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규네 : MUSIC'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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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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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사나이가 개봉하여 '아주 약간' 화제를 몰다가

조용히 문을 닫을 전망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초반 임팩트에만 성공한 평작으로 남을 것 같다.

한국 시장에서는...

 

미국 코믹스 전문가로 유명한 어느 파워 블로거에

자극 받아서 갑자기 글을 남기고 싶다는 결심이 섰다.

 

(스포일러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1. 크리스토퍼 놀란 떡밥

 

의외로 많은 한국의 평범한 관객이

크리스토퍼 놀란'표' 떡밥에 마음을 혹한 걸

알고는 좀 놀라긴 했다.


본작은 놀란과 별 상관이 없다.. 고 본다.

 

첫째, 컨셉빌딩의 초기과정에만 놀란이 참여했다는

스포성 기사를 이미 읽었기 때문에 그러하고...

그 기사 중 하나..

둘째, 크레딧에 EP로 나온 로이드 필립스

토마스 툴의 작용이 컸다는 풍문을 들었기 때문이고...

 

셋째, 작법으로 분석해봐도 크리스토퍼 놀란식의

스토리 주조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 떡밥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예매에 더 도움이 되기는 하겠다.

 

 

 


2. 화끈하면서도 피로감 주는 액션 연출

 

크리스토퍼 놀란이렇게 과격하고 합이 풍부한

액션 연출에는 잼병인 사람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닭나라가 '두 도시 이야기'를 차용하면서

얼마나 맥빠지는 몹씬을 보여줬는지 잊었는감...

 

조밀한 그래픽과 부감 샷의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는,

대사가 아닌 영상으로 이야기를 토해내는 스타일은

영락없이 잭 스나이더의 전매특허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특색있는 액션화법은

- 최근 이 동진 기자도 지적하셨듯이 -

중반을 넘어서면 극도의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300도 그러했고 왓치멘도 지겨운 면이 있었다.

이런 피로감의 정점에는 서커 펀치가 있었지...

 

아무튼 이 모든 점이 스나이더의 전매특허이기 땜시

본작의 분명한 단점을 놀란 탓으로 돌리는 일부

관객의 관점은 분명 잘못된 측면이 있다.

 

 

 

 

3. 감독에게 어울리지 않는 내러티브

 

잭 스나이더는 단선률적인 내러티브에 약하다.

새벽의 저주왓치멘처럼 캐릭터가 많거나

300처럼 관계선의 실타래가 얽힌 작품에서는

그나마 본인이 드라마에 약한 것을 슬쩍 숨기고

얽힌 실타래 속에 묻어갈 수가 있다.

 

본작은 그와 달리 프로타고니스트의 강한 에고가

시종일관 강력한 끈기를 이어나가는 작품이다.

드라마에 어울리는 연출자가 잘 할 수 있단 말이다.

리차드 도너 같은 사람이 되겠다.

 

테렌스 스탬프의 정수리에 때린 스팟조명 만으로도

제너럴 조드의 사악한 악마성을 효과적으로 표출하는...

그런 연출력이 요구되는 플롯이었다.

 

 

 


4. 리턴즈는 빛바랜 수작 아닌가

 

생각해보면 브라이언 싱어리턴즈

괜찮지 않았는가..

 

싱어놀란과 유사한 성향이다.

= 액션에 약하고 드라마에 강한...

X멘셋에서 브랫 래트너가 고용된

이유도 액션 때문이었단다. (딴에는...)

 

그러나 그의 그런 감성작가적 성향이 없었다면

X멘이라는 프랜차이즈는 애초에 탄생할 수도 없었다.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신작들이 브라이언 싱어라는

대가에게 단단히 빚을 졌다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수퍼맨의 리부팅 프로젝트 역시 2004~5년경에

그런 이유에서 그에게 부여된 것이었다.

 

결국 흥행에서는 실패했고 ...............

(오마쥬가 아닌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과의 마찰로)

싱어는 불행한 감독이 되었다.

속편 제작을 원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한다.

불쌍... 性的 소수자라서 차별 받는 건 아닐까?

 

레드냅이 망쳐놓은 QPR을 놓고 마크 휴즈가

계속 맡았더라면..을 상상하는 팬들이 있듯이,

본 블로거는 싱어가 속편을 계속 맡았더라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결과물이 되지 않았을까..

항상 그렇게 상상하곤 한다.

 

 

 

 

5. 오리지널 코믹스의 컷 해석에는 매우 충실

 

만화의 '컷' 단위 연출에서 영화의 '프레임' 단위 연출로

넘어오면서 부적응을 겪는 작품이 한둘이 아니다.

4백만 넘겼다는 은위마저도.. 강풀 원작 작품들도...

 

아마도 이 관점에서 잭 스나이더만큼

장점이 분명한 감독도 없지 싶다.

 

본작은 1980년대 후반 이후 모던 에이지에서 그려낸

슈퍼맨 캐릭터를 150% 매우 적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미국만화 잘 모르는 영화관객들이 곧잘 혼동하던데...

 

그들이 왜 불쑥 등장했는지 모르겠다던 성당 신부님

시퀀스가 대표적인 예인데, 다른 블로거들도 썼듯이

슈퍼맨 for 투모로우 컷의 의도적인 차용이다.

칼엘이 군 기지 하늘에 케이프를 펄럭이며

자수하는 씬은 영락없이 킹덤 컴이 생각난다.

 

스나이더는 만화의 컷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하고

변주하는데 있어선 당대 최고가 아닐까 한다.

