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규네 : MUSIC'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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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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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 북에서 대체 무슨 일이




John Bolton Fired: Will This Work as an Affirmative

Signal to the US-DPRK Denuke Talks?







간밤에 꽤 괜찮은 뉴스가 날아 들어서 짤막하게 포스팅을

안 할 수 없네요. 다들 들으셨죠? 존 볼턴해임되었습니다.



정기 구독하고 있는 뉴욕 타임스 보도를 주로 유심히 읽어 보았는데

번역본을 신속하게 올려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사오나, 요사이

뉴욕 타임스와 살짝 저작권 관련 트러블이 계류 중이라 전문 번역은

아무래도 힘들겠습니다. — 소송 중인 건 아니에요.



그래서 오늘자 — 저쪽 시간으로 화요일자 속보 — 긴급 뉴스를

신속하게 훑고 문단 별로 내용 요약하여 전달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아마도 뉴욕 타임스는 저작권이 잘 안 풀릴 것 같으니 추후에도 전문

번역은 못 올릴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이란, 아프가니스탄 및 특히 북한 문제 전문가로 외교 정책 노선의

핵심 역할을 자임하고 있던 존 볼턴에 대한 해임과 경질이 미국 시간

화요일 아침에 공식화하였답니다. 언제나처럼 트위터 해고를..



뉴욕 타임스 기자와 단독으로 문자를 주고 받은 바로는 볼턴 스스로

사임을 청하는 형식이었다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볼썽사납게 먼저

언성 높이고 하는 형태는 아니었다고… 딴은 그러하다 하고요.



원래 현지 시각 화요일 오후 1시 반에 폼페이오 국무 장관 주재

백악관 브리핑이 예정되어 있었고 볼턴 보좌관 배석이 공식 일정으로

발표되었다는데 이때 불참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하고요.







트럼프 행정부에서 존 볼턴 존재감의 의의를, 이제는 많은 한국

시민들이 알고 계시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대이란 및 대북한

강경파 노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볼턴의 교체는 지금까지 미 국무부 내에 상존하던 전통적 강경파

외교 실무자들의 일보 후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거겠죠.

워싱턴의 일반론도 일단 이런 즉시적 해석을 내놓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경질의 배경에 작용한 직접 원인이

한반도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현재 트럼프 정부에

두통을 몰고 오는 가장 큰 사안이 한반도 문제는 아닐 겁니다.)







지난 18년간 수천의 군인을 희생양으로 삼아야 했던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탈레반 반군을 대상으로 지리한 응전을 계속해온 미군을

철수하는 문제가 트럼프—볼턴 간 갈등 요인의 핵심이었고요.



탈레반과의 싸움을 멋지게 끝내 평화의 전도사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해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반군 지도자를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해

평화 협정에 조인하는 ‘쇼’를 연출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이 ‘위대한 쇼’ 프로젝트에 극렬하게 반대한 인물이 볼턴이었다죠.

그런 쇼 안 하고도 철군할 수 있는데 뭐하러 쓸데없는 일을 벌이냐

하는 반대 논리였다는데요.



이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재선을 위해

적당한 ‘쇼’의 연출이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분이잖아요. 결국 쇼는

안 하기로 한 모양이에요.



사실 펜스 부통령 파벌 역시 극렬하게 쇼에 반대한 한 축이었대요.

대통령과 부통령의 노선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숨어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고, 부통령 안에 찬동하던 볼턴은 일종의 새우

등이랄까, 결과에 책임지는 희생양으로 이런 결과를 맞은 듯해요.

부통령을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장 직접적인 최근 요인이 아프가니스탄 문제였긴 했으나 정가의

관측에 의하면 그 이전에도 이란 및 북한 등 문제로 볼턴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면이 있을 거라고 예측들 합니다.



이란 관련해서는 단기적인 경제 지원이나 이란 대통령과의 전격

회동 등 트럼프 특유의 예측불허 방책을 최근 시도하려 했으나

이것도 (볼턴 등 외교 라인 내 전통적 강경파들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었다 하고요.



또 몇 달 전 미군 드론을 이란군이 요격한 일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보복 공습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필요한 확전을 자제하자며,

전격적으로 취소를 단행한 일도 있었고요.







북한 관련해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아시아 주변국을

자극할 최근 미사일 시험에 관해, 전통적 강경파들의 시각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계속해서 ‘이 정도는 용인할 만하다’는

긍정 시그널을 보내온 일이 있었죠.



또 지난 6월말 전격적인 판문점 회동에 볼턴이 극렬하게 반대했고

(많은 한국인들이, 방해될까봐 대통령이 급히 볼턴을 몽골로 보내

버렸다고 이해했는데) 실상을 까보니 볼턴 본인이 엄청 실망하여

스스로 몽골 일정을 강행한 것이었다고 하네요.



이때 그 직전 방일을 전후하여 일본 돈줄을 뒷배로 한 친일파 미국

관료들이 북한 미사일 시험을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분석했고 볼턴이

자랑스럽게 방송에서 이 분석을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본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난 생각이 다르다’며 북한을 쉴드 쳐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더랬죠.







