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콜린스와 이어 붙여서 이분 포스팅 안 하면 뭔가 허전하게
생각할 사람들 있을 거다. 그런데 일부 매니아들에 알려진 지적
명성에 비교해 한국 시장에서 그의 인지도는 낮아도 너무 낮다.
게다가 지극히 제한적인 경로로 얻을 수 있는 그에 대한 한글
정보는 매우 부정확하기까지 하다. 가끔 열받을 정도로.
이에 반해 유럽 중심 사회에서 20세기 후반을 통틀어 형성한
그의 사회적 이미지는 사뭇 진지하고 웅대하다. 20세기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지성적이고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인물로 보통
꼽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거둔 음악 산업에서의 객관적
성과와 업적도 결코 만만히 볼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여 이제 약간은 한물 간 진보 대중 음악가를 다시 정확하게
해설하여 제대로 알고 넘어가자는 뜻으로, 작정하고 진중하게
접근해보려 한다. 제네시스에서 파생한 최고의 월드뮤직
아티스트, 피터 가브리엘 Peter Gabriel에게로 말이다.
('Solsbury Hill' from Peter Gabriel 1/Car, 1977)
('Sledgehammer' from So, 1986)
*뮤직 비디오 감독은 Stephen R. Johnson.
(From Genesis to Revelation)
(Trespass)
(Nursery Cryme)
('The Musical Box' from Nursery Cryme, 1971)
https://www.youtube.com/watch?v=9LlbYixG1GU
*73년 영국 라이브 중 - 앞에 1분간 가사의 목 댕강 스토리를 설명한다.
('The Fountain of Salmacis' from Nursery Cryme, 1971)
https://www.youtube.com/watch?v=In2fRySroH8
('Watcher of the Skies' from Foxtrot, 1972)
(Foxtrot)
눈물겨웠던 전작들 활동을 마치고 진정한 성공작을 만들기
위해 모든 멤버가 절치부심했다. 4집 준비를 위해 모이기
직전 어느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가브리엘이 느닷없이
메이크업 및 코스튬과 함께 등장했고 영국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얻었기에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72년 Foxtrot는 밴드 결성 후 최초로 영국 앨범 차트에
진입하는 성공을 거둔 작품. 80~90년대 제네시스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야 그게 뭐 대수냐 하겠지만,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그들에겐 의미있는 성과였다. 해킷이 열심히 꼬신
덕인지 첫 트랙 Watcher of the Skies의 인트로부터
뱅크스가 장엄하게 Mellotron Mk II를 쳐댔다.
다들 아시겠지만 앨범의 백미는 퀸텟 시절을 대표하는 프로그
장르의 걸작이며 22분이 넘는 대곡인 Supper's Ready. 와~
이 시절 다섯 멤버가 얼마나 치열한 예술적 감성으로 충만한
상태였는지, 오로지 한 곡으로 입증된다. 가브리엘의 가사가
으레 그렇듯이 난해한 내용이지만 꿈과 현실이 섞여 약간
기독교적인 일화와 연관이 있다고.. 가브리엘 아내가 겪은
영적 체험 관련설이란 떡밥도 존재.. 해석은 각자의 몫.
(Mellotron Mk II)
https://equipboard.com/pros/tony-banks/mellotron-mkii
('Supper's Ready from Foxtrot, 1972)
*팬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한 버젼.
Supper's Ready 소곡 구성 (스튜디오 버젼 기준):
i. Lover's Leap [0:00~3:47]
ii. The Guaranteed Eternal Sanctuary Man [3:48~5:43]
iii. Ikhnaton and Itsacon and Their Band of Merry Men [5:44~9:42]
iv. How Dare I Be So Beautiful? [9:43~11:04]
v. Willow Farm [11:05~15:36]
vi. Apocalypse in 9/8 [15:37~20:50]
(Co-Starring the Delicious Talents of Gabble Ratchet)
vii. As Sure As Eggs Is Eggs [20:51~22:54]
(Aching Men's Feet)
*studio album version
https://www.youtube.com/watch?v=szJq1lwnkNw&t=
*가장 유명한 74년 파리 방송 라이브 버젼.
- Supper's Ready 본곡은 6분 20초경부터.
무대를 주름잡는 가브리엘의 똘끼 충만 시절을 느끼려면
화질 안 좋은 예전 라이브 영상을 꼭 보시길. 7개 소곡으로
나뉘는 이 대작의 절정부라면 역시 5부 Willow Farm 및
6부 Apocalypse in 9/8. 커다란 꽃 가면을 쓴 그의 스틸
사진을 많이 구경했을 텐데 - 맨 위 사진 - 바로 5부에 나오는
코스튬이다. 6부의 '9/8'은 8분의 9박자라는 뜻. 이런 파트를
들어보면 각 파트 멤버들의 연주 기본기가 얼마나 충실한지
깨달을 게다. 5부는 싱글로도 발매된 바 있다.
이밖에 Get 'Em Out by Friday는 곡 안에 서로 다른 세
캐릭터끼리 서사를 주고 받는 진정한 씨애트리컬 락으로서
가브리엘의 문학적 똘끼가 빛나는 곡. 해킷의 영향이 짙은
트랙으로 JS바하 무반주 첼로 조곡을 본뜬 Horizons와
Can-Utility and the Coastliners를 꼽을 수 있다.