300왓치멘에서 코믹스 팬들이 열광한 것도

이 부분 때문이었던 셈.

 

 


 


 

6. 나사 반 개씩 빠지는 스토리텔링

 

영상 연출에 재능이 있지만 스토리텔링은

잭 스나이더에게 여전히 블랙홀 같은 영역이다.


자기 딴에는 창의적인 이야기 구조를 위하여

원작에서 시도하지 않은 한두 가지의 설정 변경을

즐기곤 하는 모양인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원작 팬들의 원성을 사는 경우가 가끔 있다.

 

왓치멘에서 대왕문어 옥토퍼스를 빼버린 일은

그 대표적인 원성 사례 중 하나. - 코믹스와 달리

영화 막바지 맥이 풀리게 만드는 요인일 터이다.

 

두 번째 볼 때에야 애써 어느 정도 감은 왔지만

아직도 관객들은 헨리 카빌애이미 아담스

갑툭튀 키스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리차드 도너가 멜로의 정당성 부여를 위해

그토록 아름다운 플라잉 시퀀스에 쏟은

정성을 목도하란 말이다.

 

관객 중에 갑툭튀 키스가 조드 죽이고

그 직후에 나왔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은 그 직전인데... - 키스 포인트에서의

감정선 텐션이 최적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접합이 이루어졌기 때문 아닐까.

 

무조건 접합한다고 다 키스는 아닐 터...

키스는 교감이니까.

 

 

 

 

 

7. 잭 스나이더의 특장점과 한계

 

비주얼과 액션과 SFX에 강하고

설정상의 결정적인 미비점 한두 가지로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그 와중에도 코믹스의 창의적 변주에는 능한...

 

본작은 바로 그러한 잭 스나이더표 슈퍼맨 되시겠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 정도일 뿐이겠으나

제작사는 큰 실패만 아니면 프랜차이즈를 강행할

의지를 여러 번 천명한 바 있으니, 이래저래

새로운 시리즈는 가동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다시 한 번 브라이언 싱어가 불쌍하다.)

 

이미 부지런히 BEP를 향해서 순항중이기도 하니..

- 북미 시장에서 말이다. 지금까지 DC가 얼마나

죽을 쑤었는지 상기해 본다면... 배트맨 빼고..

은위밀리는 기형적인 한국 시장과는 달리

북미 시장의 반응은 양호한 편으로 보인다.



(1978년의 어느 날.. 전설의 프랜차이즈를 낳은

레전드 두 분.. 리차드 도너크리스토퍼 리브)

 

 


 

 

사족 1...

슈퍼맨 배우들의 저주가 미신으로 끝나길 바란다.

진심으로...

 

사족 2...

나도 애이미 아담스가 이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제 불혹인데 트릴로지를 소화할 수 있으려나..

2편부터 라나 랭으로 바뀐다는 암시인 건가...ㅎ

 

사족 3...

아옐렛 주어러애이미 아담스는 사실

나이 차가 크지 않다. 다섯 살... 그냥 그렇다고..

주어러는 이스라엘 가면 김 혜수 정도 되는 국민배우..

 

사족 4...

워낙 쟁쟁한 캐스팅이었지만

특이하게 아래 처자들.. 가능성 있어 보인다.

(레베카 불러 - 제니 올슨 역)

(크리스티나 뤤 - 캐리 패리스 소령 역)

 

사족 5...

요상하게 생긴 색맹 쌍방향 슈퍼컴퓨터 켈로어..

Kryptonian Service Robot

...의 목소리는 자그마치 칼라 구기노였다.

캐스팅 정말 후덜덜...

(신 시티에서)

 

 

 

and


오늘은 원더우먼의 어머니 이야기...
위키피디아에서 발췌하여 히폴리타에 대해 알아본다.




(1)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폴리타...
(2)는 DC 세계에 등장하는 히폴리타...


신화에서 비롯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신화 버젼과 코믹스 버젼의 스토리가 각각 별개이다.
둘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점도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 속의 히폴리타


히폴리타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인데
테세우스의 이야기와 헤라클레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느 쪽으로 읽든지간에 히폴리타에게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양쪽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인데 이것부터 이해해야 한다.
영어로는 Labors of Hercules라고 한다.





헤라클레스가 12과업의 고행에 나선 배경은 확실치 않은데
제우스의 서자인 그를 본처 헤라가 시기하여 헤라클레스가
그의 아내와 자식을 죽이게끔 만들었고 이에 죄책감을 씻기 위해
불가능한 임무를 부여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통설이다.


신화적으로야 그렇지만 실제 역사에서 헤라클레스는
강인한 해상 왕국을 건설한 그리스인들의 상징적 인물로 대표되므로
12개의 고행 자체가 그리스인들이 주변 세계를 정복해 나간 역사를
풍유적으로 시사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사견이다...


말이 '정복'이지 정복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복은 침략이다.
때로는 약탈이나 노략질과 유사한 형태로 현실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스인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주변 국가의 이민족을 제압하는 과정을 미화시키고 자국의 우수성을
문화의 잔재에 남기려는 의도에서 이런 신화를 창조했다고 생각한다.
본 블로거는...