하나 더 덧붙여서, 최근 남미 정국을 눈여겨 보신 분들은 다 알고

계시겠으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움직임 뒤에

미국의 힘이 작용하고 있잖겠어요. 이 배후 공작을 볼턴이 주도해

왔는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최근까지 세간의 평가라 하죠.



베네수엘라 사안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 속에 차곡차곡 마이너스

점수를 매겨 놓기에 충분한 동인이 아닐 수 없겠어요. — 베네수엘라

사태는 결국 교착 국면으로 장기화할 것 같네요.







문제는 이런 정국 하나 하나를 넘길 때마다 볼턴 특유의 강경한

궁시렁 버릇이 튀어 나오면서 이미 다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기 저기 불평을 옮기고 다니는, 어찌 보면 한 조직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하급자로서 절대로 취해서는 안 되는 비생산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거에요.



이런 일이 몇 차례 쌓이고 쌓이니 트럼프 대통령이 속으로 계산해

놓은 살생부 지수에서 점수가 차곡차곡 누적되고 있었을 거다..란

추정들이 지금 막 나오고 있어요. 그동안 행동을 보면 언제 잘려도

잘릴 만했다..고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하고요.



볼턴의 퇴장으로 그를 지렛대로 삼아 외교 노선을 움직이려던

의회 내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 공화당 유타 주

상원의원 밋 롬니가 대표적이고요. 반대로 세상이 더 평화로워져

환영한다는 온건파들도 있어요. — 공화당 켄터키 주 상원의원

랜드 폴이 대표적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순수하게 자국 우선주의적

외교안보 정책을 통해 전선을 확대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상대인 G2 중국과의 일전에 국력을 집중하자는 걸로 보이고요.



볼턴 등 전통 강경파들이 그들에게 익숙한 매파 노선을 밀어 붙이는

행태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력을 집중해야 할 때 쓸데없이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니, 아니 미국이 온 세상을 상대로 싸우고 다닐

거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일 거라고... 트럼프 전략의 현주소를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항상 주장하지만 말만 거칠게 할 뿐, 의외로 트럼프는 현실적인

평화주의자에 가깝다니까요. 거친 언사도 길게 보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죠. 17년에 북한과 그랬쟎아요.)







자, 사안의 골자는 대략 이러하고... 앞으로 정국에서 중요한 건

후임자가 누구인가, 언제 인선되는가 하는 등에서 트럼프 외교

정책의 장기 밑그림을 읽을 수 있겠죠? 다음 주중으로 새로운

사람을 임명할 것이고 아마도 대선 전까지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될 거라고, 워싱턴 정가에서 예상들 하는 듯합니다.



볼턴 등 친일적 전통 매파들의 방해 공작을 뚫고 평화 국면을

납땜해보려 눈물겹게 애써온 문재인 정부에게도 앞으로 강한

호재로 작용하지 않겠는가 하여 기쁘게 생각하고요. (훌륭한

국무위원들이 복을 몰고 온 듯하네요. 강한 조국 만세입니다.)



북한 역시 다시 올 수 없는 이 기회를 십분 살려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비핵화와 경제 재건,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가는 대로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싶어요. 미사일 좀 그만 쏘시고..



모쪼록 트럼프 대통령의 의외로 평화적인 복심과 의중을 적확하게

읽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인사가 인선되길

강력하게 희망합니다. 이상으로 긴급 포스팅을 마쳐요.




*New York Times, to be redirected to...

https://www.nytimes.com/2019/09/10/us/politics/john-bolton-national-security-adviser-trump.html?campaign_id=60&instance_id=0&segment_id=16896&user_id=e7d084cab856e4f42b6946f15c96889e&regi_id=96722704in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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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 Kindleberger Trap and Joseph Nye, PhD. :

An In-Depth View Over New Superpowers Age







킨들버거의 함정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개념이 더 먼저 널리 알려졌죠.



21세기 기준 오늘날의 국제 정치학에서 슈퍼파워, 즉

강대국 파트 각론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강의실에서도 반드시 가르치는 필수 요소에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더 먼저 널리 알려지지 않았나

본 블로거의 인지 기억으로는 그러한데, 틀릴 수도 있어요.

사실 연원을 따지면 킨들버거의 함정이 먼저 나온 거긴 하죠.




(Charles Kindleberger)




찰스 킨들버거란 사람은 20세기 전반기에 활약한 미국인

관료이자 경제사학자에요. 30~40년대에 걸쳐 재무성, 연방

준비 위원회, 중앙 정보국, 국무성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2차 대전으로 황폐화한 서유럽 각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

정책으로 마셜 플랜을 기획한 핵심 관료 중 하나였어요.



이후엔 공직을 청산하고 정년까지 MIT에서 교편을 잡아

국제 경제학 및 경제사 분야에서 굵직한 연구 성과를 냈죠.

70~80년대에 걸쳐 대공황의 원인을 분석하며 발표한 소위

패권 안정론, hegemonic stability theory란 사상 체계는

신현실주의 국제 정치경제학파에 깊은 영향을 끼치죠.



