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규네 : MUSIC'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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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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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 그게 도대체 뭔데



Does Chinese Despotism Ever Understand

What the Press Is Supposed to Be About?








중국은 공식적으로 집단 지도 체제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란 문제를 민주 정치 국가에서 상정할 수 있는 만큼

궁극적인 사회 통합의 가치로 취급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먼저 봉착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중국 헌법에도 언론의 자유란 항목이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죠. 예, 있기는 있어요. 어디 그것 뿐인가요.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 오늘날 민주 국가의 기본 덕목으로 꼽는

요소는 다 갖고 있어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또 축자적으로는.



그러나 — 헌법학이나 정치학 일반 이론을 한 번이라도 공부해본

분들은 다 알겠지만 — 현대 헌법의 가치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적

규정이 아니라 실질적 준수 여부와 그 온존의 수준입니다.



헌법전이 문자 몇 마디 박아놓는 것 정도는 사실 일도 아니에요.

그냥 좋은 말 갖다가 잘 써놓으면 그뿐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문자로 써놓은 내용이 가리키는 무형의 정신적 가치가 그 나라

정치 문화에 깊게 배어 생활의 수준에까지 다다를 정도로 눈에

보일 만큼 현실적 의의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일 거에요.








최근의 홍콩 소요 사태를 관찰하신 분들은 이미 느끼시겠지만..

그런 관점에서 중국적 사회주의 정체가 인민의 대의를 반영하는

진정성을 가진 정치 이데올로기인가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현대 중국의 헌법 구조 및 구체적인 헌법

가치에 관해 홍콩 문제와 중국식 정치 이데올로기, 언론의

기능이란 면으로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 관점을 돌려보면 근본적으로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하고 깨달을지 모릅니다. 중화 인민 공화국의 현대적 정체를

완성한 82년 덩샤오핑 헌법 이후, 현대 중국의 정치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개념으로서 일당제 집단 지도 체제에 의한 사회주의

공화국이란 것을 끄집어낼 수 있는데요.



근본이 사회주의에 있는데 인민의 풀뿌리 의사를 억압하고

박해한다..? 모름지기 폭력 혁명에 의해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세상에 태어난 이데올로기가 사회주의 아니었던가요? 우리가

역사를 거꾸로 알고 있는 겁니까?








물론 중국 공산당 당국은 여기에 일당 지도 체제의 단일 국가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란 정치적 명분을 언제나

간편하게 대입해 왔습니다. 언뜻 넓은 영토에 연방적 자치를

추구하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국은 중앙 집권적 정치

논리에 충실한 사실상의 독재 국가이거든요.



자유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매우 의아한 지점이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언론 기능이란 것도 양상이 참 기형적입니다.

권력을 통제하여 삼권 분립과 다른 제4의 견제균형을 제공하는

민주적 언론 기능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지난 3월에 독일 언론 DW(Deutsche Welle; 도이체 벨레)

대만 주재 특파원을 통해 기술한 현대 중국의 언론 양상에 관한

기사도 바로 이런 맹점을 짚었어요. 국경없는 기자회로부터

매년 언론 자유도 하위권을 기록하는 중국 언론의 사회적

효용이 중국을 넘어서서 세계 언론 지형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한탄이었지요.



이 특파원 보도의 주요 골자는 이거에요. 중국의 언론이 과연

언론 기관인가, 아니면 공산당 선전 매체인가 구분이 안 가는

행태를 보여준다는 것이지요. 마치 히틀러 시절 괴벨스 정책에

버금가는 파시즘 독재 수단의 현대 버젼을 보고 있는 것 아냐,

하는 생각이 들 거란 말이에요. — 아, 괴벨스-파시즘 표현은

본 블로거의 주관적 해석입니다. 오해는 마시고.










공산 국가의 선전 선동 방책에 대해,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

시민들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기에, 감이 오실

겁니다. 북한, 소련, 중공, 동독 등 과거의 사회주의 세력들

모두 이런 정책을 썼고 (일부는 지금도 쓰고 있으며) 현대적

관점에서 이런 것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구태의연한

인상을 주는지 능히 상상이 가능할 거에요.



그런데 21세기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의 현대적 정책상은 매우 기이한 모습입니다. 언론이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거든요. 언론이라 쓰고 선전이라

읽는 식인 거죠.



냉전이 종식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다느니

하는 일차원적 노선을 걷진 않습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은

이미 자본주의로의 개방을 받아들인 수정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왔어요. 78년 이후 벌써 40년이 넘었네요.



대신 지금의 중국은 일대일로 같은 대외 슬로건을 표방하며

‘하나 된 중국’의 통일된 중앙집권적 국력을 광고하는 데에

집중하는 형국입니다. 즉, 시진핑 시대 G2 중국의 정치 노선

일체는 일대일로 하나의 개념으로 통일하여 설명할 수 있어요.








현대판 실크로드를 표방하며 중국 경제권의 해외 시장 정복

목적으로 시진핑 리더쉽 시스템이 추진하는 정책적 전략 체계를

가리켜 일대일로, 一带一路 = Belt and Road Initiative /

One Belt One Road(OBOR) ..로 칭합니다. Yídài Yílù..



주로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를 표적으로 삼아

그 나라 산업 인프라 시설의 대규모 기간 공사를 수주해 중국

기업에 몰아주고, 건설 자금의 융통은 AIIB,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 같은 중국 중심 금융 인프라와 그 나라 정부를 이어주는

식으로 사업이 이루어지고요. 표적이 되는 국가들이 주로 예전

실크로드 비슷한 모양새로 군집을 형성하는 특징이 있죠.



쉬운 말로요? 중국 기업이 미국 등 서방 제치고 세계를 양분해

먹어 치우게끔 이끄는 시진핑 황제의 전략인 거에요. G2로서

기득권을 철저하게 보전하고 2049년(중국 건국 100주년)까지

중국의 먹고 살 길을 확보하고자 하는 초국가적 범지역적 경제

계획인 셈이에요, 시진핑 정치 집단이 구상하고 시행하는…



사실 실상을 까보면 오로지 중국이 먹고 살기 위한 방편

불과해요. 과거에 미국이나 소련이 주도했듯이 우호 진영을

위해 호혜적 성격으로 펼치는 경제 구호책.. 마셜 플랜 같은

것..? — 이런 거 아니에요.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반중파들이 있죠.








문제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현대적 마셜 플랜인 듯이 둔갑하여

선전하고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거기에 자본주의 언론 시장

복잡성 지형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이죠.

예의 도이체 벨레 기사가 잘 분석해 주었는데요.



중국은 대부분 국영인 그네들 언론사를 서방 자본주의 시장에

꽤나 전략적으로 풀어 놓았어요, 서구 광고 수익 시장에서의

엄청난 큰손으로 활약하는 새로운 위상과 함께. 뭔 말이냐고요?

현재 세계 언론계 광고 시장의 가장 큰손 중 하나가 바로 중국

공산당이란 말이에요.