일반적인 순서에 따른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다음과 같다.
a. 네메아 숲속의 사자를 죽일 것 Slay the Nemean Lion
b. 레르나 늪의 머리 아홉 달린 물뱀을 죽일 것 Slay the 9-headed Lernaean Hydra
c. 아르테미스 여신의 황금 암사슴을 잡아올 것 Capture the Golden Hind of Artemis
d. 에리만토스 산의 멧돼지를 잡아올 것 Capture the Erymanthian Boar
e. 아우게이아스 왕의 마굿간을 하루만에 청소할 것 Clean the Augean Stable
f. 스팀팔로스의 새떼를 없애버릴 것 Slay the Stymphalian Birds
g. 크레타 섬의 미친 황소를 잡아올 것 Capture the Cretan Bull
h. 디오메데스의 식인마를 훔쳐올 것 Steal the Mares of Diomedes
i.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얻어낼 것 Obtain the Girdle of the Amazon Queen
j. 괴인 게리온의 소를 얻어낼 것 Obtain the Cattle of the Monster Geryon
k. 헤스페리데스 나라의 사과를 훔쳐올 것 Steal the Apples of the Hesperides
l. 저승의 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를 잡아올 것 Capture Cerberus


이 중 아홉번째의 과업에 히폴리타가 등장한다.
히폴리타는 아마존의 여왕이었으며 처음엔 헤라클레스의 방문을 반겼다고 한다.
위의 과업명에 보면 'slay', 'capture', 'obtain' 등 사용한 동사가 모두 다른데
obtain으로 제시한 과업은 평화적인 방법의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에 서로 다른 국가 및 이민족 사이에 뭔가를 평화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은
외교술 뿐이었다. 외교술이 통하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가 호의적이기 때문에 헤라클레스가 싸울 필요가 없었지만
이를 헤라가 시기하였고 인간의 모습을 한 헤라가 아마존 부족 사이에
'헤라클레스가 여왕을 잡으러 왔다'는 헛소문을 퍼뜨린다.


이에 격분한 호전적인 아마존 여전사들이 여왕을 지키기 위해 달려왔는데
헤라클레스는 이를 히폴리타가 지시한 군사 행동으로 간주하였다.
그래서 히폴리타를 죽이고 허리띠를 빼앗아 달아났다는 것...
히폴리타 및 헤라클레스에 얽힌 신화의 내용이다.


히폴리타의 여동생인 안티오페에 대한 내용도 있다.
헤라클레스는 12과업을 수행하면서 동료와 짝을 이루기도 하였는데
그 중 한 명이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였다.


아마존에 헤라클레스를 따라 넘어온 테세우스는
히폴리타의 여동생 안티오페를 납치하였고 그리스에 데려와 아이를 낳았다 한다.
이에 또 격분한 아마존과 그리스는 한 차례 전쟁에 휩싸였으나 아마존은 패퇴했고
그 와중에서 안티오페가 사망했다는 버젼의 신화도 존재한다...


뭥미...ㅠ


읽고 나서도 뭔가 석연치가 않... 지 않은가?
전설적이라고 하는 아마존 종족의 모습이 지나치게
굴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최강이라고 전해지는 아마존 여전사의 여왕이라는 사람이
석연치 않은 군사 행동의 와중에 살해된다는 내용이 참 굴욕적이고...
이른바 그리스의 신격화된 영웅이라는 사람들이 타지에 와서 하는 일이
고작 노략질에 납치강간 정도라니...


그렇다. 이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아직 미개한 문명국에 불과했던 고대 그리스의 방약무인한
이민족 침략사의 미화 버젼에 불과한 것이다.


이민족은 무조건 호전적이고 오랑캐스러울 것 같지만...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봐도 그러한데, 오랑캐로 표현되는
이민족이 오히려 평화롭고 덜 호전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 신화에 이민족으로 등장하는 아마존 종족의 근거지가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아니면 모로코 부근으로 추정된다 하니...
앞서 포스트하기도 했지만 그리스 신화가 코카서스 인종이 아닌
타인종에 대한 철저한 왜곡과 편견으로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야기 하나를 봐도 알 수 있다고 하겠다.


다소 굴욕적이기는 하지만
그리스 신화 속에서 왜곡시킨 히폴리타는 대략 이러하다.


DC 세계 속의 히폴리타


DC세계에서 작가들은 헤라클레스에 얽힌 히폴리타의 굴욕을
모른 채 하지 않은 채 약간 변형하여 차용해 왔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이민족에 대한 배타적 성격이 숨어 있지만
가족을 몰살한 헤라클레스 개인의 고뇌가 함께 서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DC의 작가들은 헤라클레스에게 단순히 폭력적인 성향만 부여하여
일체의 개인적인 고뇌와 번민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더우먼 세계의 숙적인 아레스에게 조종되는 전쟁광 정도로 묘사해 왔다.


헤라클레스가 아마존에 온 목적은 히폴리타의 허리띠를 빼앗기 위해서였고
이는 신화와 같지만, 빼앗는 과정에서 히폴리타를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강간하는
이미지를 연출하여 신화보다 훨씬 사악함이 배가된 캐릭터로 변모하였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터...





또한 DC의 헤라클레스는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보다 교활한 인물이었다.
히폴리타를 속이기 이해 헤라클레스와 그의 장군 테세우스는 아마존 여성들을
대접할 와인을 들여왔고, 와인 속의 약에 취한 여인들은 그리스 남성들의
폭력과 강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가 이민족이기는 하지만 아마존의 전투력에
다소나마 두려움을 가진 데에 비하면, DC의 배경설화는 인종간의 반목이
훨씬 더 심화된 상태로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DC의 신화에서는 인종간 이질성 뿐만 아니라 성별간 대립 구도를
심화하고자 하기 위해서도 상당히 고심한 면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남성적 폭력의 신인 아레스가 헤라클레스를 사주하고 다시 이 노선이
테세우스에게 이어지는 지극히 마초적인 연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의 히폴리타가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 데에 반해
DC 신화 속의 히폴리타는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부활한다.
그리스인들을 죽이지 않는 대신 허리띠를 돌려 받기로 한 것..
그러나 격분한 아마존 여전사들은 남성들을 공격하고
이는 아테나의 격노를 산다.