아래 기고문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함정 개념이 바로 이

패권 안정론의 주요 골자를 거론하고 있는 거에요. 전간기

영국의 패권이 무너지고 미국이 새로운 슈퍼파워로서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리더쉽을 보였어야 했건만

그걸 못했기 때문에 대공황에 2차 대전이 왔다는 요지에요.



이 이론 구조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간에 한 번쯤은 귀담아

들어볼 만한 이론 체계라 할 수 있어요. 국제 정치학자들의

사상 세계가 실제로 오랫동안 강대국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니까요. 헨리 키신저를 보세요.



또한 최근 미중간 무역 전쟁의 여파를 분석할 때 많은 이론가들이

낡은 책장에서 이 이론을 다시 끄집어내 해석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어요. 2000년대 이후 세계 질서는 미국 유일 파워의 시대가

지고 미중 G2의 새로운 태양이 떴다고 보는 편이 일반적인

시각이니까요.



(Thucydides)




(Joseph S. Nye, Jr. PhD.)



기고문을 게재한 곳은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정치대학원 산하

벨퍼 연구원의 공식 홈페이지입니다. 17년 1월 초였더랬죠.

조지프 나이라는, 20세기 최고의 국제 정치학계 스타 석학께서

쓰셨어요. 잘 아시죠? 클린턴 행정부 시절 '수상급' 차관보를

역임하여 관료로서 이름도 익히 알려진 분입니다.



분류 계통상으로 이 분은 로버트 커헤인과 함께 신자유주의*

국제 관계학의 계보를 형성하는 대학자이십니다. 소프트파워

참신한 개념을 학계에 유행시켜 스타로 발돋움하셨죠. 관료로나

학자로서 80~90년대의 세계 정세 및 사상계를 멱살잡고 이끈

리더로 평가합니다. 현재는 하버드대 석좌 교수이시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국제 정치학에서 논하는 신자유주의와 흔히

공중 일반에 널리 퍼진 신자유주의는 서로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일반적 신자유주의프리드리히 하이에크밀턴 프리드먼

필두로 한 경제학 사조 및 제도 체계를 가리키죠. 리버테리언,

작은 정부, 공기업 민영화,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 뭐 이런 거.



나이 석좌 교수께서 일목요연하게 짚어낸 본 기고문에서는,

킨들버거투키디데스 두 함정의 간략한 내용을 요약하고,

아울러 대중에 약간 더 알려진 투키디데스 측의 이론적 맹점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유명하긴 한데 약점이 있으니

알아둘 건 알아두라는 메세지인 거죠. 이분은 평생 현실주의

사조에 반하는 입장이셨으니까.. 이해할 만하죠?



17년 1월 초는 미국 대선이 끝나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눈 앞에

둔 변혁의 시기였고, 한반도에서는 한창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추억의 시절이었더랬죠.. (요즘 가열찬 평화 무드에 힘입어 벌써

아련한 기억의 저 뒷켠으로 밀려나 버렸네요. 이문덕입니다.)



일반적인 정서상으로 나이가 트럼프를 마음에 들어할 것 같진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격도 대단히 친절하고 사려깊기로

유명하신 나이 교수께서는 이제 막 출범을 앞둔 새 행정부에

따뜻한 우려의 시각을 비추며 뭔가 도움될 만한 조언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문체가 따사롭네요.



트럼프 대통령께서 이런 대학자들의 조언을 대차게 씹는 강성

캐릭터이신 건 이제 꽤 알려져 있긴 하나, 어느 순간에 대외

정책에 갑자기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죠.

지식으로 알아 두시고 안목을 넓혀보기를 권합니다.






원저자의 동의를 구한 건지 모르겠지만 기존 언론사에서

번역해 놓은 버젼이 아래 링크처럼 있긴 한데,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번역상 오류가 몇 군데 눈에 띄어 본 블로거가

작업을 다시 하였습니다. 번역본 보여 드리고 원저자의

동의도 물론 구했고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1152054182720




여담이지만, 정말 답장이 올 줄은 몰랐네요. 지금까지

포스팅을 위해 번역 작업을 하며 원저자들께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 안 오는 경우가 허다했거든요. 더군다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대학자이자 스타 외교관

쪽에서 손수 답장을…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오늘부터 조지프 나이 교수님 팬 하려고 합니다.

짧고 쉬운 문장으로 쓰여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https://www.belfercenter.org/publication/kindleberger-trap






The Kindleberger Trap

킨들버거의 함정이란




Joseph S. Nye

조지프 S. 나이




January 9, 2017

2017년 1월 9일






마셜 플랜의 지적 설계자 중 한 명인 찰스 킨들버거는 재앙과 같았던 1930년대 대공황의 근본 원인이 대영 제국의 패권을 넘겨받고도 세계 경제에 공공재를 공급하는데 실패한 미국의 역량에 있었다고 일찍이 분석한 바 있다. 바야흐로 중국의 급부상에 즈음한 작금에 이르러 과연 미국이 똑같은 실수를 자행하지는 않을 것인가?






