면 안전 그물 정도에요.
높이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추락 사고 방지한다고 설치한 거..
브리튼 — 유럽 관계에서 지그시 지도를 응시했을 때 이 안전망이
어디를 가리키는 것일까,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바로
북아일랜드이죠.
북아일랜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70~90년대 할리우드
첩보 액션 영화에서 영미 정보 당국과 IRA 간 암투 소재물이
많이 떠오른다면 정확하게 접근한 거에요.
아일랜드 섬에서 북쪽만 영국 땅이고 아일랜드와의 사이에
국경 검문이 존재하는 현상은 거북하고 부자연스러운 일였어요.
(물론 무려 헨리 8세 시절부터 깊은 역사의 배경이 있지만
여기서는 과감하게 생략하죠.)
그래서 대전 후 현대사에서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줄기차게
영국에 저항했어요. 그러다 80년 광주와 매우 흡사한 민중 저항
비극, 72년 블러디 선데이 사건이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하죠.
간단히 말해 영국 공권력에 의해 수많은 아일랜드계 사람들이
희생 당한 사건이에요. 폭력 테러의 단초를 제공한 병크였죠.
누르면 꿈틀하는 것, 당연하지 않겠어요.
본래 20세기 초반부터 존재한 단체 IRA의 폭력 활동이
정당성을 획득하고 90년대 말까지 꾸준히 계속되었으며
98년 토니 블레어 재임 기간 중 역사적인 굿 프라이데이
협약으로 30년의 투쟁이 공식 종료합니다.
영국와 아일랜드계 간의 상호 폭력은 정말 지긋지긋한
사건의 연속이었어요. 영국의 현대사에서 다시 떠올리기
싫어할 과거의 오점인 거죠. 우리 광주나 세월호처럼.
Backstop Proposal
자, 이렇게 현대 영국 문제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북아일랜드입니다. 지금은 북아일랜드와 남쪽의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국경이나 검문, 검역이 없이 자유 시장 체제에
의한 교역 구조를 갖고 있어요. 근데 영국이 나가 버리면?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필요 없던 국경선이 생겨 버려요.
울타리 몇 개 두르는 문제 아니겠죠? 경제 사회 구조 전체에
소용돌이 같은 파문이 연쇄적으로 꼬이고 꼬이는 거에요.
맙. 소. 사.
영국 현대사의 부자연스러운 맹장염 같았던 북아일랜드를
브렉시트 구조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 관련한 과도기적
연착륙 절차로 한창 논의 주제로 떠오른 대안이 바로
백스톱인 겁니다.
안전망인데요. 영국이 정치경제의 카오스에 빠지지 않게끔
한 다리 안전하게 거쳐서 가라고 하는 안전 그물인 거에요.
북아일랜드를 일종의 중간 지대처럼 활용하고자 하는.
EU가 제안한 건데 그나마도 영국인들이 상황을
더 배배 꼬게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웃긴 건요. 중간 안전망처럼 쓰여야 할 북아일랜드가
되레 걸림돌처럼 변질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빼버릴 수도 없고
딱히 도움도 안 되고, 도대체 이걸 어떻게 취급해야 하지 하는. 풋.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백스톱을 실현할 대안으로서 어떠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을 한번 나열해 볼까요.
1번, 영국과 북아일랜드가 관세 동맹을 맺는 것. 소프트 보더.
2번, 북아일랜드와 EU가 독자적인 관세 동맹을 맺는 것.
3번, 영국과 북아일랜드가 관세 동맹을 맺는 것. 하드 보더.
4번,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되 다시 EU와 관세 동맹을 맺는 것.
영국이 추구하고 싶어하는 타협안이 1번이에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느슨한 국경이 새로 생기는 거죠. 영국이 원하는 이유는
교역의 이익을 기존 그대로 놔둘 수 있기 때문이고, 역으로 하면 EU가
이 안을 받아줄 이유가 전혀 없는 거에요. 자신들이 저질러 놓고 영국의
국익을 뭐하러 보존해 주겠어요. 실현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고요.
1번보다 영국의 국익을 깎아내는 안이 2번이에요. 해협을 사이에
두고 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자연적인 국경이 새로 생기죠.
북아일랜드는 본국의 병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독립의
계기가 생기는 거에요. 영연방 연합을 부르짖는 보수적인 세력이
당연히 싫어하는 안이고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가만히 놓아 두면 노딜 브렉시트가 되고 그럼 3번의 하드 보더 상황이
느닷없이 들이닥치게 되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강력한
국경이 새로 생깁니다. 본래 경제 공동체 상태인 하나의 섬이므로 이렇게
갑작스런 안엔 아일랜드 공화국이 반대합니다. 문제는 아무 타협 없이
브렉시트가 이루어질 경우 실제 이렇게 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거죠.