이 때 히폴리타의 여동생 안티오페는 정확하게 히폴리타의
대척점에 놓인 캐릭터로서 등장하는데...
아테나 여신의 가르침에 복종하고자 하는 히폴리타와 달리
안티오페는 평화의 미명 하에 정의를 버린다면서
아테나 여신을 거부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안티오페는 자신이 갖고 있던 허리띠를 언니에게 넘겨주고
아마존 여전사 반을 데리고 테미스키라를 떠난다.
그리스로 넘어가 남성들과 결전을 벌이고 다른 허리띠를 찾아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런 결단으로 인해 안티오페 계열 종족들은 이 순간부터
신성의 도움을 잃어 버리고 종족 번식을 위해서도 결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DC의 배경설화는 아마존 종족 일파의 두 가지 상반된 노선을 보여준다.
정의를 희생하며 평화를 주창하는 히폴리타 파와
전쟁을 불사하고 정의를 찾겠다는 안티오페 파의 두 가지 노선인 것이다.


이후 DC의 세계는 히폴리타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발전해 왔으며
안티오페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간간히 등장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 인종적인 이질감의 벽이라면..
DC의 신화는 극단적인 성 대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겠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는 둘 다 여러 가지 한계를 갖고 있는
관점이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






and


원더우먼이 다른 수퍼히어로 캐릭터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인즉슨
원작자가 코믹북 크리에이터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윌리엄 모울튼 마스튼
William Moulton Marston



저 스펠링이 그렇게 이상한가?
여기저기 틀린 발음들이 꽤나 많이 등장하는데..
윌리엄 모울튼 마스튼이 맞는 이름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가 그의 본업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거짓말 탐지기를 고안한 인물이다.
저명한 페미니스트 이론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쯤만 이야기해도 원더우먼이 왜 그런 캐릭터인가.. '아~' 하고
수긍이 갈만도 하지만, 이번 포스트에서 원작자를 정리해 본다.


그리고 보충적으로 wikipedia..


1893년 5월 9일 메사추세츠州 클리프튼데일에서 출생..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하버드 대학에서 취득했다. 전공은 심리학..
아메리칸 대학과 터프츠 대학에서 잠시 교편을 잡은 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1년 정도 근무했다고 한다.


그의 젊은 시절 가장 유명한 업적은 원더우먼의 창조...
가 아니라, 거짓말 탐지기(lie detector)의 체계를 고안해낸 것인데...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심장이 수축하는 반응을 발견하여
이를 감지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그는 이런 일련의 실험을 통해서 하나의 가설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는데..
남자보다 여자가 더 정직한 성향을 갖고 있으며
일을 하는 속도나 정확도에서 앞선다는 점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한참 낮았던 사회상이었을 것이므로
이러한 그의 발견이 꽤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대략 1920년대 중후반에 이런 연구에 매진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1928년에 'Emotions of Normal People'이란 저서를 발표하는데
여기에는 또 DISC 이론이라는 대단히 유명한 이론이 소개되어 있다.
(예전에 인상깊게 본 이론이 이 사람의 작품인 것을
최근 깨달았는데, 개인적으로 참 놀라웠다.)


DISC란 사람의 성향을 네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D는 dominant.. 적극적이고 지배적인 성향의 사람..
I는 inductive.. 적극적이면서 친화적인 성향의 사람..
S는 steady.. 수동적이면서 온화하고 방어적인 성향의 사람..
C는 compliant.. 수동적이면서 정리분석적인 성향의 사람..


1940년에 그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올리브 번과 인터뷰에서,
마스튼은 심리교육의 소재로서 코믹북의 가치를 알고 있다고 하였다.
이 인터뷰는 출판업자인 맥스웰 찰스 게인즈의 흥미를 끌었고
게인즈는 마스튼을 교육 컨설턴트로 초빙하였다.


게인즈의 회사는 이후 나중에 DC 코믹스가 되는 출판사로 인수되었고
마스튼도 계속해서 교육 컨설턴트 일을 도맡았는데..
당시 그로서는 코믹북 아티스트들이 왜 절대로
여성 수퍼히어로를 창조하지 않는지.. 그것이 가장 의문이었다.


이에 자극받아 마스튼은 아내인 엘리자베스 홀로웨이 마스튼과 함께
후에 원더우먼으로 발전하게 되는 캐릭터의 창조에 몰두하였다.
심리학자 동료이기도 한 아내는 그에게 첫번째의 역할 모델이 되어준 인물이었으며
제자였던 올리브 번(여자!)은 또 다른 역할 모델로 작용하였다.


같은 심리학자로서 역시 여러 연구실적을 남긴 엘리자베스 마스튼..
대단히 지성적이며 역동적인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원더우먼의 또 다른 자아?



마스튼이 게인즈에게 새로운 캐릭터의 제안을 건네주자
게인즈는 한 눈에 새로운 시각에 의한, '뜰' 만한 아이템이란 것을 직감했다.
게인즈는 원더우먼 프로젝트의 총 책임을 마스튼에게 맡겼고..
결과는...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사람의 본성을 통찰하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그는 본성의 남녀간 차이점과 그것의 사회화한 전형성에 주목하였는데..
1944년에는 American Scholar 학회지에 이에 대한
논문을 기고하며 다음과 같이 구술한 바 있다.