새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국 정책 노선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도널트 트럼프는 과거 역사가 가르쳐준 두 가지 함정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앞서 시진핑 주석이 인용한 바 있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그리스의 사례를 통해 (미국과 같은) 기존 강대국이 (중국과 같은) 신흥 강대국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 심리를 가질 경우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중국의 국력이 너무 강하지 않고 의외로 약할 경우 맞닥뜨릴지 모를 "킨들버거의 함정" 역시 아울러 걱정해야 한다.




마셜 플랜의 지적 설계자 중 한 명이며 말년에 MIT에서 교편을 잡은 찰스 킨들버거는 일찍이 재앙과 같았던 1930년대 대공황의 근본 원인으로서, 대영 제국에 이은 패권국의 차기 주자로 부상한 후에도 세계 경제에 공공재를 공급하는데 실패한 당시 미국의 역량을 꼬집어 분석한 바 있다. 이런 실패의 결과는 지극히 참혹하여 국제 정세가 붕괴하고 경기 침체와 대학살의 자행, 급기야 세계 대전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과연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세계 공공재 경제의 성장이란 결실로 맺어질 수 있겠는가?




국내 정치 하에선 경찰 서비스나 환경 행정 같은 공공재를 정부가 공급하여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시민이 그 혜택을 누린다고 가정할 수 있다. 반면 국제 정치 무대에서 기후 안정화나 재정 건전성, 공해 이용의 자유 같은 공공재적 사안들은 강대국 간의 연대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따름이다.




약소국에겐 그런 세계적 공공재에 할애할 유인이나 여유가 거의 없다. 작은 나라들이 그 혜택을 얻든 못 얻든간에 공공재에 쥐꼬리만큼 할애하는 정도만으로 대세에 큰 영향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임 승차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인 셈이다. 하지만 강대국은 자신들의 개입으로 인한 효과를 예측할 수 있고 공공재 할애에 따른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 능히 체감할 수 있다. 강대국들이 공공재 정세를 주도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인 셈이다. 오히려 강대국이 공공재에 국력을 쏟아붓지 않으면 세계 경제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닥친다. 1차 세계 대전 직후 대영 제국의 국력이 급락하여 공공재 공급의 역할 수행이 어려워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립주의를 선택한 미국이 여전히 무임 승차 노선을 지속했기에 결국 참담한 결과에 직면한 것이라 하겠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력이 성장하면서 지금의 국제 질서를 자신들이 창조한 것이 아니기에 이에 기여하기보다는 무임 승차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하는 우려를 표명한다. 현재까지의 경과로는 반반이 아닐까 싶다.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상임 이사국으로서 중국은 일정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현재 유엔 평화유지군에 두번째로 큰 규모의 재원을 조달하는 국가인 데다가, 에볼라 바이러스나 기후 변화 관련한 각종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왔다.




중국은 세계 무역 기구, 세계 은행, 국제 통화 기금 등 다양한 경제 기구로부터 역시 상당한 정도의 혜택을 얻어왔다. 2015년에 중국이 출범시킨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에 관해서는, 세계 은행의 대체재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도 세계 은행과 협력하는 새로운 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헤이그 상설 중재 재판소 판결에 대한 중국의 불복 조치는 골치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종합해보자면, 현실적으로 이득을 안겨다주고 있는 자유 세계 질서를 놓고 중국이 이를 확 뒤집어 엎겠다는 전복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근거가 희박하고 오히려 그 안에서 자국의 영향력 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하다. 그런데 만약 트럼프 정책 노선이 대중국 압박이나 고립 일변도로 변모한다고 가정한다면, 중국이 킨들버거 함정을 앞세워 국제 정세에 훼방을 놓는 무임 승차 국가로 변할 가능성이 혹시 있지는 않겠는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은 더 잘 알려진 투키디데스의 함정 역시 경계해야 한다. 중국의 국력이 너무 약하지 않고 의외로 강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강대국 간의 이런 대결 구도가 마치 불가피한 것인양 착각할 수도 있으며 대립으로 입을지 모를 피해도 종종 과장되곤 한다. 이를 실증하기 위해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기존 패권이 신흥 패권의 도전을 받은 1500년 이후의 16가지 역사 사례를 연구하였고 이 중 12가지 경우가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규명한 바 있다.




단, 그 개별적 "사례"란 것을 어떻게 엄밀하게 규정하는가의 문제가 있기에 전술한 사례의 숫자는 명확치 않을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예로, 대영 제국이 19세기 중반의 최강 패권국이었음에도 프러시아가 유럽의 정중앙에 독일 제국을 건국하도록 놓아둔 일이 있다. 영국이 반세기가 지나 1914년경엔 독일을 적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는데 이 경우를 하나의 사례로 칠 것인가, 둘로 볼 것인가? 더구나 제1차 세계 대전을 대영 제국의 기존 패권에 도전하는 독일의 신흥 패권 구도로 단순화하여 해석하기도 매우 애매하다. 독일의 발호는 하나의 구성 요인일 뿐, 러시아의 신흥 패권을 경계하는 독일의 기저 심리란 요인도 있었고, 기울어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내에서 범슬라브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 심리도 있었으니, 고대 그리스 시절의 단순 구도보다는 훨씬 더 다채로운 양상이었던 것이다.