서방의 언론사 중 상당 지분이 중국 광고주의 영향 하에 있다고,

많은 비평가와 연구자들이 나름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어요.

물론 기사의 내용을 입맛대로 좌지우지 한다거나 중국 국내에서

하듯이 장난치는 구도를 만들 수는 없어요. 하지만 여러 변수를

통해서 중국의 중앙 정책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게 진실에 가깝다는 주장인 거죠.








중국이 취하고 있는 방법은 다양한데 특기할 만한 양태 두 가지를

거론하자면... 첫째, 세미나 같은 국제 규모의 이벤트를 활용하고

있어요. 이동 및 체류 비용 전액을 공산당이 부담하여 전 세계의

언론인을 중국으로 초청하고 호화로운 접대와 교류, 취재의 환경을

제공하는 거죠. 물량 공세인 셈이에요.



둘째, 중국 국영 방송 중 가장 유명한 CGTN 같은 곳에서 현재도

지속 제작 중인 콘텐츠 중에 '차이나 워치'라고 있어요. 유튜브만

검색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짧은 단편 꼭지용 TV포맷

콘텐츠인데요. 중국이 벌이고 있는 대내외 사업이나 경제 개발

현황을 철저하게 중국적 관점에서 묘사하고 설명하는 동영상

단편물 시리즈 정도로 보면 되요. China Watch..



세계 방송 네트워크에 이 시리즈를 대량으로 배포하며 무의식 중에

중국적 사고 방식이 공산당 수뇌부에서 서방 가정의 시청자 층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는 거에요. 서구권

방송사 입장에서도 꽤 그림이 좋은 단편 꼭지 시리즈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경우 마다할 이유는 없거든요. (정규 프로그램 사이 사이에

끼워 편성 메꾸기 딱 좋으니까) 아울러 적정하게 광고 수익도 올릴

수 있을 테고요. 바로 이 빈틈을 노린다는 거죠.








G1인 미국도 이런 작태를 보이지는 않아요. 미국이 취하는 소프트

파워 전략은 훨씬 덜 노골적이죠. 헐리우드 영화나 각종 씽크탱크

연구소의 리포트 같은 방법을 주로 쓰잖아요. (지난 반세기 동안

여기에 열심히 투자한 나라가 일본이고요.) 바야흐로 중국도 자기

나름의 소프트 파워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인데 그 양상이 훨씬

저열하고 노골적인지라, 뭐라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하네요.



기사는 차이나 워치를 일종의 현대판 트로이 목마 같은 거라고

표현해요. 은연중에 중국 공산당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자본주의 국가 백인 주류 사회에 퍼질 거라는.. 뭐 그런

얘기이죠. 쉽게 수긍하긴 어렵지만.



과연 이런 전략이 먹힐까요? 한국의 주류 시민 사회만 하더라도

수천 년간 중국의 역사와 얽히고 부대낀 역사적 DNA로 인하여

일본 만큼이나 가깝고도 먼 나라처럼 느끼기에, 북미와 유럽이

우리가 느끼는 정도로 깊이있는 식견을 가질 수 있을까, 쉽사리

감이 오지는 않아요.








한국인은 중국의 생각에 동화되기에는 지나치게 중국을 잘 안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죠. 오히려 우리와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나라는

베트남 정도에요. 북미나 유럽은 한국이나 베트남에 견줄 만치

역사적 경험의 깊이가 부족하고 되려 오리엔탈리즘 같은 편견성

동인으로 인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집단 의식이 변화할

변수가 크지 않을까, 하고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에요.



헐리우드 영화에 차이나 머니를 무식하게 투입해 되레 대중적인

역효과를 일으키고 다니는 것이 현재 중국 공산당식 소프트 파워

정책의 현주소이니, 또한 사회주의식 프로파간다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는 점이 이미 역사의 반면교사 사례를 통해 입증이 되고도

남았으니, 괜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도 듭니다만.



다만 가뜩이나 위축되어 가고 있는 기성 언론 시장의 지형에 중국

자본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는 점만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사에 취재원으로 나선 멜버른 대학교 루이자 림 교수 역시, —

프로파간다의 효과성이 입증된 것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 광고

수익 자체에서 오는 중량감이 현장 언론인의 재갈을 물리는 암묵적

검열 수단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했어요.








기사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논평하자면 이와 같고요. 전문 해석을

게재하면 좋겠습니다만, 이 기사 역시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 정도 선에서 에둘러 인용하고 마는 점을 양해해주기 바랍니다.

도이체 벨레 기사 전체에 제한이 걸린 것은 아직 아닙니다. 나머진

원문 기사를 그대로 정독하시길 권장합니다.




*DW: original link

https://www.dw.com/en/how-chinas-new-media-offensive-threatens-democracy-worldwide/a-48063437



How China's new media offensive threatens democracy worldwide

중국의 언론 공격은 어떤 방식으로 세계 민주 정치를 위협하고 있는가





덧붙여서, 중국 언론의 한심한 한계를 목도하며 홍콩의 현재 모습이

슬프게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정부 차원에서야 쉽사리

나설 수 없는 공식적 명분이 있지만, 개인과 시민 사회 차원에서야

어디 그러합니까, 사람 사는 세상인데. 특히 우리 80년과 87년 등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시민들 반응이 많은 듯해요.

연대의 감성을 떠올려 보시길 조심스럽게 권유합니다.







*차이나 워치의 대략적 모습은 아래와 같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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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John Bolton Fired: Will This Work as an Affirmative

Signal to the US-DPRK Denuke Talks?







간밤에 꽤 괜찮은 뉴스가 날아 들어서 짤막하게 포스팅을

안 할 수 없네요. 다들 들으셨죠? 존 볼턴해임되었습니다.



정기 구독하고 있는 뉴욕 타임스 보도를 주로 유심히 읽어 보았는데

번역본을 신속하게 올려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사오나, 요사이

뉴욕 타임스와 살짝 저작권 관련 트러블이 계류 중이라 전문 번역은

아무래도 힘들겠습니다. — 소송 중인 건 아니에요.



그래서 오늘자 — 저쪽 시간으로 화요일자 속보 — 긴급 뉴스를

신속하게 훑고 문단 별로 내용 요약하여 전달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아마도 뉴욕 타임스는 저작권이 잘 안 풀릴 것 같으니 추후에도 전문

번역은 못 올릴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이란, 아프가니스탄 및 특히 북한 문제 전문가로 외교 정책 노선의

핵심 역할을 자임하고 있던 존 볼턴에 대한 해임과 경질이 미국 시간

화요일 아침에 공식화하였답니다. 언제나처럼 트위터 해고를..



뉴욕 타임스 기자와 단독으로 문자를 주고 받은 바로는 볼턴 스스로

사임을 청하는 형식이었다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볼썽사납게 먼저

언성 높이고 하는 형태는 아니었다고… 딴은 그러하다 하고요.



원래 현지 시각 화요일 오후 1시 반에 폼페이오 국무 장관 주재

백악관 브리핑이 예정되어 있었고 볼턴 보좌관 배석이 공식 일정으로

발표되었다는데 이때 불참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하고요.