"힘과 의지와 강인함이 결여된 현재의 전형적 여성상만 강조된다면
소녀들 중 아무도 성인 여성으로 성장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수퍼맨처럼 강인한 초능력과 함께 여성의 강점인 선량한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캐릭터를 창조함으로써 여성을 진정으로 해방시킬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후에 그는 아내 엘리자베스 및 동료 올리브와 함께 동거하며
거의 '3자 부부' 같은 관계를 가졌다고 하는데.. (three-some?)
여성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아는 사람으로서 그럴 법도 하다..
..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평생에 걸친 심리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속성에 숨어 있는
성별에 따른 차이점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그가 알게 된 사실을
코믹북이라는 소재를 통해 널리 전파하고자 애쓴 사람이었다.


특히 여권이 그리 강하지 않던 시대에 여성의 위대함을 깨닫고
이를 문화코드 속에 녹여 보려고 한 시도는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and


꾸준히 자기 복제되고 있는 배트맨과 수퍼맨 등 DC의 영웅들에 비하면
원더우먼의 역사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래픽 노블과 영화, TV시리즈, 소설을 넘나들며
수퍼맨과 배트맨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원더우먼이 침잠해온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캐릭터가 여성이기 때문에 가부장적 사회인 현대의 이야기에 녹여내기에
많은 기술적 제약이 요구된다는 원인이 있을 수 있겠다
.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진 그레이와 캣우먼 정도를 제외하고는
수퍼 히어로물의 역사에서 독립 개체로 성공한 여성 캐릭터는 많지 않다.





둘째, 작가들의 역량이 부족하여 신화와 전설에 기반을 둔
원더우먼의 배경 플롯의 함축적 알레고리를 담아내기 버거운
현실적인 원인도 분명히 있다.


물론 이 점을 비판함에 있어 영역은 달리 해야 한다.
그래픽 노블 작가들은 독창적 자기 세계에서는 탁월하지만
기존의 컨텍스트를 답습하고 해석하는 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시나리오 작가들은 아예 코믹북의 세계에 대한 무지와 몰상식으로 일관해 왔다.


원더우먼의 스토리를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작가의 역량을 싸잡아 비난해야 하냐고 의문을 품는 분도 많으시겠으나...
어찌 되었든 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없던 것은 사실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인은 세번째이다.
원더우먼은 한 번도 인접 컨텐츠의 지원 사격을 제대로 받은 바가 없는
매우 쓸쓸하고 외로운 고군분투형 컨텍스트인 채로 지내왔다.


배트맨은 일찌감치 DC의 캐릭터 중에서 작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케이스.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로 대변되는 명작가들이 이미 1980년대부터
명작 그래픽 노블들을 줄줄이 양산하기 시작해온 것이다.





1980년대 말은 이러한 배트맨 명작이 극에 달했던 정점의 시대였다.
팀 버튼의 '배트맨 더 무비'가 1989년에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퍼맨은 영화가 죽쓰고 있는 동안에
걸작 TV시리즈가 플롯 회생의 견인차 역할을 맡았다.
1989년에 '로이스와 클락'이 ABC의 전파를 타기 시작해 4시즌을 거쳤고..
그 뒤를 이어 '스몰빌'이 2001년부터 WB의 전파를 타 지금에 이른 것이다.





1980년대를 그래픽 노블을 통해 배트맨이,
1990년대와 지금까지도 TV시리즈를 통해 수퍼맨이,
각각 승승장구하는 동안 원더우먼은 명성에 걸맞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원더우먼 하면 떠오르는 인접 컨텐츠는 오로지 이것 뿐이다.





하긴 그녀의 카리스마가 대단하긴 하다.
그 우월한 신체 비율과 기럭지, 귀여운 듯 매력적인 얼굴 하며...


하지만 되짚어 보면, 린다 카터의 카리스마가 과연
원더우먼의 코믹북 오리지널에 부합하는 성격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히폴리타의 딸, 다이애나 프린스는 근육질의 여전사이다.
그의 종족은 아마존이고 아마조네스의 후예가 아닌가.


린다 카터는 근육질로서 현실적인 액션을 보여주기에는
뭔가 상당 부분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며... 팔다리가 길긴 했으나...


특히 연기를 처음 해보는 초짜 배우로서
기본적인 억양이나 대사 소화능력에서도 부족함을 드러냈으니...


린다 카터의 외모에서 풍기는 카리스마의 허상에서
이제는 모두 다 헤어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판단한다.


더더군다나 TV시리즈의 30여편 남짓한 에피소드들은
첫 시즌의 몇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망스러운 수준인지라
에피소드의 일부를 극대화하여 새로운 컨텐츠로서 개발하는 일도
지금으로서는 확률이 지극히 낮은 일이 아닌가 싶다.


작가들이 정말로 기피하는 작업일 터이다.

애써 가며 만들어도 초등학생용 전작의 아우라를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농후한데 누가 시도하려 하겠는가?


대중들은 끊임없이 원더우먼의 영화화를 희구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가상의 포스터까지 등장했겠는가.





물론 우리의 폭스는 전혀 출연을 생각지 않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다. (다행이다...!ㅋ)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린다 카터를 넘어설 카리스마를 갖춘 배우를 못 찾기 때문에
원더우먼의 영화화가 어려운 것 아니냐고...


하지만 오히려 정답은 배우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코믹의 세계에서나 미디어의 세계에서나 원더우먼의 플롯은
그다지 크게 진보한 적이 별로 없는 것...