또한 단순 비교로만 보아도 현대의 미국과 중국 간 세력 격차는 1914년 독일과 영국 간 격차보다 훨씬 심대하다. 일반 예방 차원에서야 수사법의 일종으로 비교 사례를 거론할 수는 있겠으나 냉혹한 역사의 이면에 숨은 정서를 전달할 때 그런 수사란 매우 위험해지는 법이다.




고대 그리스의 사례가 역사가가 의도한 만큼 직설적으로 명확하다고 볼 수도 없다. 애초에 투키디데스제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 발호하는 신흥 강국 아테네에 대한 스파르타의 경계 심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술하였다. 그런데 예일 대학의 역사학자 도널드 케이건의 최근 연구는 당시 아테네의 국력이 성장세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기원전 431년 전쟁 발발 직전까지 양국간 세력 균형은 어느 정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상태였다는 것이다. 스파르타로 하여금 전쟁의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결단하게 만든 요인은 당시 아테네의 정책 노선상 실수였다고 한다.




기원전 5세기 초 아테네 국력의 성장세가 제1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촉발한 것은 사실이고 이후 30년의 휴전 기간으로 급한 불은 끈 상황이었다. 이때 채 끄지 못한 잔불의 불씨가 남아 참혹했던 2차 전쟁을 촉발한 스파크를 일으킨 셈인데, 케이건의 연구에 따르면 그 불씨에 맹렬하게 부채질을 가해 스파크로 키운 결정적 요인이 바로 정책 결정상의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불가항력적 상황 요인에 의해 전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내린 잘못된 판단이 결정타였던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대의 중국을 앞에 두고 당면한 위험이 바로 이런 것이다. 지나치게 약할 수도 있고 너무 강할지도 모를 두 경우의 중국을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투키디데스의 함정 뿐만 아니라 킨들버거의 함정 역시 피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인즉슨 계산 착오나 몰이해 등 인간의 역사를 끊임없이 괴롭힌 경솔한 오판의 가능성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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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아킨 NBC 군사안보 전문 논평인의

퇴직 기념 기고문 중에서; 의외로 트럼프 잘 한다?

https://medium.com/@ggreenwald/full-email-from-william-arkin-leaving-nbc-and-msnbc-1fb0d1dc692b




미 지상파 주요 언론 중 폭스 빼고 가장 보수적인

NBC에서 수십 년간 군사안보 전문 논평을 해오신

William Arkin이란 대기자가 퇴직하면서 기고를

했는데 그 안에서 트럼프 북핵 정책을 살짝 고평가..



…하는 듯한 뉘앙스의 문장이 섞여 있지만 사실

읽어보면 큰 건 없고 오히려 트럼프 까는 얘기가 더

많다는 내용이 지난 주 화제가 되었죠. 아주 반짝.



그래서 직접 읽고 판단하시라고 긁어와 번역 답니다.

번역을 잘 했나 좀 어렵긴 하네요. 원문과 같이 읽으세요.








Full email from William Arkin,

leaving NBC and MSNBC


NBC 및 MSNBC를 떠나며


윌리엄 아킨 대기자


2019년 1월 2일




1월 4일은 NBC뉴스와 함께 한 본 기자 경력의 마지막 날짜라서 동료들에게 (영원히는 아니겠지만서도) 작별의 인사를 고하려 한다. NBC를 떠난 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좀 더 달콤씁쓸할 수밖에 없다. 세계 정세와 저널리즘 양쪽에서 동시에 위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엔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도전이나 위험을 해설하는데 최적화한 본 기자의 전문성이 지금 이 순간엔 다소 거추장스러워진다는 느낌도 든다. 매일매일의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 정신이나 트럼프 정부의 서커스를 바라보는 흥미 어느 쪽에서든, 방송사의 흥분한 정서에서 이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30년 전에 로버트 윈드렘 및 프레드 프랜시스 밑에서 펜타곤의 냉전 관련 뉴스를 공급하면서 기자와 NBC와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1999년 코소보 내전 중 생방송 애널리스트로 데뷔한 이래 NBC 심야 뉴스와 인연을 이어왔고, 올스타 장성들과 정부 고위 관리가 가득한 난리통에 홀로 선 민간인으로서의 유니크한 위치를 때로 짓궂게 즐기기도 하며 버텨온 것 같다. 한편으론 학자로서 반핵 및 반군사 메세지를 혼자서 고집불통의 지식을 뽐내며 설파하기도, 기자만의 개인 영역에 탐닉하는 영화 평론가로서 온갖 저주받은 걸작들에 대한 비평을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9.11이 터졌을 때 다시 NBC로부터 호출이 왔었다. 수 주 동안 방송 안팎에서 알 카에다 정보를 제공하고 보병 전력보다 드론을 활용한 공중 타격이 더 효과적이라는 등 시급한 현안을 논했던 것 같다. 거의 계엄령에 준하는 무력 제재 일변도의 긴박한 국가 상황에서는 자기 자신을 주변 정황에 감정이입하는데 참으로 애를 먹었다. 다소간의 퇴각 취지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컬럼 논평인으로 물러앉았을 때조차 이라크 전쟁 발발이 임박하고 있다는 예측에 길길이 뛰던 데스크와 격론을 벌여야 할 정도였다. 항구적 전비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믿던 강경파들에게 그렇게 테러를 막고 싶다면서 왜 정작 전략은 부재한 것인지 태클 걸던 때도 기억이 난다.