트럼프 행정부에서 존 볼턴 존재감의 의의를, 이제는 많은 한국

시민들이 알고 계시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대이란 및 대북한

강경파 노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볼턴의 교체는 지금까지 미 국무부 내에 상존하던 전통적 강경파

외교 실무자들의 일보 후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거겠죠.

워싱턴의 일반론도 일단 이런 즉시적 해석을 내놓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경질의 배경에 작용한 직접 원인이

한반도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현재 트럼프 정부에

두통을 몰고 오는 가장 큰 사안이 한반도 문제는 아닐 겁니다.)







지난 18년간 수천의 군인을 희생양으로 삼아야 했던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탈레반 반군을 대상으로 지리한 응전을 계속해온 미군을

철수하는 문제가 트럼프—볼턴 간 갈등 요인의 핵심이었고요.



탈레반과의 싸움을 멋지게 끝내 평화의 전도사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해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반군 지도자를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해

평화 협정에 조인하는 ‘쇼’를 연출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이 ‘위대한 쇼’ 프로젝트에 극렬하게 반대한 인물이 볼턴이었다죠.

그런 쇼 안 하고도 철군할 수 있는데 뭐하러 쓸데없는 일을 벌이냐

하는 반대 논리였다는데요.



이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재선을 위해

적당한 ‘쇼’의 연출이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분이잖아요. 결국 쇼는

안 하기로 한 모양이에요.



사실 펜스 부통령 파벌 역시 극렬하게 쇼에 반대한 한 축이었대요.

대통령과 부통령의 노선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숨어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고, 부통령 안에 찬동하던 볼턴은 일종의 새우

등이랄까, 결과에 책임지는 희생양으로 이런 결과를 맞은 듯해요.

부통령을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장 직접적인 최근 요인이 아프가니스탄 문제였긴 했으나 정가의

관측에 의하면 그 이전에도 이란 및 북한 등 문제로 볼턴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면이 있을 거라고 예측들 합니다.



이란 관련해서는 단기적인 경제 지원이나 이란 대통령과의 전격

회동 등 트럼프 특유의 예측불허 방책을 최근 시도하려 했으나

이것도 (볼턴 등 외교 라인 내 전통적 강경파들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었다 하고요.



또 몇 달 전 미군 드론을 이란군이 요격한 일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보복 공습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필요한 확전을 자제하자며,

전격적으로 취소를 단행한 일도 있었고요.







북한 관련해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아시아 주변국을

자극할 최근 미사일 시험에 관해, 전통적 강경파들의 시각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계속해서 ‘이 정도는 용인할 만하다’는

긍정 시그널을 보내온 일이 있었죠.



또 지난 6월말 전격적인 판문점 회동에 볼턴이 극렬하게 반대했고

(많은 한국인들이, 방해될까봐 대통령이 급히 볼턴을 몽골로 보내

버렸다고 이해했는데) 실상을 까보니 볼턴 본인이 엄청 실망하여

스스로 몽골 일정을 강행한 것이었다고 하네요.



이때 그 직전 방일을 전후하여 일본 돈줄을 뒷배로 한 친일파 미국

관료들이 북한 미사일 시험을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분석했고 볼턴이

자랑스럽게 방송에서 이 분석을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일본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난 생각이 다르다’며 북한을 쉴드 쳐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더랬죠.







하나 더 덧붙여서, 최근 남미 정국을 눈여겨 보신 분들은 다 알고

계시겠으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움직임 뒤에

미국의 힘이 작용하고 있잖겠어요. 이 배후 공작을 볼턴이 주도해

왔는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최근까지 세간의 평가라 하죠.



베네수엘라 사안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 속에 차곡차곡 마이너스

점수를 매겨 놓기에 충분한 동인이 아닐 수 없겠어요. — 베네수엘라

사태는 결국 교착 국면으로 장기화할 것 같네요.







문제는 이런 정국 하나 하나를 넘길 때마다 볼턴 특유의 강경한

궁시렁 버릇이 튀어 나오면서 이미 다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기 저기 불평을 옮기고 다니는, 어찌 보면 한 조직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하급자로서 절대로 취해서는 안 되는 비생산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거에요.



이런 일이 몇 차례 쌓이고 쌓이니 트럼프 대통령이 속으로 계산해

놓은 살생부 지수에서 점수가 차곡차곡 누적되고 있었을 거다..란

추정들이 지금 막 나오고 있어요. 그동안 행동을 보면 언제 잘려도

잘릴 만했다..고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하고요.



볼턴의 퇴장으로 그를 지렛대로 삼아 외교 노선을 움직이려던

의회 내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 공화당 유타 주

상원의원 밋 롬니가 대표적이고요. 반대로 세상이 더 평화로워져

환영한다는 온건파들도 있어요. — 공화당 켄터키 주 상원의원

랜드 폴이 대표적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순수하게 자국 우선주의적

외교안보 정책을 통해 전선을 확대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상대인 G2 중국과의 일전에 국력을 집중하자는 걸로 보이고요.



볼턴 등 전통 강경파들이 그들에게 익숙한 매파 노선을 밀어 붙이는

행태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력을 집중해야 할 때 쓸데없이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니, 아니 미국이 온 세상을 상대로 싸우고 다닐

거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일 거라고... 트럼프 전략의 현주소를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항상 주장하지만 말만 거칠게 할 뿐, 의외로 트럼프는 현실적인

평화주의자에 가깝다니까요. 거친 언사도 길게 보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죠. 17년에 북한과 그랬쟎아요.)







자, 사안의 골자는 대략 이러하고... 앞으로 정국에서 중요한 건

후임자가 누구인가, 언제 인선되는가 하는 등에서 트럼프 외교

정책의 장기 밑그림을 읽을 수 있겠죠? 다음 주중으로 새로운

사람을 임명할 것이고 아마도 대선 전까지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될 거라고, 워싱턴 정가에서 예상들 하는 듯합니다.



볼턴 등 친일적 전통 매파들의 방해 공작을 뚫고 평화 국면을

납땜해보려 눈물겹게 애써온 문재인 정부에게도 앞으로 강한

호재로 작용하지 않겠는가 하여 기쁘게 생각하고요. (훌륭한

국무위원들이 복을 몰고 온 듯하네요. 강한 조국 만세입니다.)



북한 역시 다시 올 수 없는 이 기회를 십분 살려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비핵화와 경제 재건,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가는 대로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싶어요. 미사일 좀 그만 쏘시고..



모쪼록 트럼프 대통령의 의외로 평화적인 복심과 의중을 적확하게

읽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인사가 인선되길

강력하게 희망합니다. 이상으로 긴급 포스팅을 마쳐요.