바로 그게 문제인 것이다.
문제는 스토리이다.



and


일본의 코믹북 시장 구조는 미국과 판이하게 다르지만
이따금 흥미로운 아이디어의 작품이 매니아를 흥분시킨다.


일리어드



이 매니아틱한 걸작은
놀랍게도 지극히 적은 한국 시장 매니아와
불친절할만큼 적은 정보량을 자랑한다.
작가에 대해서는 나오는 검색 결과가 정말 적은 것...


몇몇 매니아들만이 보물처럼 알고 있는
숨겨진 진주 같은 걸작이라고 평가한다.


역사의 미스테리를 좇는 플롯의 구조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 놀랍게 일치하는데
아마 이 작품이 먼저 나온 것일 터이니
표절 시비는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 물론, 그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아마 댄 브라운도 이 작품의 존재는 모르지 않을까 추측한다.


기존의 역사관에 반기를 드는 작품이
어디 코믹북이나 통속소설 분야에만 국한된 성향이었으랴?


움베르토 에코가 이미 80년대 초중반을
'장미의 이름'으로 시장을 휩쓴 바 있는데...
이 작품은 명백하게 중세 기독교관에
도전장을 내미는 플롯을 지향했다.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이 작품은 영화로도 너무 유명하고...
(장 자끄 아노, 1986년작)


오늘날 팍스 아메리카나 또는 팍스 브리타니아 식
서구적 이성주의가 역사관을 빌어쓰고 있는 곳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인데...


헬레니즘이 그리스 신화로, 헤브라이즘이 구약 성서로
각각 구상화되어 현실 세계를 지배해 왔다.


서양 중심으로 재편된 이러한 사상계 지배는
통상적으로 시민혁명 이후 왕정복고 운동이 전개되면서
기득권의 수구 논리를 지원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헤브라이즘이야 현대의 크리스찬 포퓰리즘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니 그렇다 치고...


헬레니즘이 현대인의 의식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보수주의와 결합한 헬레니즘의 문제가 사실 은근히 크다.
본 블로거가 정리한 바로는 대략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
(다른 연구자들의 견해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1) 마치 고대 문명의 발상지가 그리스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켜 왔다.
(2) BC 3천년 전에는 마치 인간이 살지 않았던 것처럼 믿게 만들어 왔다.
(3) 고대 문명이 태어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을 조장해 왔다.
(4) 인종에 등급이 매겨져 있다는 생각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5) 신화와 전설은 옛날 이야기일 뿐이라고 여기도록 유도해 왔다.


죄질(?)을 따지면 이 중에 (3)이 가장 괘씸한 일일 터이다.
또한 (3)이 있었기 때문에 (4)가 가능했던 것이고...
서양인들은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히틀러 인종청소'의 근본사상이
사실 (4)와 같은 논리들이었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서양인들이 모르다고?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서양인은 모두 인정할 것이다.
그들은 역사 시간에 그네들의 중심 사상이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라고
분명히 배웠기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도 세계사 교과서에
똑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는 것이겠지만... ㅋ


하여튼 이런 복잡한 내용을
공부도 덜 되어있는 본 블로거를 통해 듣는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몇 해 전 서점가에 나온 책 한 권을 읽어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블랙 아테나



이런 중요한 책이 서양에서 발간된 후
20년이나 지나서야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놀랄 노자 뉴스이고...ㅋ


제목이 왜 아테나인가...
여기에서 원더우먼과 연관성이 발견되는데...


맨 위에 언급한 걸작 일리어드에는
원더우먼의 배경 설화의 근간을 이루는
아마존 종족에 대해 꽤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5권에서도 약간 다루고 있고
주로 9~11권에서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이 아마존 종족이 바로 아테나 여신을 섬기는 민족이다.
아마조네스의 공격성이 상상이 가지 않는가..


여기서 한 가지...
아마존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종족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냥 신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사람들 또는 지명이라고 보시는지?


일리어드에 따르면...
(헛기침!)


아마존의 소재지에 대해
크게 북아프리카설과 소아시아설의 두 가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 중 일리어드는 북아프리카설을 지지하고 있다.


북아프리카라고 하면 무엇이 연상되는지?
북아프리카의 여전사가 아마존 종족이라고?
그렇다면 그 후예인 원더우먼은 흑인이 되는 셈인가?


북아프리카의 여인들을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얼굴 형태나 유전적 생김새에 있어서...


이런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이 지역의 여인들은 아라비안 나이트스러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물론 흑인종도 존재하고 코카서스인종과 많이 섞여 있다.


어찌 되었든 북아프리카의 백인 하면
모니카 벨루치가 지극히 연상되는 얼굴이 투영되는 것이다.
모두 다 그렇진 않겠지만...


원더우먼의 만화 속 스케치를 기억하는지?
다이애나 프린스는 시종일관 검은 머리이다.
인종적인 고려가 있었던 셈이라고 생각한다.
저 위 여인들 머리카락의 짙은 색감을 보라.


참고로, 본 블로거가 소아시아 지역을 약간 여행해 봐서 아는데
소아시아 지역 여인들도 아랍스러움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우크라이나 등등이 해당되겠다.


원더우먼의 조상은 아랍인인 것이다. 아니면 흑인...


그들은 RPG에 등장하는 가상의 엘프족이 아니라
그리스 문명 초기까지 공존하며 실존한 종족이었다고 일리어드는 전한다.


그 실존 시기는 추정에 의존해서 밖에는 알 수 없는데
일리어드는 기원전 3~4천 년과 1천5백 년 사이라고 주장하고
본 블로거는 그보다 몇만 년 전 앞인 청동기 후기였을 거라고 주장한다.