그때는 고위 관료 집단이 국가의 가치와 공공의 안녕을 추구하는 절차에 있어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일념 하에 주로 국방 안보 카르텔의 비대해지는 권한에 대해 일필휘지로 펜을 휘둘러댔다.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기사를 편집해 ‘미국의 특급 기밀’이란 엄청난 책을, 국토 안보 기능에 번지는 더러운 파시즘에 관해 ‘미국적 쿠데타’란 책을 펴냈고, 놀랍게도 이것은 트럼프와 ‘딥쓰로트’ 행정부가 출범하기도 훨씬 전의 일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후엔 트럼프 대통령이) 구축하는데 실패한 지속적인 변화 체제의 전조적 징후를 논한 책들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SNS 언론 시대의 새로운 물결이 도래하는 와중에 NBC(를 비롯한 주류 언론사들)가 세상의 뉴스를 다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은 어느 정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이에 덧붙여 더 이상 전선도 구체적 승리도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전쟁을 과연 어떻게 기사로 전달할 것인가에 관해 지적인 도전 과제도 주어졌다. 본 기자의 눈에는 더 중대한 문제도 있었으니, 확실한 안전이나 안보를 장담할 능력도 안 되는 국가 안보의 지도자들과 장성들에게 이상하게도 새로운 시대에는 오히려 더 무제한적인 권한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전쟁”에 임전하고 있음이 명약관화하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 위대한 지도자나 전략가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승전했다거나 갈등을 종식시켰다고 당당하게 선언할 존재가 워싱턴 정가에도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데이빗 퍼트레이어스, 웨슬리 클라크, 제임스 매티스, 허버트 맥매스터 등 향수 냄새 풀풀 날리는 군복 스타들이야 많겠지만 아쉽게도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진정한 군사 안보의 리더는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럴진데 소위 “전문 논평인”이랍시고 뉴스쇼에 등장하는 언론 패널들은 쿵짝을 맞춰줄 밖에 도리가 없다. 그 대단하다는 미국의 안보 리더들이 지금까지 거양한 결과를 적당히 무시할 배짱만 있다면야 쿵짝 맞추기는 쉽다. 불과 18년 전보다도 더 안전해진 중동 국가가 하나도 없고 세계 정치는 더 다극화해 버려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그 결과 말이다.



테러와의 영원한 전쟁이 일상이 된 이후 NBC(또는 다른 신문)에서 가진 토론에서 한 번도 본 기자의 소신과 논지를 벗어난 적은 없다는 데에 자부심을 가진다. 그 논지인즉슨 테러리스트들이 왜 싸움에 개입하는지 근본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 테러는 절대로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우주와 사이버 체계를 포함한) 방공망 전력이 단순히 국방의 미래가 아니고 현재 진행형 전쟁 자산이란 점도 본 기자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점이겠다.



NBC(등 주요 언론)가 전쟁을 보도해온 태도는 흡사 경마 중계와 유사하다. 도널드 럼즈펠드 대 군 장성, 폴 월포위츠 대 에릭 신세키, 중앙 정보국 대 딕 체니, 악질 고문관 대 세련된 세력 - 파견군 규모와 사상자 숫자는 뒤로 하고 -, 심지어 오바마 대 의회 - 그저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라서 관타나모 기지 폐쇄도, 핵 군축도, 푸틴 대응도 못하는 불쌍한 오바마 이야기는 덤으로 - 구도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국가 안보 관점을 이런 정치 소설로 둔갑시키는데 힘써온 셈이다. 미군 장성들과 안보 지도자들의 무능함에 관해 보도할 수 없는 현실에 낙담할 수밖에 없음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또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저지르는 삽질이 언론의 일상적인 보도로 묻혀 눈감고 지나가 버리게 만듦에 충격과 공포를 느낌이다.