프로그레시브 락의 정수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필청의 음반일
것이다. 이 앨범으로 제네시스 다섯 사람은 1970년대 락밴드
시대의 중심 세력 중 하나로 급부상하게 되고 음악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를 세운 셈. 장르가 너무 복잡해 귀찮다 싶어도
이 앨범만 들어보면 충분히 감이 올 듯...
('Get 'Em Out by Friday' from Genesis Live, 1973)
('Can-Utility and the Coastliners' from Foxtrot, 1972)
('Horizons' from Foxtrot, 1972)
https://www.youtube.com/watch?v=oHmjbwfYf-k
그 외에 프로그 장르의 발전사에 관해 굳이 더 큰 호기심이
동한다면 아래의 앨범들에 추천을 때린다. 시간 순서대로..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1969
('21st Century Schizoid Man' by King Crimson)
https://www.youtube.com/watch?v=MM_G0IRLEx4
- an excerpt from legendary Hyde Park Live
"Fragile", 1971
('Roundabout' by Yes)
https://www.youtube.com/watch?v=GWIEZQ63NhI
- a tour live in 1991
"The Dark Side of the Moon", 1973
('Money' by Pink Floyd)
https://www.youtube.com/watch?v=Kjgwjh4H7wg
- a concert live in London 2005
"Tubular Bells", 1973
('Tubular Bells' by Mike Oldfield)
https://www.youtube.com/watch?v=_86Gm9iclAg
- an excerpt from legendary Montreux Live in 1981
"Brain Salad Surgery", 1973
('Karn Evil 9' by Emerson Lake & Palmer)
https://www.youtube.com/watch?v=BugmeXR7_V8
- 1st Impression, Part 1 - studio album version
"2112", 1976
('2112' by Rush)
https://www.youtube.com/watch?v=RtdKhwhAcd4
- 2112 Overture / The Temples of Syrinx - studio single version
('Dancing with the Moonlit Knight' from Selling England by the Pound, 1973)
(Selling England by the Pound)
Foxtrot가 영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스타덤을 안겨준 첫
성공작이라 한다면 73년의 5집은 자신감을 장착한 다섯
멤버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영국 앨범 차트 3위까지 오르고
미국 차트에 처음으로 진입하여 전작의 성공을 확대 재생산한
명반 Selling England by the Pound가 바로 그것.
전작의 창작 코드가 훨씬 더 정제되면서도 뭔가 한층 더
대중적인 어프로치를 통해 팬덤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해킷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들어한 앨범이기도
하거니와, 명곡 반열에 오른 첫 트랙 Dancing with the
Moonlit Knight에서 그는 태핑과 스윕 피킹 주법을 통해
잉베이 말름스틴 같은 후배들에게 충격적 영향을 끼친다.
I Know What I Like는 유일하게 싱글로 커트되어 이들의
영국 내 첫 탑30 히트를 기록한다. 유명한 뱅크스의 피아노
인트로로 시작하는 Firth of Fifth에서 해킷은 커리어 전체를
대표한다는 빼어난 솔로잉을 들려줘 곡 전체가 탁월한 음률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이에 반해 The Cinema Show에서 ARP
Pro Soloist로 연주한 솔로 파트는 뱅크스 커리어 전체에서
가장 빼어나다고 극찬을 받는 프레이징.
데뷔 시절부터 기반한 브리티쉬 포크의 색깔을 지우고 미국
음악의 우산으로 옮겨간다는 뜻이 제목에 내포되어 있듯이,
영국식 껍데기를 벗고 진화한 제네시스의 변화가 산뜻하다는
팬덤의 찬사가 터져나왔다. 영국과 미국에서 골드를 기록했고
앨범의 전 트랙이 제네시스 라이브의 단골 연주곡으로 정착..
아울러 배트윙, 여우머리, 마곡으로 발전해온 가브리엘의
코스튬 세계는 Dancing with the Moonlit Knight에서
로마시대 투구를 쓴 브리태니아 기사로, I Know What I
Like에서 소방수 헬멧을 장착한 잔디깎이로 변화해갔다.
(ARP Pro Soloist)
(70년대 초반 뱅크스 장비 도해)
('I Know What I Like' from Selling England by the Pound, 1973)
('The Cinema Show' from Selling England by the Pound, 1973)
*후반부 1분 30초는 앨범 마지막 트랙인 'Aisle of Plenty'.
- 컨셉트 앨범의 대미이므로 두 곡을 접속해서 듣는 것이 옳다.
**ARP Pro Soloist로 연주한 시그니처 솔로는 7분경부터 등장.
('Carpet Crawlers' from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1974)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from eponymous album, 1974)
*탈퇴 직전 마지막 투어 라이브.
*Phil Collins joins Peter Gabriel's concert in 1979.
https://www.youtube.com/watch?v=-1dJbdSTmDs
필경 이 무렵부터 가브리엘이 솔로 활동에 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세간에 호사가들 말처럼 콜린스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이 쫓아낸 것은 결코 아니다. 단독으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음악 산업에서 자신의 가치를 정확하게 가늠하고 있던
가브리엘의 전략적 판단이 가장 큰 결정 요인이라고 추측한다.