*New York Times, to be redirected to...

https://www.nytimes.com/2019/09/10/us/politics/john-bolton-national-security-adviser-trump.html?campaign_id=60&instance_id=0&segment_id=16896&user_id=e7d084cab856e4f42b6946f15c96889e&regi_id=96722704in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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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 Kindleberger Trap and Joseph Nye, PhD. :

An In-Depth View Over New Superpowers Age







킨들버거의 함정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개념이 더 먼저 널리 알려졌죠.



21세기 기준 오늘날의 국제 정치학에서 슈퍼파워, 즉

강대국 파트 각론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강의실에서도 반드시 가르치는 필수 요소에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더 먼저 널리 알려지지 않았나

본 블로거의 인지 기억으로는 그러한데, 틀릴 수도 있어요.

사실 연원을 따지면 킨들버거의 함정이 먼저 나온 거긴 하죠.




(Charles Kindleberger)




찰스 킨들버거란 사람은 20세기 전반기에 활약한 미국인

관료이자 경제사학자에요. 30~40년대에 걸쳐 재무성, 연방

준비 위원회, 중앙 정보국, 국무성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2차 대전으로 황폐화한 서유럽 각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

정책으로 마셜 플랜을 기획한 핵심 관료 중 하나였어요.



이후엔 공직을 청산하고 정년까지 MIT에서 교편을 잡아

국제 경제학 및 경제사 분야에서 굵직한 연구 성과를 냈죠.

70~80년대에 걸쳐 대공황의 원인을 분석하며 발표한 소위

패권 안정론, hegemonic stability theory란 사상 체계는

신현실주의 국제 정치경제학파에 깊은 영향을 끼치죠.



아래 기고문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함정 개념이 바로 이

패권 안정론의 주요 골자를 거론하고 있는 거에요. 전간기

영국의 패권이 무너지고 미국이 새로운 슈퍼파워로서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리더쉽을 보였어야 했건만

그걸 못했기 때문에 대공황에 2차 대전이 왔다는 요지에요.



이 이론 구조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간에 한 번쯤은 귀담아

들어볼 만한 이론 체계라 할 수 있어요. 국제 정치학자들의

사상 세계가 실제로 오랫동안 강대국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니까요. 헨리 키신저를 보세요.



또한 최근 미중간 무역 전쟁의 여파를 분석할 때 많은 이론가들이

낡은 책장에서 이 이론을 다시 끄집어내 해석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어요. 2000년대 이후 세계 질서는 미국 유일 파워의 시대가

지고 미중 G2의 새로운 태양이 떴다고 보는 편이 일반적인

시각이니까요.



(Thucydides)




(Joseph S. Nye, Jr. PhD.)



기고문을 게재한 곳은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정치대학원 산하

벨퍼 연구원의 공식 홈페이지입니다. 17년 1월 초였더랬죠.

조지프 나이라는, 20세기 최고의 국제 정치학계 스타 석학께서

쓰셨어요. 잘 아시죠? 클린턴 행정부 시절 '수상급' 차관보를

역임하여 관료로서 이름도 익히 알려진 분입니다.



분류 계통상으로 이 분은 로버트 커헤인과 함께 신자유주의*

국제 관계학의 계보를 형성하는 대학자이십니다. 소프트파워

참신한 개념을 학계에 유행시켜 스타로 발돋움하셨죠. 관료로나

학자로서 80~90년대의 세계 정세 및 사상계를 멱살잡고 이끈

리더로 평가합니다. 현재는 하버드대 석좌 교수이시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국제 정치학에서 논하는 신자유주의와 흔히

공중 일반에 널리 퍼진 신자유주의는 서로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일반적 신자유주의프리드리히 하이에크밀턴 프리드먼

필두로 한 경제학 사조 및 제도 체계를 가리키죠. 리버테리언,

작은 정부, 공기업 민영화,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 뭐 이런 거.



나이 석좌 교수께서 일목요연하게 짚어낸 본 기고문에서는,

킨들버거투키디데스 두 함정의 간략한 내용을 요약하고,

아울러 대중에 약간 더 알려진 투키디데스 측의 이론적 맹점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유명하긴 한데 약점이 있으니

알아둘 건 알아두라는 메세지인 거죠. 이분은 평생 현실주의

사조에 반하는 입장이셨으니까.. 이해할 만하죠?



17년 1월 초는 미국 대선이 끝나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눈 앞에

둔 변혁의 시기였고, 한반도에서는 한창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추억의 시절이었더랬죠.. (요즘 가열찬 평화 무드에 힘입어 벌써

아련한 기억의 저 뒷켠으로 밀려나 버렸네요. 이문덕입니다.)



일반적인 정서상으로 나이가 트럼프를 마음에 들어할 것 같진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격도 대단히 친절하고 사려깊기로

유명하신 나이 교수께서는 이제 막 출범을 앞둔 새 행정부에

따뜻한 우려의 시각을 비추며 뭔가 도움될 만한 조언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문체가 따사롭네요.



트럼프 대통령께서 이런 대학자들의 조언을 대차게 씹는 강성

캐릭터이신 건 이제 꽤 알려져 있긴 하나, 어느 순간에 대외

정책에 갑자기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죠.

지식으로 알아 두시고 안목을 넓혀보기를 권합니다.






원저자의 동의를 구한 건지 모르겠지만 기존 언론사에서

번역해 놓은 버젼이 아래 링크처럼 있긴 한데,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번역상 오류가 몇 군데 눈에 띄어 본 블로거가

작업을 다시 하였습니다. 번역본 보여 드리고 원저자의

동의도 물론 구했고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1152054182720




여담이지만, 정말 답장이 올 줄은 몰랐네요. 지금까지

포스팅을 위해 번역 작업을 하며 원저자들께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 안 오는 경우가 허다했거든요. 더군다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대학자이자 스타 외교관

쪽에서 손수 답장을…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오늘부터 조지프 나이 교수님 팬 하려고 합니다.

짧고 쉬운 문장으로 쓰여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https://www.belfercenter.org/publication/kindleberger-trap






The Kindleberger Trap

킨들버거의 함정이란




Joseph S. Nye

조지프 S. 나이




January 9, 2017

2017년 1월 9일






마셜 플랜의 지적 설계자 중 한 명인 찰스 킨들버거는 재앙과 같았던 1930년대 대공황의 근본 원인이 대영 제국의 패권을 넘겨받고도 세계 경제에 공공재를 공급하는데 실패한 미국의 역량에 있었다고 일찍이 분석한 바 있다. 바야흐로 중국의 급부상에 즈음한 작금에 이르러 과연 미국이 똑같은 실수를 자행하지는 않을 것인가?






새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국 정책 노선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도널트 트럼프는 과거 역사가 가르쳐준 두 가지 함정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앞서 시진핑 주석이 인용한 바 있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그리스의 사례를 통해 (미국과 같은) 기존 강대국이 (중국과 같은) 신흥 강대국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 심리를 가질 경우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중국의 국력이 너무 강하지 않고 의외로 약할 경우 맞닥뜨릴지 모를 "킨들버거의 함정" 역시 아울러 걱정해야 한다.