본 기자가 원체 까다롭고 격식이나 절차에 익숙치 않아 그간 싸지른 뒷처리 때문에 NBC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잘 알고 있다. 그저 핵 무기, 공군력, 알 카에다에 대해 알고 있는 기자의 자그마한 전문성으로 톰 브로코우 앵커와 방송사가 조금은 더 똑똑해지는데 기여하였기를 바랄 뿐이다. 또 결국 이라크에 대량 학살 무기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를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던 NBC 이사진에 당당하게 납득시키려 한 소수의 몇 사람 중 하나가 본 기자였다는 사실에도 위안을 얻는다. 수 년 간 국가 안보 주제로 MSNBC 본사 제작진과 끊임없는 격론을 벌였고 크리스 매튜스에서 존 호켄베리까지 현명한 언론인들께 주제넘은 참견질을 일삼았다. 하지만 NBC를 포함한 주류 언론이 워싱턴 정가의 대변인으로 작용하는 듯한 최근 분위기를 접하며 언론의 사회적 사명이란 대의와 진실을 전달하는데 실패한 것은 아니었나 하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로버트 윈드렘 선배가 2016년 대선 때 신설 탐사 보도팀을 맡아 복귀를 종용한 적이 있었다. 테러와의 영원한 전쟁이나 힐러리 클린턴의 호전적 매파 성향을 꿰뚫어 통찰하는 것이 기자에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그땐 그렇게 여겼었다. NBC의 모든 임직원이 어깨 너머로 벼락 스타로 주류에 갓 입성한 이들을 예의주시하던 때였던지라 흥미롭기도 했다. 그런데 별안간 트럼프가 당선되어 모든 탐사 보도가 느닷없는 트위터 봇물에 휩쓸렸고, 국가 안보와 정치 보도 전면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격랑의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NBC가 안보 사안을 손익 계산의 문제에 연결지어 기사를 양산하기 시작했음을 기억한다. 아무도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는데 게임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본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 하의 국가 안보 확립이란 것이 (세계 정세에서) 각광을 받지 못한 것은 고사하고 위험한 권세가 축조된 양상이라고 늘 주장해왔다. 지금은 더욱 제멋대로인지라 실질적 비판을 허용하지도 않고 있다. NBC조차 일정한 생기를 잃고 지리한 중재 역할이나 인습적인 수사에나 집중하여 정부를 옹호하거나 미묘하게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데, 이는 정책의 결과보다 격식이나 절차에나 치중하는 꼴인 셈이다. 이 시점에서 뒤따르는 후속 보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민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부분에 관해 더 큰 우려가 생긴다. 이에 한 발 물러나서 미국이 벌여온 전쟁에 왜 좀처럼 변화가 없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직장을 떠나며 고용주를 욕하고 비방하는 것이야 인지상정이겠으나 갖가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NBC에서 함께 한 지난 세월은 보람찬 일이었다. 신시아 맥파든 기자 같은 사람과 일한 경험은 평생의 영예이다. 맥파든이나 케빈 모나한 기자로부터 방송에 관한 많은 것, 즉 내부 제보자의 시선을 제공한다거나 하나의 독창적 아이템이 얼마나 파워를 얻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배웠다. NBC의 젊은 신진 기자들 역시 매우 탁월하다. 공격성 반론을 일삼아온 본 기자를 늘 지지해준 노아 오펜하임 PD에게 감사한다. 탁월한 전문 능력을 발휘해준 자넬 로드리게즈에게도 감사한다. 심야 뉴스 제작 스탭 모두 길고 지루한 본 기자의 보도에 늘 지지를 보내주었다. 방송 네트워크가 세상을 떠안을 것이라며 야심찬 계획을 묵묵히 밀고 나가는 필 그리핀 대표이사에는 늘 경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동료들과 함께 이룬 성과에 보람을 느끼지만 더 할 일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은 휴식을 취해야 할 순간이리라. 데스크의 독재적 간섭과 회사 내규의 지원 없이 다시 사색과 집필로 돌아오게 되어 만족스럽다. 물론 늘 내 필생의 과업이라 여겨온 일, — 비밀스런 사안을 찾아내 지루한 기사를 쓰는 일로 복귀할 것이고 미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기사 소스를 제공해주는데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세계 정세가 대단히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에 기자가 주력해온 안보 분야에 관해서도 가만히 앉아 생각하고 보충할 시간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가가 포로로 잡힌 작금의 정황이라면, 모든 사람이 느끼듯이 기자 또한 미국이 잃은 것들이 참으로 많다고 생각한다. 언론 보도를 이해 못하거나 정권의 압력을 못 느끼는 사람들은 제도권의 통제나 심지어 당파적 이익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이 말하는 당파란 것이 뉴욕 경제계나 워싱턴 정가를 나머지 미국민들과 분리하여 지칭한 것이라면 그들이 옳을지 모르겠다고, 외부자들과 정부 내 제보자들을 향해 신랄하게 응답하련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렬한 삽질들을 바라보면서 기자가 처음부터 스텝이 꼬였었구나 하는 점을 깨닫는다. — 대러시아 관계를 풀어보려 한다거나, 북한 비핵화에 주력한다거나,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킨다거나, 아프리카 파견에 의문을 표시한다거나, 정보 기관 및 연방 수사국과 각을 세운다거나 하는 삽질 말이다. 물론 대통령은 무식하고 무능한 사기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NBC가 거의 기계적인 논조로 반대 의견을 내세우며 어쩌면 더 큰 갈등이나 전쟁을 불러올지 모를 정책을 재빠르게 옹호하며 나선 데에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미국은 시리아에서 철수하면 안 되는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대담한 액션이 그렇게 못할 짓이란 말인가? 러시아 관련해서도 — 미국 민주 정치의 토대가 그토록 조작에 취약한 것이었나 새삼 통탄하고 근심할 일이지만서도 — 아니 그럼 다들 냉전 시대로 돌아갈 작정인가? FBI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 그간 그토록 나쁜 일을 벌여온 집단이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되는 것인가?