이 시기까지 가브리엘과 제네시스의 관계는 일곱 살 앞서는 선배
짐 모리슨과 도어즈의 관계와 유사했다. 밴드의 브랜드 가치보다
프론트맨의 대중적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다른 멤버들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밴드 안에서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다. 상당한
역량을 가진 멤버들끼리 적당한 긴장감은 늘상 있었다.
6집을 녹음할 때는 이상하게 그 긴장이 서로 극에 달한 상황이
되었다. 앨범의 스토리텔링을 위해 영화감독과도 교류하는 등
안팎의 사정으로 늘 바쁘고 어수선한데다 가브리엘이 이제 막
결혼해 첫 아이를 출산할 때가 다가왔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
뱅크스나 러더포드 등과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신작 앨범은 그런 난장판 속에 탄생했다. 가브리엘이 작사만
맡을 뿐 모든 작곡은 네 명 멤버들이 전담했는데, 정작 팬덤이
가브리엘-제네시스 시대의 최고 명작이라고 열광하는 상황..
- 뭐, 이런 아이러니가... 74년 11월 앨범 발매를 기점으로
투어를 개시하기 전, 그는 밴드 전체에 탈퇴 의사를 알렸으며
공식 발표는 투어 마치고 이루어졌다.
('In the Cage' from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1974)
*Brian Eno가 보컬에 Enossification 효과를 입혀주었다.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Back in N.Y.C.' from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1974)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가브리엘 시대
제네시스의 마지막 걸작인 더블 앨범이다. 현대인의 결핍된
심리와 병리적 환상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온전한 세계관을
구축해온 가브리엘의 창의성이 극에 달해 만들었다고 하는
바로 그 전설의 명반이다.
본작에서 토니 뱅크스는 발군하다. 스티브 해킷도 이에 못지
않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묘한 경쟁과 반목을 관찰했다는 말도
몇몇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리듬 섹션의 두 사람도 실로
창의적이다. 연주를 맡은 네 멤버의 조화는 더없이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키보디스트는 뱅크스인데, 순전히
이 앨범만 듣고 평가를 내려도 충분하다고 믿을 정도이다.
여러 모로 제네시스와 밀접한 관계였던 브라이언 이노 역시
Enossification이란 사운드 이펙트를 접목시켜 주었다.
곡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접근할지 막연한 분이 많을 터.
보통 팬덤에서는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와
함께 In the Cage, Back in N.Y.C., Carpet Crawlers,
Fly on a Windshield, The Lamia 등등으로 서서히 애호의
범위를 넓히는 쪽을 추천한다. 카페트 크롤러와 Counting Out
Time은 싱글로도 커트되었으니 참고하면 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가브리엘 자신이 꿈으로 본 기묘한 이야기를
푸에르토리코 소년 라엘이란 캐릭터가 뉴욕에서 겪는 초현실에
빗대어 플롯을 구성했다. 즉 남의 꿈 얘기를 들여다보는 셈. 사실
그의 가사가 대부분 해석이 안 되는 원인인즉슨 해몽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략 그러려니 하고 물 흐르듯이 느끼고 즐기는 쪽이
제일인 법. 남의 꿈을 못 읽어냈다 해서 큰일나는 거 아니쟎나.
요샌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영상도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Counting Out Time' from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1974)
('Fly on a Windshield' from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1974)
https://www.youtube.com/watch?v=k9X2QtzCvBQ
('The Lamia' from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1974)
https://www.youtube.com/watch?v=g09mTchpOPU
사실 찬찬히 들어보면 의외로 음률이 대중적이다. 난해하다고
잔뜩 어려운 말로 속물처럼 갈긴 평만 읽고 실제로 음악을 듣는
데 주저하진 말라. 이미 수십 년 지난 음악이며 그 사이 수많은
팬이 즐기며 자신만의 문화를 구축해왔다. 이 음악을 만든 이는
좀 사는 나라의 제법 사는 집 출신으로 약간의 음악적 훈련에
온갖 상상력을 섞는데 성공한 스물 몇 살 청년들에 불과하다.
너무 난해해서 정신과 의사급만 알아 듣는다는 해석글이
여러 사이트에 돌아 다니던데 그런 거 없고, 그냥 들을 수
있는 만큼만 듣고 즐기면 그뿐이다. - 이런 뻘소리는 본
블로거 어렸을 때도 있던, 팬덤이 지은 2차 창작 같은 건데
아직도 돌아다니다니.. 제발 이상한 뻘글 좀 퍼담거나
싸질러 놓지 말라고들. 인터넷 공해다. 무릇 음악이란,
듣고 즐길 수 있으면 그뿐이다. 경전이 아니지 않은가.
이 세상에 난해한 음악이 얼마나 많은데 수십 년 전 대중 가요
정도가 뭐 얼마나 어려울까. 본작이 일본과 한국 바보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건 단 한 가지, 영어로 쓴 가사를 해석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영시문학을
어느 정도 즐기는 훈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영어가 안 되요 하는 소린 할 수 있을지언정 - 현재 영미권을
사는 사람들도 어려워하니 쪽팔린 일도 아니니까 - 음악이
난해하다는 한 마디로 퉁치고 제껴놓지 말자고들.