EU가 가장 원하는 안이 4번이에요. 그말인즉슨 영국의 국익을 가장
해치는 안이란 뜻. 기존의 경제 교역 관계는 그대로 두고 회원국으로서
정치적 발언권은 싹 제거하는 안이거든요. 탈퇴하면 더 이상 회원국이
아니니까요. 당연히 영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안이겠죠. — 참고로 현재
노르웨이가 EU 관계에서 취하고 있는 스탠스와 유사한 안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1번 소프트 보더 < 3번 하드 보더 < 4번 관세 동맹
순으로 EU의 입장이 나아지고 영국의 국익이 점점 줄어드는 거에요. 2번
안은 중간에 이론으로만 가정해볼 수 있는 건데 실제로는 일어날 상황이
전혀 아니니 2번은 거의 제껴두어도 무방할 듯해요.
현재 영국이 관세 동맹 새로 체결하겠다고 움직이고 있지도 않고, 사실
관세 동맹이고 자시고 간에 자기들 내부 상황도 정리 못하고 허둥대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양 극단의 4번과 1번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은 것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해요. 실제로는 3번 언저리의 엄청나게
어정쩡한 형태로 유럽 경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죠.
결국 현재 스코어로 볼 때 아일랜드 공화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딜
브렉시트로 백스톱이 무산되고 이는 곧 기이한 형태의 하드 보더가
생길 것이다…는 예상이 가능해요. 어디까지나 현재 스코어로.
아일랜드 공화국은 EU의 기존 회원국이므로 이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손해를 보상할 방안이 필요할 텐데… 머리 아파요. 우리 문제도 아니고
유럽 사람들이 생각해 내겠죠 뭐.
https://www.msn.com/ko-kr/news/national/eu-노딜-브렉시트는-하드보더-첫-유권-해석/ar-BBSBWCS
Indicative Votes
16년 6월 23일의 국민 투표 이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아직도 노답
고구마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바, 지난 19년 3월 27일에 영국
하원에서 ‘좋아, 그럼 갖고 있는 모든 대안 늘어놓고 표결 한 번
해보자’ 하는 의향 투표, indicative votes가 실시되었어요.
물론 이건 국민 투표 아니고 의회 본회의 표결.
아래의 여덟 가지 대안이 의안으로 나왔죠.
A. (존 배런) 노딜 브렉시트 가자
B. (닉 볼스) 커먼 마켓 2.0 - 노르웨이 모델로 가자
C. (조지 유스티스) 브렉시트 이후 EFTA 가자
D. (켄 클라크) EU 관세 동맹은 잔류하자
E. (노동당, 제레미 코빈) 4번 안 + EU 발언권 얻어낼 수 있다
F. (조애너 체리) 리스본 조약 50조 - 협상 시계 되돌리자
G. (마가렛 베켓) 국민 투표 한 번 더 하자
H. (마커스 피쉬) 기존 체제 유지 협상으로 가자
한껏 복잡한데, 그래서 결과는? 모조리 부결되었어요.
이제는 정말… 웃픈 것이 아니라 슬퍼지네요.
https://www.bbc.com/news/uk-politics-47726787
https://www.bbc.com/news/uk-politics-47671056
propaganda + fake
이 모든 병신 짓의 시작은 어느 지점이었을까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국민 투표에 부친 순간, 그리고
vote leave란 심플한 캐치 프레이즈가 확장된 기간이라고 봐요.
캐머런 자신은 잔류파였어요. 대 영국의 총리라는 사람이
거시 경제 구조를 이해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지 않겠어요.
다만 사람들이 그렇게 현혹될 줄 예상 못한 것이 패착 요인이겠죠.
혹자는 영국이 파운드 대신 유로 쓰는 나라였다면 이렇게
바보 같은 투표는 하지 않았을 게다, 예측도 해요. 하긴 평범한
일반인들이 매일 쓰는 돈 하나 보고 겨우 경제를 파악하는 것이
당연하겠다 싶으면서도…
저 위에 농담처럼 싸질러 썼지만 국가의 교육이 정말 제대로
가고 있었을까 고민해 보십사 제안한다니까요. 유럽인들께.
평범한 사람들의 무사안일한 현실 인식이 포퓰리즘 같은
정치 프로파간다와 화학 결합할 때, 영광스러웠던 한 나라의
체제를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가.
브렉시트의 핵심은 한 마디로 이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제국주의 희생자들의 원혼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계신 거죠.
또한 백년 전 두 번에 걸친 영일 동맹이 경술국치의
간접적 동인이었음을 언제나 잊지 맙시다.
가짜 뉴스 조심하세요~
한국인 입장에서 이해할 때 간결한 이해는 영국에서 공부하신
김흥종 연구원 설명이 가장 적당한 듯해서 링크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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