트럼프 아니더라도, 현대 정치의 새로운 지형에서 유치한 소셜 미디어 놀이에는 이미 진력이 나 있던 차이다. 그리고 그 “사이클”이란 것 때문에 NBC(뿐만 아니라 모든 주류 언론)의 현직 언론인들도 숨조차 제대로 고르기 힘든 아픔을 겪고 있긴 하다. 개인의 삶에 대한 것이든 강경한 뉴스에 관한 것이든, 현재 우리 시대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너무 먼 길을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오늘날 정보의 홍수라는 현상이 국가의 민주화와 사회의 통합을 촉진하는 만능 열쇠라거나 디지털 열반의 신세계가 될 수는 없음에 기자 또한 동의한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 스마트폰 및 소셜 미디어에 대한 피로증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하며, 정보 과다의 역효과나 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이 간편 클릭이나 채팅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추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계에서 물러나는 즉시 사회 전체가 엄청난 SNS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러하기에 NBC와 모든 주류 언론의 앞에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여전히 잔존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에 대해선 앞으로 더 깊게 생각하여 글로 남기고자 한다.



컨설턴트란 직종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컨설팅 외주 계약을 통해 모든 회사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쏙 듣고 싶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기자가 회고하기에 NBC는 적어도 그런 뻔한 컨설팅 짓거리 하는 언론사는 아니었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기자 자신도 데스크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쏙쏙 고분고분 갖다준 역사가 없어 이에 보람을 느낀다. 모든 회사와 기관이 두려워하는 가치 — 변화, 리스크, 차별화 같은 것들(사실 역설적으로 그들 기업의 창의성을 돋구는 동력 아니겠는가.) — 지금까지 기자의 보도 지침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들이다.



집필과 논평의 주업으로 복귀하게 되어 기쁘다. 올 겨울엔 지난 십여 년을 몰두한 9.11 음모론 관련 소설의 탈고 작업을 끝마칠 예정인지라 들떠 있다. 이 작품은 소설이긴 하지만 테러분자들을 색다른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저작의 일환이다. 또한 새로운 책 두 권에 관한 프로젝트도 착수할 예정인데, 방송사 주변을 배경으로 기밀 정보를 취급하는 매력적 제보자와 외톨이 기자에 관한 픽션이 그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읽었다면 눈치 채셨겠지만, 왜 미국은 항구적 전쟁 수행 정책에서 좀처럼 손을 뗄 수 없는가를 다룰 논픽션 책도 하나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제와 리더쉽에 관한 분석을 다룬 미디어 비평이야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안보와 관련한 비평서는 많은가? 그렇지 않다. 현재의 화염과 분노 정책을 넘어서서 실천가능한 다른 대안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운을 빌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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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Happened to North Korea the Other Day






이틀 전 남북 고위급 회담이 급작스럽게 취소되었죠.

이런 일이 있었다는 썰..


맥스 썬더 훈련은 작년부터 작전 계획이 수립되어 있던 상태.

작년만 해도 핵전쟁 분위기가 있었으니 사상 최초 규모로

전폭기, 폭격기 가릴 것 없이 사정없이 띄우기로 했었죠.


그런데 4월 27일 판문점 선언으로 분위기 급반전.


정상 국가의 정상적인 행정부라면

수뇌부 대외 정책과 국면의 전환이 세부적인 행정 계획에

즉각 자동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었어야 할 상황.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네요.

주한 미군 사령부와 대한민국 국방부 양자 모두.


(여기서 단순한 업무 현행화 미비나 이행 지체인지

소위 말하는 네오콘 합작 방해 공작이 들어갔는지

솔직히 알 수는 없어요. 아직 드러난 건 없는 것이 팩트.)


그냥 작년 작전 계획안대로 훈련 발동.

B-52 폭격기 1대만 해도 압박이 클 텐데

F-22 랩터가 여덟 대나 떴다 함. 여덟 대. 여덟 대. 개전하남?


작년 말싸움 잔치 기준으로 게으른 훈련을 자행한 셈.

신나게 출격하는 파일럿들 눈에 선함.


공식 발표 없으나 북한 영공을 침범 순회하는 훈련이었을 듯.

(실제로 이런 훈련 자주 한답니다.

북의 레이더 체계가 사실상 유명무실인지라.)


수뇌부 정밀 타격이 가능한 기체가 9대나, 그것도 스텔스로...

북한 관측병이 저고도에서 ‘육안으로’ 포착하고 긴급 타전.

왕 뒤집힌 수뇌부. 노발대발..


… 그랬다고 합니다.. 라는 썰피셜.


거 참 세금 받고 일 좀 똑바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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