선입견을 제거하고 들어보면 멋진 앨범이다. 어떻게 40년 전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이런 악상을 떠올렸을까 싶은,
젊디 젊은 재능으로 충만한 멜로디와 패턴이 군데군데 숨어
있으니 귀한 보물을 잘 찾아 보시길.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운 후 75년 8월, 제네시스는 피터 가브리엘의 탈퇴를
공식 발표한다. 팬덤은 난리가 났고.
*가브리엘-제네시스 시대 9대 코스튬에 관하여
- 탈퇴하면서 이제 그만의 독창적 무대의상 시대는 끝난 거다.
https://www.musicalbrick.com/top-9-peter-gabriel-costumes-1972-1975/
*animated illustration created by fan artists (side 1)
- Enossification은 20'14"부터 나오는 트랙에서 더 두드러진다.
('The Grand Parade of Lifeless Packaging')
*animated illustration created by fan artists (side 2)
쿼텟이 된 제네시스는 이미 다른 포스팅에서 썼듯이 콜린스가
보컬의 소임을 맡는다. 그는 의외로 잘 해낸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가 스포일러이지만 80~90년대를 주름잡은 가수 아닌가.
네 사람 체제에서는 76년에 A Trick of the Tail 및 Wind
& Wuthering 두 장의 앨범을 냈는데, 사실 두 작품이 퀸텟
시절 제네시스의 잔상을 지우기가 쉽지는 않아서, 여전히
프로그레시브 팝락의 어딘가 복잡미묘한 위치에서 조금씩
새로운 음악의 시대를 향해 변화를 품고 있었다. - 근데 판매
실적은 퀸텟 시대보다 더 좋아졌다는 것이 함정..ㅜ 제네시스
판매고 1억 장은 사실 대개 가브리엘 나간 후에 거둔 거라능.
이 중엔 A Trick of the Tail, Dance on a Volcano, Squonk
같은 트랙들이 프로그레시브 성향을 견지하는 팬덤에서 꾸준히
지지를 받고 있어 들어볼 만하다. Los Endos는 아기자기한 잔
리듬에 강한 콜린스식 드러밍이 폭발하는 또 다른 인기 트랙.
뱅크스가 작곡한 Afterglow는 신비로운 질감의 백킹이 어여쁜
발라드. 시종일관 울려퍼지는 Moog Taurus의 이펙트가 매우
예쁜 소리를 빚어내 팬덤의 지지가 높다.
이외에도 Eleventh Earl of Mar, Entangled, Your Own
Special Way, Mad Man Moon, One for the Vine 등
곡이 팬덤과 평단의 꾸준한 지지를 받았다. 두 장의 앨범을
내고 해킷이 탈퇴하여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이어간다.
사실 그는 원래 솔로였다가 제네시스에 영입된 것이니 본디
독립 의지가 강한 입장이었다. 자존감도 강한 분이시고.
('Dance on a Volcano' by Genesis, 1976)
https://www.youtube.com/watch?v=2JGK6Q8rbRU
('A Trick of the Tail' by Genesis, 1976)
https://www.youtube.com/watch?v=ZXqSEw3H_PI
('Eleventh Earl of Mar' by Genesis, 1976)
https://www.youtube.com/watch?v=vmp6mUlguyQ
('When the Heart Rules the Mind' by GTR, 1986)
('Toe the Line' by GTR, 1986)
https://www.youtube.com/watch?v=uUtZkaMAPLw
제네시스의 라이브 앨범은 크게 네 시기로 나누어 접근하면 된다.
가브리엘 시대 라이브는 유일하게 73년 앨범 Genesis Live에서
들을 수 있고, 쿼텟 시대 라이브는 77년 Seconds Out을 통해
접할 수 있다. 82년 Three Sides Live와 92/93년 The Way
We Walk Vol.I&II는 트리오 시대 라이브이다.
제네시스 재적 중인 75년에 솔로 앨범 Voyage of the Acolyte을
낸 전적이 있는 스티브 해킷은 탈퇴 후엔 철저하게 프로그 장르를
추구하는 예술적 대중 음악을 다룬다. 예스 출신 기타리스트로서
해당 장르에서 쌍벽을 이루는 스티브 하우와 슈퍼그룹 GTR을
결성하여 86년에 셀프 타이틀 앨범을 내기도 했다. 딱히 프로그
성향 앨범은 아니지만 매니아들로부터 각광받은 작품이다. 싱글
히트곡으로 When the Heart Rules the Mind를 배출했다.
트리오 제네시스 멤버들은 되레 과거 프로그 시대 히트 튠에서
거리를 두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70년대 히트 트랙을 공연에서
꾸준히 선보인 사람은 오히려 해킷. 90년대 중반 이후 Genesis
Revisited라는 공연 프로젝트를 통해 게스트 멤버를 규합하여
프로그 시대 제네시스 음악을 무대에서 꾸준히 재현해오고 있다.
*Firth of Fifth의 가브리엘 퀸텟 시대 라이브. 74년.
*Firth of Fifth의 Genesis Revisited 공연 라이브. 13년 로열 앨버트 홀.
*The Cinema Show의 Genesis Revisited 공연 라이브. 15년.
*The Cinema Show 후반부의 쿼텟 제네시스 시대 라이브. 76년.
https://www.youtube.com/watch?v=Zhvq0XZGOSE
- Phil Collins와 Bill Bruford가 트윈 드러밍을 보여준다. 오오.