마셜 플랜의 지적 설계자 중 한 명이며 말년에 MIT에서 교편을 잡은 찰스 킨들버거는 일찍이 재앙과 같았던 1930년대 대공황의 근본 원인으로서, 대영 제국에 이은 패권국의 차기 주자로 부상한 후에도 세계 경제에 공공재를 공급하는데 실패한 당시 미국의 역량을 꼬집어 분석한 바 있다. 이런 실패의 결과는 지극히 참혹하여 국제 정세가 붕괴하고 경기 침체와 대학살의 자행, 급기야 세계 대전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과연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세계 공공재 경제의 성장이란 결실로 맺어질 수 있겠는가?




국내 정치 하에선 경찰 서비스나 환경 행정 같은 공공재를 정부가 공급하여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시민이 그 혜택을 누린다고 가정할 수 있다. 반면 국제 정치 무대에서 기후 안정화나 재정 건전성, 공해 이용의 자유 같은 공공재적 사안들은 강대국 간의 연대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따름이다.




약소국에겐 그런 세계적 공공재에 할애할 유인이나 여유가 거의 없다. 작은 나라들이 그 혜택을 얻든 못 얻든간에 공공재에 쥐꼬리만큼 할애하는 정도만으로 대세에 큰 영향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임 승차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인 셈이다. 하지만 강대국은 자신들의 개입으로 인한 효과를 예측할 수 있고 공공재 할애에 따른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 능히 체감할 수 있다. 강대국들이 공공재 정세를 주도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인 셈이다. 오히려 강대국이 공공재에 국력을 쏟아붓지 않으면 세계 경제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닥친다. 1차 세계 대전 직후 대영 제국의 국력이 급락하여 공공재 공급의 역할 수행이 어려워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립주의를 선택한 미국이 여전히 무임 승차 노선을 지속했기에 결국 참담한 결과에 직면한 것이라 하겠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력이 성장하면서 지금의 국제 질서를 자신들이 창조한 것이 아니기에 이에 기여하기보다는 무임 승차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하는 우려를 표명한다. 현재까지의 경과로는 반반이 아닐까 싶다.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상임 이사국으로서 중국은 일정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현재 유엔 평화유지군에 두번째로 큰 규모의 재원을 조달하는 국가인 데다가, 에볼라 바이러스나 기후 변화 관련한 각종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왔다.




중국은 세계 무역 기구, 세계 은행, 국제 통화 기금 등 다양한 경제 기구로부터 역시 상당한 정도의 혜택을 얻어왔다. 2015년에 중국이 출범시킨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에 관해서는, 세계 은행의 대체재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도 세계 은행과 협력하는 새로운 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헤이그 상설 중재 재판소 판결에 대한 중국의 불복 조치는 골치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종합해보자면, 현실적으로 이득을 안겨다주고 있는 자유 세계 질서를 놓고 중국이 이를 확 뒤집어 엎겠다는 전복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근거가 희박하고 오히려 그 안에서 자국의 영향력 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하다. 그런데 만약 트럼프 정책 노선이 대중국 압박이나 고립 일변도로 변모한다고 가정한다면, 중국이 킨들버거 함정을 앞세워 국제 정세에 훼방을 놓는 무임 승차 국가로 변할 가능성이 혹시 있지는 않겠는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은 더 잘 알려진 투키디데스의 함정 역시 경계해야 한다. 중국의 국력이 너무 약하지 않고 의외로 강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강대국 간의 이런 대결 구도가 마치 불가피한 것인양 착각할 수도 있으며 대립으로 입을지 모를 피해도 종종 과장되곤 한다. 이를 실증하기 위해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기존 패권이 신흥 패권의 도전을 받은 1500년 이후의 16가지 역사 사례를 연구하였고 이 중 12가지 경우가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규명한 바 있다.




단, 그 개별적 "사례"란 것을 어떻게 엄밀하게 규정하는가의 문제가 있기에 전술한 사례의 숫자는 명확치 않을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예로, 대영 제국이 19세기 중반의 최강 패권국이었음에도 프러시아가 유럽의 정중앙에 독일 제국을 건국하도록 놓아둔 일이 있다. 영국이 반세기가 지나 1914년경엔 독일을 적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는데 이 경우를 하나의 사례로 칠 것인가, 둘로 볼 것인가? 더구나 제1차 세계 대전을 대영 제국의 기존 패권에 도전하는 독일의 신흥 패권 구도로 단순화하여 해석하기도 매우 애매하다. 독일의 발호는 하나의 구성 요인일 뿐, 러시아의 신흥 패권을 경계하는 독일의 기저 심리란 요인도 있었고, 기울어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내에서 범슬라브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 심리도 있었으니, 고대 그리스 시절의 단순 구도보다는 훨씬 더 다채로운 양상이었던 것이다.




또한 단순 비교로만 보아도 현대의 미국과 중국 간 세력 격차는 1914년 독일과 영국 간 격차보다 훨씬 심대하다. 일반 예방 차원에서야 수사법의 일종으로 비교 사례를 거론할 수는 있겠으나 냉혹한 역사의 이면에 숨은 정서를 전달할 때 그런 수사란 매우 위험해지는 법이다.




고대 그리스의 사례가 역사가가 의도한 만큼 직설적으로 명확하다고 볼 수도 없다. 애초에 투키디데스제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 발호하는 신흥 강국 아테네에 대한 스파르타의 경계 심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술하였다. 그런데 예일 대학의 역사학자 도널드 케이건의 최근 연구는 당시 아테네의 국력이 성장세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기원전 431년 전쟁 발발 직전까지 양국간 세력 균형은 어느 정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상태였다는 것이다. 스파르타로 하여금 전쟁의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결단하게 만든 요인은 당시 아테네의 정책 노선상 실수였다고 한다.




기원전 5세기 초 아테네 국력의 성장세가 제1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촉발한 것은 사실이고 이후 30년의 휴전 기간으로 급한 불은 끈 상황이었다. 이때 채 끄지 못한 잔불의 불씨가 남아 참혹했던 2차 전쟁을 촉발한 스파크를 일으킨 셈인데, 케이건의 연구에 따르면 그 불씨에 맹렬하게 부채질을 가해 스파크로 키운 결정적 요인이 바로 정책 결정상의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불가항력적 상황 요인에 의해 전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내린 잘못된 판단이 결정타였던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대의 중국을 앞에 두고 당면한 위험이 바로 이런 것이다. 지나치게 약할 수도 있고 너무 강할지도 모를 두 경우의 중국을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투키디데스의 함정 뿐만 아니라 킨들버거의 함정 역시 피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인즉슨 계산 착오나 몰이해 등 인간의 역사를 끊임없이 괴롭힌 경솔한 오판의 가능성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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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Brexit : What the Hell’s That?






자, 21세기 국제관계학 역사에서 이만한 떡밥도 없어요.