일리어드 주장의 근거는 작품을 보면 나올 것이고...
본 블로거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보잘 것 없지만...)


1. 신화와 전설이 사회의 중심 논리였던 시절이었다.
- 즉 이성과 합리를 무기로 정치적 야심에 집중하는 사회상이 아니다.
- 이성, 합리, 초기 민주주의와 노예제.. 이런 건 그리스부터 등장한다.


2. 모계에서 부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상징하는 생존 형태이다.
- 여성 중심의 국가 형태이지 않은가? 남자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겠으나..


3. 아마존의 전투성은 수비용이었지 정복전쟁 용도가 아니었다.
- 전투력이 남아돌아서 다른 국가를 침략할 수 있을 만한 여전사들이 아니다.
- 그저 내 고장을 자주국방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소유했던 것이다.
- 전투력 과잉으로 인한 침략전쟁은 청동기 후반 이후에 등장한다.


일리어드에 따르면...
이들 종족은 지금의 모로코 탕헤르 지역과
리프 산맥을 중심으로 크게 번성하였으며...



그들의 주신은 다산, 전쟁, 수확, 지혜 등을 이념으로
올빼미, 암소, 젖소, 뱀, 새 등으로 상징되는 여신이었다.


이 여신이 이집트에서는 네이트라고 불리었고..
그리스로 넘어와서는 아테나가 되었고..
그리스 신화에서 적대적인 이민족을 상징하는 메두사로 남았다.


아테나는 그렇다 치고, 메두사..?
머리카락이 뱀인 흉측한 모양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건 그리스인들이 북아프리카의 용맹한 여전사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은 것이라고 한다.


방금 11권까지 겨우 독파했는데
생각나는 것이 이 정도...
하여튼 흥미로운 지식과 주장이다.


원더우먼의 조상이 실존했었고
여전사이자 지혜와 평화의 상징으로서
원더우먼이 코믹북 속에서 갖고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신화와 전설이 그냥 옛날 이야기가 아니고
인간의 삶을 축약하여 풍유적으로 보여주는
사상의 계승 수단의 하나임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것이다.


토슈사이 가라쿠와 우오토 오사무...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안 나오는 두 작가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휴~ 배경 조사를 얼마나 빡세게 했을까?



and


오늘날의 여성이란...
힘없는 자, 약자이고 소외계층이다.


엘지 크리슬러 세거가 창조한 뽀빠이에 보면
올리브 오일(Olive Oyl)이라는 여자 캐릭터가 나오는데...



"도와줘요, 뽀빠이!"를 입에 달고 산다.
약하니까 항상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원래부터 약했을까?
여성은 언제부터 힘을 상실했는가?


바꾸어 말하면, 남자가 언제부터 강해졌는가..
하는 것과 같은 질문이 될 것이다.



1. '시대'에 대한 오해


답은 청동기 시대.
bronze age 되겠다.


청동기 시대는 흔히 BC 3천년 경부터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


BC 3001년까지 신석기 시대였다가
12월 31일 달력 바뀌면서 땡 하고 청동기가 등장했다는 뜻이 아니다.


역사 이전의 선사 시대가 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금 편의상 구분하는 시대끼리는 서로 겹친다.
(많은 경우 역사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수십 년 정도 겹치는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 수만 년을 겹치는 것이다.


기원 전 3천 년에 청동기가 등장한 것도 사실이지만
기원 전 3천 년의 같은 지역에서는 신석기도 함께 사용되고 있었다.


따라서 여자들이 약해진 시기를
지금부터 5천 년 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1만 년 전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고
지금부터 2만 년 전일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인류 역사 문명의 기원을 기원 전 3천 년으로 보고 있지만...
이것은 그냥 말 그대로 정설일 뿐이다.
가장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썰이라는 얘기일 터이다.


실제로 인류는 이미 수만 년 전에
고대 국가를 건설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2. 지식과 계급의 출현


신석기인지 청동기인지 분명치 않으나
대략 몇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여자들이 약해지기 시작했던,
그 시기는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시대이다.


확실한 과학의 법칙도 알려진 바 없었고
유일한 지식이 구릿물을 녹이는 방법이었다.


구릿물을 녹이는 방법과 불의 온도 등을 다루는 비법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나노 기술 같은 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그 시절 최첨단의 기술이었고
유일하게 현상적으로 사실이 증명되는 지식이었던 것이다.


이 시기부터 사람들이 '앎'에 눈뜨기 시작했다.
뭔가를 알아간다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지식의 개념에 눈을 뜬 것이고
지식을 많이 소유한 지식인과 선각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먼저 알게 된 사람들은 아직 앎이 없는 사람들보다 우월해졌다.


우월함은 사회적으로 강해진다는 것을 뜻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선각자나 지식인은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계급의 출현인 것이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양분되기 시작했고
지배층이 지배하게 만드는 것은 힘과 앎..
즉 권력과 지식기술이었다.


물리적인 힘이든 정신적인 힘이든
강한 것이 살아남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 때부터 여자는 남자의 물리력 앞에
스스로 약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3. 신화와 전설의 시대


'앎'이 세상을 지배하고 난 후,
세상은 흉폭해지고 비정해지게 되었다.


'앎'이 삶을 지배하기 전에는 어떠했을까?
그때는 안다는 것보다 믿는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앎'의 시대 이전에는
'믿음'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들은 열심히 제를 올리면
삶이 윤택해질 것이라고 '믿었고'...
제를 올리는 대상을 의인화하여
우상으로 삼게 되었다.