(Seconds Out)
(Voyage of the Acolyte)
(GTR)
(Genesis Revisited, poster)
*'Solsbury Hill'의 03년 Growing Up 투어 공연 모습.
- 03년 라이브 무렵부터 머리를 삭발하고 등장하신다.
(Solsbury Hill, single)
(Games Without Frontiers, single)
피터 가브리엘의 솔로 앨범 초기 네 장은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앨범 타이틀이 없이 네 장 모두 Peter Gabriel로
명명했고 자신의 얼굴을 일부 왜곡시키는 효과를 앨범의
커버 아트로 채택한 것. 보통 팬덤은 1, 2, 3, 4의 숫자를
붙이거나 커버 아트에서 착안하여 Car, Scratch, Melt,
Security로 따로 부른다. 각 77년, 78년, 80년, 82년작.
세밀한 온도차는 있지만 앞의 두 장 앨범은 제네시스 시절
프로그 아티스트 같은 모습이 아직 채 씻기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고, 뒤의 두 장 앨범은 포스트 펑크와 일렉트로닉을
광범위하게 받아 들이면서도 월드뮤직으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변신 과정을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
('Games Without Frontiers' from Peter Gabriel 3/Melt, 1980)
(Peter Gabriel 1) (Car)
77년 Peter Gabriel 1/Car는 밥 에즈린이 프로듀서로서
작업을 마친 작품. 앨리스 쿠퍼의 70년대 성공작 작업물로
유명한 프로듀서이다. 진지하고 명석하지만 뭔가 재미없는
우울함으로 가득해 보이던 가브리엘의 음악적 이미지를
정겹고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히려 애썼다.
결과는 성공. 일생에 걸쳐 가브리엘을 대표하는 싱글 히트곡
Solsbury Hill이 터져 영국 차트 탑20에 들고 미국 차트에도
진입한다. 4분의 7박자에 목가적인 따뜻함을 실은 이 곡은
가브리엘이 제네시스를 떠나며 모든 것을 놓아버려야 했던
경험을 술회한 내용이라고.
스티브 헌터가 유명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를 맡았고 군데군데
기타 프레이징을 킹 크림슨의 로버트 프립이 도왔다. 베이시스트
토니 레빈, 키보디스트 래리 패스트, 드러머 앨런 슈워츠버그 등
향후 가브리엘 밴드의 단골 세션이 모두 참여한 명곡이다.
Down the Dolce Vita 및 Here Comes the Flood에서
오케스트라 파트는 런던 심포니가 초빙되었다.
강렬한 인트로 튠 Moribund the Burgermeister, 싱글로 커트한
Modern Love, 블루스 색이 짙게 배어나오는 Waiting for the
Big One, 헌터의 백킹이 인상적인 Slowburn 역시 매우 인상적인
트랙들로서 공연마다 팬덤이 열광해왔다. 가브리엘 자신은 Here
Comes the Flood의 관현악 편성이 과하다고 여겨, 이후 공연에선
자신이 직접 키보드 백킹을 치는 식으로 이를 대체해왔다. - 그는
기타보다 키보드로 작곡하는 스타일의 뮤지션이며 솜씨도 수준급.
영국 앨범 차트 탑텐 및 골드 인증과 미국 앨범 차트 탑40 등,
기록도 준수했고 솔로 아티스트로서 자리 잡는데 매우 성공적인
발판을 제공한 앨범이다. 클래식, 포크, 블루스, 락앤롤 등 모든
장르의 균형이 골고루 잡힌 수작. 그의 작곡 실력은 출중하다.
('Modern Love' from Peter Gabriel 1/Car, 1977)
('Here Comes the Flood' from Peter Gabriel 1/Car, 1977)
*1979년 TV 라이브 중. 미니멀한 피아노 백킹 버젼이다.
('Moribund the Burgermeister' from Peter Gabriel 1/Car, 1977)
https://www.youtube.com/watch?v=oqkqxvxla4w
('Slowburn' from Peter Gabriel 1/Car, 1977)
https://www.youtube.com/watch?v=VTgYKNZM9KM
('Exposure' from Peter Gabriel 2/Scratch, 1978)
(Peter Gabriel 2) (Scratch)
78년 Peter Gabriel 2/Scratch는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로버트 프립이 프로듀서로 나섰는데 익스페리멘탈 경향이
강한 프립의 에고가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서 여러 모로 좀
과하다는 인상을 준 듯. 가브리엘 자신도 이 점은 인정하는
모양이긴 하나, Frippertronics를 아는 사람은 알듯이 독특한
사운드메이킹 만큼은 인정 안 할 수 없다는 매니아도 많다.
Frippertronics는 프립의 전매특허인 사운드 이펙트 기술로
테이프 루프를 이용하는 방식이고 8번 트랙 Exposure에서
들을 수 있다. On the Air, White Shadow, Perspective
등 트랙에서 프립의 연주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토니 레빈 역시 앨범 전반에 걸쳐 일렉트릭 베이스와 채프먼
스틱을 넘나들며 예의 넘사벽 연주력을 제공한다.
E스트리트 밴드의 저명한 피아니스트 로이 비턴도 참여했다.
다양한 이펙트가 지배하는 모드이다 보니 돋보이지는 않는다.