스코틀랜드 및 카탈루냐 독립도 있고 팍스 G2 체제도 있고

북핵 관계를 둘러싼 북미의 기싸움도 있겠고,

강대국의 재미있는 떡밥은 여럿 있지만…



아니, 도대체 제국주의 2백주년을 향해 가고 있는 (1830년 기준)

작금의 인터넷과 AI의 시대에 도대체, 대영제국 씩이나 하는

그 나라가 저런 바보 같은 덫에 걸릴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을..?






희생양




영국민은 EU에 왜 이질감을 느낄까요?

아니, 질문이 잘못 된 건지도. 영국인은 도대체가

왜 항상 유럽 대륙에 묘한 반감을 갖고 있냐고요?



일전에 백년 전쟁 얘기도 했거니와 영국이란 나라가

대륙인들의 기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 용쓰는 기질이 있다는

점이야 굳이 영국 역사를 논문 쓸 듯이 달려들어 파대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잖아요.



브리튼 섬은 세계사의 중심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적어도 1776년 경 무렵까지는. 애덤스국부론을 출간한 해죠.

그리고 이 즈음에 증기 기관이란 것이 튀어나왔고 산업 혁명이란

것이 출범하야… 그 장구한 역사가 시작했어요.



산업 혁명과 산업 자본주의의 발흥. 하필 브리튼 땅에서 시작했죠.

그들의 총생산 능력이 그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을 압도하는

경험을 대략 1830년대부터 겪게 된 영국인들.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앵글로 색슨계 백인종들의 편협하고 저급한 인류관이 이 지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얻어 무소불위의 폭력적 양상으로 치닫게 되요.



결국 제국주의란 미성숙한 정치 의식이 폭발적 경제 생산력을 만나

잉태한 화학적 기형아라고나 할까. 나머지 세상을 집어삼켜 버렸죠.



정말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는 것은 아시죠?

그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제3세계 민족 국가의 백성들이었어요.

1840년 아편전쟁, 1876년 조일수호조규 이후… 불행의 역사였어요.



이백 해 가까운 세월 동안 수억의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겠죠?

그 중엔 이 포스팅을 읽고 계신 분들의 선친과 조상들도 많을 거에요.



요즘엔, 그 원혼들이 빚어 쌓아온 원한의 두께가 얼마나 겹겹이 축적해

지금 이 세상을 떠돌고 있을까, 하는 다소 종교적인 생각을 자주 해요.

(물론 개인적인 존중입니다. 취향해 주시죠.)



실로 사필귀정이라고나 할까.. 종교적인 신비주의적 체험이

정말로 현실에서 현현한 것일까.. 21세기가 되어 제국주의의 원흉이

된 나라에서 국제 관계의 지형을 뒤흔드는 일대 사변이 발생하죠.



정말 뜬금없는 낭설 같은 관점이지만, 본 블로거가 바라보는

브렉시트는 이러해요. 세상의 모든 일이 결국 쌓은 업보대로 가는구나.

무섭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누군가에게 부지불식 중에 죄를 짓지

않았는지 우리 자신도 뒤돌아보면서 살아야 하겠다.. 하는.





영국의 이 지경




시작은 가짜 뉴스포퓰리즘이라고 하죠.

하지만 순전히 거기에만 원인을 두는 관점에 동의하긴 힘들어요.



결국 병신 인증 투표를 한 누군가 수천만의 영국인은 존재한 거고

(12년 대선의 한국인들 51.6 퍼센트를 떠올려보면 공감하시죠.)

저학력 고연령 핑계 댈 것 없이, 개방 구조의 현대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대체가 아주 기본적인 사회적 이해도 없는

개돼지 그 자체의 집단 무식, 아니 집단 무의식이 있었던 거에요.



이민자를 배척하는 보수 정치인들의 몰아가기는 촉매제일 뿐

작금의 이 사태를 몰고 온 연료는 아닌 겁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왠지 그런가보다 싶잖아요. 아니 왜..

영국 여행해보신 분들, 니들 콜로니에서 왔니 운운하는 호호백발의

할배 할매들 가끔 마주치면서, 이건 뭐지 했던 경험들 있잖아요?

이 사람들 아직도 대영제국인 줄 안단 말인가, 경악했던…



돌이켜보면 제국주의의 악령에 휩싸여 희한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집단 광기가 분명히 있었던 거에요. 그들의

조상이 오래 전 희생양으로 삼은 제3세계 백성들의 원혼이 곁에서

맴돌고 있었다고 상상해볼 수 있지 않나요. 강요는 안 해요.



저임금 이민 노동자 문제가 무의식의 기저에 깔린 근본 원인이라고

가정할 때 이 사안은 분명히 경제 문제라고 봐요. 저학력 저임금

영국 노동자 계층과 트럼프 시대 러스트 벨트의 상관 관계를

엮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다소 뜬금없지만 사실 문화 인류학적으로 이들 계층은 리버풀에서

비틀즈를 배출한 빌리 엘리어트류 문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긴 해요.)



이런 겉핥기 인식이 사회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외면하고

자기 인생의 비참함을 편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

결국 문제인 거겠죠.



그리고 경제 문제가 본질이면서도 자신들이 소속한 경제 권역의

개방적 시장 구조가 어떤 거시 메커니즘으로 엮여 돌아가는지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일 거고요.



EU를 탈퇴한다고 대영제국이 부활하는 것 아니잖아요. 산업 혁명과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고. 눈앞에 알짱거리는 재수없는

이민 노동자들이 투표와 함께 버튼 누르듯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거고.



한국 사회에서 가끔씩 터져 나오는 이주 노동자 처우와 관련한

왜곡된 일베식 사고와도 깊은 관련성을 연구해볼 수 있을 거에요.

동남아 등 개발 도상국 출신 이주민들, 재중 동포들, 난민들,

새터민들까지 논의를 확장할 수 있을지 모르고요.



예, 우리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문제입니다.

극우 쓰레기 사이트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소수 집단을 타겟으로 해

배설하듯이 토해내는 경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 문제와

브렉시트는 기저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거시 경제 구조의 성장 정체와 이에 복합적으로 연결된 개인의

삶의 질 개선의 사회적 문제를 우경화한 정치 의식에 위험하게

결합하면 영국이나 한국 아니라 세상 어디를 가도 이런 병신

인증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요.



https://www.politico.eu/article/12-people-who-brought-about-brexit-leave-remain-referendum-campaign-euroskeptics-tension/





보수 정치 세력




영국민의 의식에 이런 위험 요소가 애초부터 있었고

이를 더욱 부추긴 것은 가짜 뉴스를 양산한 기레기 언론과

제국주의 부심 망령에 쩔어 살던 극보수적 정치 세력이었어요.



흔히 황색 언론으로 불리는 영국의 기레기 언론사로

더 선데일리 메일을 꼽을 수 있어요. 폴 데이커 같은

언론인이 탈퇴 여론을 주도했다고 하죠.



영국 보수당 배경의 정치가들로서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나이젤 패라지 영국 독립당 당수 등을

꼽을 수 있어요. 브렉시트 5적이니 하는 악의적 표현도 심심찮게

유럽의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고 있죠.