우상에게는 적당한 이야기를 붙여서
후대 사람들도 그를 숭배하도록 하였다.
그냥 '위대하다'는 관념보다도
'위대한 이야기'는 대상을 위대하게 포장하는 힘이 있었다.



신화전설은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석기 시대는 곧 신화와 전설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특별하게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좋은 세상이 되겠지 하고 믿는 바에 의존하여
인생을 영위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4. 모계 사회의 전통


그 시절, 여성은 약하지 않았다.
여성은 사회의 진실을 파악하는 직감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대부분 강력한 정신력을 소유한 사람들이었다.


이는 평균적으로 아둔하고 수동적이었던
남성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었다.


자연 현상과 공동체의 원리에 대해
직감과 감성에 의존하여 더 빠른 이해력을 보여 주었고
이런 정신적 요소에 의해 여성은 헤게모니를 장악한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에 부락의 중심인물은 언제나 여자였다.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였지만 명령보다는 설득에 의존하였고
이익과 명분에 집착하기보다 함께 굶지 않고 잘 살아가는 방법을
무엇보다도 최우선시하여 고민하는 선각자였던 것이다.


때로 그런 여성들은 제사장의 모습을 띄기도 했고
영매의 모습을 띄기도 했지만..
사실 실제로 영적인 능력이 존재했는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진 정신력으로
남자들과 사회의 헤게모니를 쉽게 장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부계의 전통은 중요치 않게 되었고
가족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갔으며
새로 태어난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중요치 않았다.
오로지 그 아기를 낳고 키울 어머니만이 중시되었다.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노동력과 생산성의 증가를 뜻하므로
출산은 대단히 중요한 사회적 생성기능이었으며...
출산을 담당하는 여성은 사회의 선구자들이었다.


급기야 출산은 신성시되기까지 했으며
출산의 원인이 되는 교접행위는 종교의식처럼 인식되었다.
교접을 통해 교환하는 생명의 씨앗은 신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여럿이 힘을 합쳐 사냥을 하고
냇가에 그물을 쳐 고기를 잡고
여러 사람이 들에 나가 열매을 따왔다.


그들 삶의 본질은 굶주림의 해소에 있었으므로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다 동원되었고
더 많은 사람이 생기면 생길수록 좋았다.


단지 굶주림을 해결하고
서로 감정을 교환하며
시기가 무르익으면 교접하여 생명을 낳는...


그리고 그 생명은 다시 생활의 패턴을 반복하는
그런 삶 속에 전쟁이나 정복의 개념은 없었다.


여성이 지배하는 사회의 모습은
지극한 평화 그 자체였던 것이다.


5. 원더우먼의 배경


이러한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3만 년 전이었는지
30만 년 전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돌을 사용하던 그 순수의 시대에는
여자가 더없이 강했다.


원더우먼은 사실...
바로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신화와 전설이 사회를 지배하는 중심 논리였던 시대..
감성과 직감에 대한 믿음으로 진실을 추구하던 시대..
여성의 지배 속에 극단적 안온함과 평화가 횡행하던 시대..


그런 시대에 들판을 누비며
내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추구한
강인한 여성.. 그 여성상의 표본이 다이애나 프린스인 것이다.


물론 원작의 스토리는 현대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배경에는 수천 년 전에 아마존 여성 종족에게 일어난
신화적 사건이 숨어 있다.


강하고 지혜로왔으며 아름답고 진실했던
그 시절 보통 여성의 진정성...


원더우먼은 바로 수만 년 전 인생을 살다 간
무수한 보통 여성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셈이다.



오늘날의 여성은
그에 비해 얼마나 행복한가?



and


원더우먼은 흔히 수퍼히어로 픽션 역사에 등장한
최초의 페미니즘 캐릭터라고 불리운다.



이렇게 페미니즘의 혜택을 등에 업게 된 것은 원작 때문이다.
오리지널 플롯에서 원더우먼이 상대하는 악역이 상당수 남자인 것이다.


가장 강력한 원더우먼의 라이벌로 꼽히는 아레스가 남자이고...



원더우먼의 어머니인 히폴리타의 전설에서
히폴리타의 명예에 타격을 주는 존재가 헤라클레스(씩이나!)이고...



원더우먼을 죽기 일보직전(!)까지 몰아 부치는 것이 네론이고...



원더우먼의 사회적 명예를 실추시킨 남자가 맥스웰 로드이다.



원더우먼은 심지어 수퍼맨과도 싸웠다.
수퍼맨의 정신이 맛이 간 상태였긴 했지만...



하지만, 원작 팬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원더우먼의 악당 중에는 여자도 있다.


치타가 있고...



자이갠타가 있고...



키르케가 있다.
아, 멋있다...ㅋ



키르케가 이 중 가장 강한 것 같지만
어딘지 아레스나 네론의 힘에 비해서는 밀리는 느낌이다.


여차저차한 이유로 원더우먼의 적 = 남성악당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 같은 것이 대중의 환기를 불러 일으켰고
그것이 원더우먼에게 페미니스트로서의 성격을 부여했다.


이 성격이 타당한 것인지는 다음 기회에 논한다.



and


오늘날의 DC를 있게 한 수퍼히어로 3인방...

각종 랭킹차트가 증명하고
독자와 팬의 마음 속에 새겨진 강력한 이미지가 이를 증명하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3인...


수퍼맨 Superman




배트맨 Batman



그리고
원더우먼 Wonderwoman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