드럼 제리 마로타, 기타 시드 맥기니스, 색소폰 팀 카펠로가
참여한 첫 앨범이기도 하다. 싱글로 발매된 4분의 5박자 튠
D.I.Y.는 독창적이지만 뭔가 씹어먹는 카리스마가 부족해 차트
진입엔 실패했다. 차라리 On the Air나 Animal Magic을
커트했어야 옳지 않았나 싶은..
음악성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많이 받았고 Indigo 같은 곡에서
보인 실험성은 매니아를 양산했다. 하지만 상업적인 성공이라
평가하기엔 부족했다. 그리하여 가브리엘이 다음 앨범부터
프립의 비중을 줄이기로 작정했다..나... 흠.
(Chapman Stick)
('On the Air' from Peter Gabriel 2/Scratch, 1978)
('D.I.Y.' from Peter Gabriel 2/Scratch, 1978)
('No Self Control' from Peter Gabriel 3/Melt, 1980)
*영국의 인기 TV쇼 Top of the Pops 출연분.
('I Don't Remember' from Peter Gabriel 3/Melt, 1980)
*인트로 리프에 쓰인 악기가 바로 Chapman Stick.
(Peter Gabriel 3) (Melt)
(Rolling Stone Magazine's 100 Best Albums of the 1980s, 1989)
80년 Peter Gabriel 3/Melt로부터 피터 가브리엘이란 세계적
스타가 탄생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Hipgnosis의
전위적인 커버 아트로 유명한 본작은 영미 양국에서 동시에 골드
인증을 받고 영국 차트 탑, 미국 차트 22위에 오른 성공작이다.
롤링 스톤 매거진이 1989년에 선정한 80년대의 100대 명반에도
올랐고 영국 싱글 차트 탑텐에 처음으로 든 히트곡을 배출한다.
- Games Without Frontiers.. 4위까지 올랐다.
가브리엘의 열성팬이라면 라이브에서 숱하게 접했을 명곡들이
이 앨범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Games Without Frontiers,
No Self Control, Biko, I Don't Remember, Intruder,
Family Snapshot 등.. And Through the Wire나 Not
One of Us 같은 곡도 인기가 높다.
Intruder는 필 콜린스가 드럼 세션을 맡으면서 gated reverb란
기술을 도입한 기념비적 트랙. No Self Control은 미니멀리즘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에게 영감을 얻었으며 콜린스, 프립에다
케이트 부쉬까지 세션에 참여한 곡이고. 채프먼 스틱이란 악기가
뭔지 궁금하다면 I Don't Remember의 인트로를 들어보시길.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가 극에 달하던 잔혹한 정세 속에서
77년 9월에 목숨을 잃은 저항 운동가 스티븐 비코를 위해 쓴
진혼곡, Biko는 유럽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아울러
가브리엘이 서서히 아프리카 월드비트에 눈을 뜨고 있음을
입증하는 음악이기도 했다.
가브리엘의 최고 디스코그래피를 논할 때 반드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명반이다. 한 곡 한 곡에 깃든 완성도가 결코 만만치
않다. 이것저것 귀찮을 때 이 앨범부터 가브리엘을 영접해보는
것도 초심자들에겐 괜찮은 선택지일 수 있다.
('Biko' from Peter Gabriel 3/Melt, 1980)
*라이브 아카이브와 87년 영화 Cry Freedom의 장면을 결합.
- 덴젤 워싱턴 주연 이 영화가 스티븐 비코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
('Intruder' from Peter Gabriel 3/Melt, 1980)
*드럼에 Phil Collins. gated reverb 기술로 녹음했다.
('Family Snapshot' from Peter Gabriel 3/Melt, 1980)
https://www.youtube.com/watch?v=XFDgBSk1ghM
('Not One of Us' from Peter Gabriel 3/Melt, 1980)
https://www.youtube.com/watch?v=dbwQ0Wy3ljQ
('San Jacinto' from Peter Gabriel 4/Security, 1982)
*가사는 아메리카 인디언 원주민 공동체의 고통에 관한 것.
('The Family and the Fishing Net' from Peter Gabriel 4/Security, 1982)
https://www.youtube.com/watch?v=obtgGtrpPJM
(Peter Gabriel 4) (Security)
82년 Peter Gabriel 4/Security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포스트
펑크의 색이 짙게 배어나온 앨범인데 관점에 따라서 전작에 비해
더 휼륭하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관행대로 제목 없이 가려 했는데
음반사 쪽에서 하도 불평이 많아서 미국에서만 제목을 붙였다고.
영미 양국에서 골드를 기록하고 영국 차트 탑텐에 든 성공작.
가브리엘 일생의 셋리스트를 채울 명곡들이 여기서도 많이 나온다.
싱글로 커트된 Shock the Monkey 및 I Have the Touch는 그
대표작. 오랜만에 메이크업하고 뮤직 비디오를 찍은 Shock the
Monkey는 질투와 욕망 같은 심리를 풍자적으로 풀어내 최초로
핫100 차트 탑30에 든 수작이다. - 메인스트림 락 차트에선 1위.