그 중 도미닉 커밍스라고 정치 컨설턴트로 먹고 사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치밀하게 설계한 홍보 전략이 저소득 저학력 영국인

유권자를 자극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 아실 거에요.

요사이 흔히 들어보셨을 Vote Leave라는 단순명료한 구호가

이 사람 작품이에요. 복잡하지 않은 메세지가 먹히는 법이죠.



지금은 이 사람이 일종의 만악의 근원으로 여러 밈의 소재로

쓰이고 있기는 해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사람 역할로 주연한

영국의 TV영화도 얼마 전 지상파에서 방영된 바 있고요.



일종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해요. 개돼지처럼 무식한 민중을 천재

한 사람의 전략이 이끌어 파국에 이르렀다고 하는 프레임을 덮어

전체 그림을 흐릿하게 만드는 거에요. 진짜 주범은 컨설턴트 한

사람이 아니라 구시대 의식에 사로잡힌 영국민과 극우 정치가

몇몇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Brexit란




그래서 브렉시트가 뭐냐고요? 간단해요.

영국이 EU에서 회원국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탈퇴한다는 거에요.



그것이 영국에 좋은 거냐고요? 그렇게 좋은 거면 전 세계가 호들갑 떨며

이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겠어요? 영국의 총생산 중 수출입의 과반 비율이

EU와 직간접 연결되어 돌아가고 있는데 나라 경제의 절반을 걷어내

버린다는 극단적 결정이 걔네 살림에 도움이 되겠냐고요.



누가 내게 경제학을 가르친 적이 없어요, 이 핑계를 누구나 댈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나라 살림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영국민의 기본 상식이 그 정도 수준인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이쯤 되면 영국 교육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실측 연구

정도 나와야 하지 않남..



https://www.ons.gov.uk/economy/nationalaccounts/balanceofpayments/bulletins/uktrade/january2016





EU란




그럼 EU 입장에선 영국 나가는 게 좋아요? EU의 격앙된 반응을

보고 EU는 좋아하나보다 오해하시는 분들 있는데, 절대 아니에요.

작금의 EU에서 GDP 크기로 빅쓰리가 독영불이고 그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EU 전체의 크기가 쪼그라드는데 이걸 왜 좋아해요?



팍스 브리태니카의 시대가 끝난 것은 1차 대전 종전과 함께였고

이젠 영연방 연합체의 종이 호랑이 신세지만 그래도 아직 유럽에선

영국 정도의 크기가 먹어줘요. 충분히 대국으로 대접받을 만큼.



EU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미 = 즉 미국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덩어리를 구축하는 거에요. 통합이란 방법을 통해서. 대체 왜?

똘똘 뭉쳐 전체 파이의 크기가 커지면 일종의 단체 교섭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이죠. 정치든 경제든 군사든 몸집을 늘리는 데서

오는 이점이 분명히 있음은 직관적으로 이해하시죠?



아, 물론 미국 대신 러시아를 대입하여 이 말을 다시 써도 충분히

성립해요. 어차피 지금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이긴 하지만서두.

경제적으로는 미국에 대항하여, 군사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항하여,

EU의 정치적 동력이 발동하고 있다고 보면 대체로 맞겠죠.



참고적으로 어디서 EU에 관해 아는 척 하시려면

마스트리히트 조약 정도는 언급하세요. 92년이죠.

이때 지금의 유럽 연합이 탄생했어요. Maastricht Treaty.



국경을 없애고 여권 검사와 통관을 배제하기 시작한

솅겐 조약은 85년부터 일찌감치 시작했어요. 영국은 애초부터

여기 가입 안 했으니 해당 없지만. Schengen Agreement.



유로존이라는 단일 통화 지역의 출범은 EU 결성 후 99년부터

시작했죠. 유로라는 지폐가 99년부터 세상에서 쓰였다는 말.

아시다시피 영국,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과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권 많은 나라가 통화 통합까지는 참여하지 않고 있어요.



(EU의 실체를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정리하여 비판하는 분이

많겠습니다만, 상세한 논설은 추후 한가할 때 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 정도로만… 사실 EU 하나만 논해도 수백 개 포스팅에

논문만 해도 수만 편이 나올 테죠. 양해해 주세요.)





북아일랜드?




백스톱이란 것이 있어요. 백스톱을 이해해야 브렉시트를

영국인처럼 이해하는 건데요. backstop. 사전에서 찾아 보셨나요.

우리말에 가장 가깝게 번역한다면 안전 그물 정도에요.

높이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추락 사고 방지한다고 설치한 거..



브리튼 — 유럽 관계에서 지그시 지도를 응시했을 때 이 안전망이

어디를 가리키는 것일까,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바로

북아일랜드이죠.



북아일랜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70~90년대 할리우드

첩보 액션 영화에서 영미 정보 당국과 IRA 간 암투 소재물이

많이 떠오른다면 정확하게 접근한 거에요.



아일랜드 섬에서 북쪽만 영국 땅이고 아일랜드와의 사이에

국경 검문이 존재하는 현상은 거북하고 부자연스러운 일였어요.

(물론 무려 헨리 8세 시절부터 깊은 역사의 배경이 있지만

여기서는 과감하게 생략하죠.)



그래서 대전 후 현대사에서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줄기차게

영국에 저항했어요. 그러다 80년 광주와 매우 흡사한 민중 저항

비극, 72년 블러디 선데이 사건이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하죠.



간단히 말해 영국 공권력에 의해 수많은 아일랜드계 사람들이

희생 당한 사건이에요. 폭력 테러의 단초를 제공한 병크였죠.

누르면 꿈틀하는 것, 당연하지 않겠어요.



본래 20세기 초반부터 존재한 단체 IRA의 폭력 활동이

정당성을 획득하고 90년대 말까지 꾸준히 계속되었으며

98년 토니 블레어 재임 기간 중 역사적인 굿 프라이데이

협약으로 30년의 투쟁이 공식 종료합니다.



영국와 아일랜드계 간의 상호 폭력은 정말 지긋지긋한

사건의 연속이었어요. 영국의 현대사에서 다시 떠올리기

싫어할 과거의 오점인 거죠. 우리 광주나 세월호처럼.





Backstop Proposal




자, 이렇게 현대 영국 문제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북아일랜드입니다. 지금은 북아일랜드와 남쪽의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국경이나 검문, 검역이 없이 자유 시장 체제에

의한 교역 구조를 갖고 있어요. 근데 영국이 나가 버리면?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필요 없던 국경선이 생겨 버려요.

울타리 몇 개 두르는 문제 아니겠죠? 경제 사회 구조 전체에

소용돌이 같은 파문이 연쇄적으로 꼬이고 꼬이는 거에요.

맙. 소. 사.



영국 현대사의 부자연스러운 맹장염 같았던 북아일랜드를

브렉시트 구조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 관련한 과도기적

연착륙 절차로 한창 논의 주제로 떠오른 대안이 바로

백스톱인 겁니다.



안전망인데요. 영국이 정치경제의 카오스에 빠지지 않게끔

한 다리 안전하게 거쳐서 가라고 하는 안전 그물인 거에요.