Fairlight CMI 등 샘플러를 십분 활용하며 리듬 시퀀싱에 관한
레시피가 더 맛있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월드비트 장르나
아프리카계 전통 음악에서 받아온 영향이 곳곳에 드러났다. 토니
레빈, 제리 마로타, 래리 패스트 등 호흡을 맞춰온 세션들이 힘을
더하고 기타리스트 데이빗 로즈가 새롭게 가담하였다.
The Rhythm of the Heat, San Jacinto, The Family and
the Fishing Net, Wallflower 등에서 세계의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삶과 이야기에 폭넓은 이해와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월드뮤직 음악가로서의 현신이 바로 이 시기부터 시작한 것.
본작의 공동 프로듀서인 데이빗 로드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난봉꾼 같은 인물. 가브리엘의 첫 아내 질과 불륜을 저질러 피터로
하여금 오랜 시간 정신과 치료에 매달리도록 했으며, 최근에는 아예
대놓고 매춘업소를 운영하다가 적발되었다고. 맙소사.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3284933/Music-producer-ran-brothel-550-000-home-Bath.html
('Shock the Monkey' from Peter Gabriel 4/Security, 1982)
*그는 동시대 Genesis나 Phil Collins보다 영상 메세지에 능숙했다.
('I Have the Touch' from Peter Gabriel 4/Security, 1982)
*영상은 오리지널 뮤비는 아닌 듯하고 방송사에서 제작한 판본으로 추정.
('Wallflower' from Peter Gabriel 4/Security, 1982)
https://www.youtube.com/watch?v=YeI-FtSayS4
(Fairlight CMI)
*Peter Gabriel on South Bank Show, 1982 UK
https://www.youtube.com/watch?v=scmYG1Pv1_Q&t
- 16분경부터 Fairlight CMI의 샘플링 기능을 설명
(Rockpalast 1978, poster)
아마도 보컬리스트로서 능력만 따져본다면 77~85년 시기가
가브리엘의 절정이 아니었을까 싶어 개인적으론 이 시간대의
라이브를 가장 좋아한다. 2/Scratch와 3/Melt 사이 78~80년
투어는 독일에서 열린 Rockpalast 공연 실황이 가장 상태가
좋은 것 같다. 레빈, 맥기니스, 카펠로, 마로타, 패스트의 다섯
세션들 실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Rockpalast TV performance in 1978 (Essen, Germany)
https://www.youtube.com/watch?v=amxDkP_0gxs&t=
https://www.genesisfan.net/peter-gabriel/articles-2017/peter-gabriel-rockpalast-tv-performance-1978
(Six of the Best, poster)
80년 3/Melt 이후 줄곧 그의 관심은 월드뮤직에 있었다.
오늘날 이 장르에 대한 현대적 정의는 각국 민족이 가진
고유한 전통 음악(우리로 치면 국악)을 뜻하지만 당시 유럽
사회에선 아프리칸 월드비트에 국한하여 해석했다. 80년에
페스티벌인 WOMAD를 출범시켰는데 빚더미에 앉아야
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네시스 다섯 멤버와 다시 뭉쳐
Six of the Best란 콘서트로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Solsbury Hill' from Six of the Best bootleg archives, 1982)
https://www.youtube.com/watch?v=4rxSDBzFRU0
*1982년 10월 2일. 마이크 러더포드의 생일이기도 했다.
(Plays Live)
83년엔 첫 라이브 앨범 Plays Live를 냈는데 4/Security
및 3/Melt의 트랙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82년 투어
아카이브를 발췌한 거고 성대가 가장 팔팔할 때 활동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아쉽게도 동영상은 없다. 여기서 기타
세션은 데이빗 로즈로 바뀌었다.
*full tracks from Plays Live, 1983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Up2NMQv0VIex_dG6paxzUjH8eTui4naa
(Birdy)
84년 연말엔 앨런 파커 감독의 영화 Birdy가 개봉하고 OST
앨범을 가브리엘이 만들어 발표하는데 새로운 트랙들과 기존
발표곡의 변주를 혼합하여 각광받았다. Family Snapshot,
Not One of Us, The Rhythm of the Heat, Wallflower,
San Jacinto 등 분위기가 유사한 곡들을 엄선한 작업이었다.
('Under Lock and Key' from Birdy, 1985)
https://www.youtube.com/watch?v=h7E-tnn_uOs
*잘 들어보면 4/Security의 트랙 Wallflower와 같은 곡임.
('Red Rain' from So, 1986)
(So)
이때까지 피터 가브리엘이 받은 상업적 성공과 언론의 평가가
그리 박하진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초대형 스타라고 부르기엔
왠지 뭔가 한 방이 부족했다. 물론 본인이야 그런 성공에 목말라
하는 속물도 아니었지만. 그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을 향해 묵묵히 길을 걷던 그 와중에,
그의 커리어 최정점의 순간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86년작 앨범 So. 롤링 스톤 매거진 선정 시대를 초월한 500대
명반 랭킹에서 당당하게 187위를 차지한 80년대 최고의 명반.
물론 전술한 80년대의 100대 명반 랭킹에서도 무려 14위에
올랐다. - 3/Melt는 46위. 드디어 이 작품 얘기를.. 와 신난다..