북아일랜드를 일종의 중간 지대처럼 활용하고자 하는.

EU가 제안한 건데 그나마도 영국인들이 상황을

더 배배 꼬게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웃긴 건요. 중간 안전망처럼 쓰여야 할 북아일랜드가

되레 걸림돌처럼 변질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빼버릴 수도 없고

딱히 도움도 안 되고, 도대체 이걸 어떻게 취급해야 하지 하는. 풋.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백스톱을 실현할 대안으로서 어떠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을 한번 나열해 볼까요.




1번, 영국과 북아일랜드가 관세 동맹을 맺는 것. 소프트 보더.

2번, 북아일랜드와 EU가 독자적인 관세 동맹을 맺는 것.

3번, 영국과 북아일랜드가 관세 동맹을 맺는 것. 하드 보더.

4번,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되 다시 EU와 관세 동맹을 맺는 것.




영국이 추구하고 싶어하는 타협안이 1번이에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느슨한 국경이 새로 생기는 거죠. 영국이 원하는 이유는

교역의 이익을 기존 그대로 놔둘 수 있기 때문이고, 역으로 하면 EU가

이 안을 받아줄 이유가 전혀 없는 거에요. 자신들이 저질러 놓고 영국의

국익을 뭐하러 보존해 주겠어요. 실현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고요.



1번보다 영국의 국익을 깎아내는 안이 2번이에요. 해협을 사이에

두고 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자연적인 국경이 새로 생기죠.

북아일랜드는 본국의 병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독립의

계기가 생기는 거에요. 영연방 연합을 부르짖는 보수적인 세력이

당연히 싫어하는 안이고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가만히 놓아 두면 노딜 브렉시트가 되고 그럼 3번의 하드 보더 상황이

느닷없이 들이닥치게 되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 사이에 강력한

국경이 새로 생깁니다. 본래 경제 공동체 상태인 하나의 섬이므로 이렇게

갑작스런 안엔 아일랜드 공화국이 반대합니다. 문제는 아무 타협 없이

브렉시트가 이루어질 경우 실제 이렇게 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거죠.



EU가 가장 원하는 안이 4번이에요. 그말인즉슨 영국의 국익을 가장

해치는 안이란 뜻. 기존의 경제 교역 관계는 그대로 두고 회원국으로서

정치적 발언권은 싹 제거하는 안이거든요. 탈퇴하면 더 이상 회원국이

아니니까요. 당연히 영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안이겠죠. — 참고로 현재

노르웨이가 EU 관계에서 취하고 있는 스탠스와 유사한 안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1번 소프트 보더 < 3번 하드 보더 < 4번 관세 동맹

순으로 EU의 입장이 나아지고 영국의 국익이 점점 줄어드는 거에요. 2번

안은 중간에 이론으로만 가정해볼 수 있는 건데 실제로는 일어날 상황이

전혀 아니니 2번은 거의 제껴두어도 무방할 듯해요.



현재 영국이 관세 동맹 새로 체결하겠다고 움직이고 있지도 않고, 사실

관세 동맹이고 자시고 간에 자기들 내부 상황도 정리 못하고 허둥대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양 극단의 4번과 1번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은 것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해요. 실제로는 3번 언저리의 엄청나게

어정쩡한 형태로 유럽 경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죠.



결국 현재 스코어로 볼 때 아일랜드 공화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딜

브렉시트로 백스톱이 무산되고 이는 곧 기이한 형태의 하드 보더

생길 것이다…는 예상이 가능해요. 어디까지나 현재 스코어로.



아일랜드 공화국은 EU의 기존 회원국이므로 이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손해를 보상할 방안이 필요할 텐데… 머리 아파요. 우리 문제도 아니고

유럽 사람들이 생각해 내겠죠 뭐.



https://www.msn.com/ko-kr/news/national/eu-노딜-브렉시트는-하드보더-첫-유권-해석/ar-BBSBWCS





Indicative Votes




16년 6월 23일의 국민 투표 이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아직도 노답

고구마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바, 지난 19년 3월 27일에 영국

하원에서 ‘좋아, 그럼 갖고 있는 모든 대안 늘어놓고 표결 한 번

해보자’ 하는 의향 투표, indicative votes가 실시되었어요.

물론 이건 국민 투표 아니고 의회 본회의 표결.



아래의 여덟 가지 대안이 의안으로 나왔죠.

A. (존 배런) 노딜 브렉시트 가자

B. (닉 볼스) 커먼 마켓 2.0 - 노르웨이 모델로 가자

C. (조지 유스티스) 브렉시트 이후 EFTA 가자

D. (켄 클라크) EU 관세 동맹은 잔류하자

E. (노동당, 제레미 코빈) 4번 안 + EU 발언권 얻어낼 수 있다

F. (조애너 체리) 리스본 조약 50조 - 협상 시계 되돌리자

G. (마가렛 베켓) 국민 투표 한 번 더 하자

H. (마커스 피쉬) 기존 체제 유지 협상으로 가자



한껏 복잡한데, 그래서 결과는? 모조리 부결되었어요.

이제는 정말… 웃픈 것이 아니라 슬퍼지네요.



https://www.bbc.com/news/uk-politics-47726787

https://www.bbc.com/news/uk-politics-47671056

https://www.theguardian.com/politics/2019/apr/01/brexit-what-are-the-indicative-votes-mps-will-vote-on





propaganda + fake




이 모든 병신 짓의 시작은 어느 지점이었을까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국민 투표에 부친 순간, 그리고

vote leave란 심플한 캐치 프레이즈가 확장된 기간이라고 봐요.



캐머런 자신은 잔류파였어요. 대 영국의 총리라는 사람이

거시 경제 구조를 이해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지 않겠어요.

다만 사람들이 그렇게 현혹될 줄 예상 못한 것이 패착 요인이겠죠.



혹자는 영국이 파운드 대신 유로 쓰는 나라였다면 이렇게

바보 같은 투표는 하지 않았을 게다, 예측도 해요. 하긴 평범한

일반인들이 매일 쓰는 돈 하나 보고 겨우 경제를 파악하는 것이

당연하겠다 싶으면서도…



저 위에 농담처럼 싸질러 썼지만 국가의 교육이 정말 제대로

가고 있었을까 고민해 보십사 제안한다니까요. 유럽인들께.



평범한 사람들의 무사안일한 현실 인식이 포퓰리즘 같은

정치 프로파간다와 화학 결합할 때, 영광스러웠던 한 나라의

체제를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가.



브렉시트의 핵심은 한 마디로 이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제국주의 희생자들의 원혼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계신 거죠.



또한 백년 전 두 번에 걸친 영일 동맹경술국치

간접적 동인이었음을 언제나 잊지 맙시다.

가짜 뉴스 조심하세요~








한국인 입장에서 이해할 때 간결한 이해는 영국에서 공부하신

김흥종 연구원 설명이 가장 적당한 듯해서 링크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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