(Rolling Stone Magazine's 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
(Rolling Stone Magazine's 100 Best Albums of the 1980s)
77년부터 90년대 초반까지 1~6집을 발매하면서 홀수 순번
앨범은 다소 상업적으로, 짝수는 다소 개인적인 예술성으로
프로듀싱해온 편이었는데, So는 자신만의 독창성을 상업적
흐름에 최적화하여 균형을 잡을 줄 아는 그의 천재성이 일체
여지를 두지 않고 남김없이 발현한 결실이었다. 아프리카와
브라질 전통 음악의 배경이 살아 숨쉬고 있어 월드뮤직의
창작으로 한창 물이 올라 있음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Birdy에서 한 번 가브리엘과 함께 했고 이후 브라이언 이노와
U2의 앨범을 프로듀싱할 운명이던 대니얼 라누아가 공동으로
프로듀싱을 맡았다. 베이스 레빈, 기타 로즈, 드럼 마로타가
여전히 참여했고 본작부터 드러머 마뉘 캇셰가 세션 조력을
시작했다. 일부 곡의 하이해트를 스튜어트 코플랜드가 쳤고
브라스 섹션은 60년대 소울의 시대부터 경력을 일궈온
트럼페터 웨인 잭슨을 중심으로 사운드를 만들었다.
*86년경 So Tour 중.
완벽하게 대중적인 섹드립 노래 Sledgehammer는 그의 경력
전체를 대표하는 초대박 싱글이다. 그에게 유일하게 핫100 차트
탑이란 기록을 선사했고 영국 싱글 차트는 4위까지 오른다. 올해의
노래 및 올해의 레코드를 포함하여 최초의 그래미 후보로서 영예를
누린다. 진짜 압권은 클레이메이션과 스톱모션을 아방가르드하게
혼합한 뮤직 비디오.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이 작품으로
MTV 어워드 9개 부문에서 수상했는데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라네. - 가사는 제플린의 레몬송처럼 남녀간 정사 이야기.
케이트 부쉬가 피처링을 담당한 Don't Give Up.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발라드이다. 직접 시퀀싱한 리듬 패턴에
삶의 고단함에 지친 남녀가 서로를 위로하는 가사를 쌓아올렸다.
신자유주의의 미친 정책을 앞장세운 대처리즘 시대, 만연하던
살인적인 실업률과 빈부 격차를 정면으로 비판하기 위해 쓴 가사.
가브리엘과 부쉬가 부둥켜 안고 피를 토하듯이 목놓아 연기한
뮤비도 꽤 화제를 모았다. 꼭 동영상으로 감상해 보시라.
('Don't Give Up' from So, 1986)
*가사를 몰라서 에로틱하게 해석하는 무식자들 많았다. 그러지 말자.
가브리엘 최고의 연가로 꼽히는 In Your Eyes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내용. 세네갈 출신
월드뮤직 보컬리스트 유수 은두르가 코다 파트를 장식하여
화제를 모았다. 80년대 여피족들의 물질 만능주의를 풍자한
Big Time은 그가 제임스 브라운이나 오티스 레딩의 funk
soul 장르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신스 베이스로
시퀀싱한 베이스라인이 압권인데 라이브에서 재현하기 힘든
난이도로 악명이 높은 나머지, 공연에서 듣기가 어렵다고.
코플랜드가 인트로 연주에 참가한 Red Rain은 팬덤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서 가브리엘이 꿈에서 본 환상을 엮은 이야기.
많은 평론가가 핵전쟁 및 에이즈에의 대중적 공포가 일반화한
80년대 사회상을 읽어내려 애썼다. 그가 직접 Fairlight CMI로
시퀀싱한 이외 모든 트랙도 결코 만만치 않음은 물론. 한 곡 한
곡에 풍부한 스토리와 창의성을 품고 있어 버릴 곡이 없는 또
하나의 명반이다.
미국 앨범 차트 2위를 비롯하여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6개국
앨범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메가히트 싱글 Sledgehammer를
포함하여 Big Time이 미국에서, Don't Give Up이 유럽에서
연이어 폭발하며 상업적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호시절이었다.
슬레지해머는 하필 제네시스의 Invisible Touch를 밀어내고
핫100 탑에 올라 호사가들 신나게 만들었다. - 걍 우연이라고,
이 사람들아. -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유일한 미국 시장 멀티
플래티넘 앨범이 본작이다.
('Big Time' from So, 1986)
('In Your Eyes' from So, 1986)
('Mercy Street' from So, 1986)
https://www.youtube.com/watch?v=Ej6NGrZ0iUM
*영국의 시인 앤 섹스튼을 기린 내용. 브라질 전통 음악을 결합했다.
('That Voice Again' from So, 1986)
https://www.youtube.com/watch?v=aukeZxt-FDM
*종교적 양심과 마음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관한 성찰적 내용이다.
(Passion)
86년 앨범 발매 후 So Tour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이후
리얼월드 레코드라는 자체 레이블을 설립한다. 본격적으로
월드뮤직을 탐구하겠다는 뜻이며 이 회사는 현재까지도 그와
관련한 모든 콘텐츠를 공급할 책임을 갖는다. 이 시기 그는
WOMAD의 운영 책임은 내려놓고 고문으로 물러난 상황.
88년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문제작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에
OST 작업으로 참여한다. 이듬해에 리얼월드를 통해 더 세심하게
다듬은 사운드트랙을 앨범 발매했는데 그때까지 서구 팝음악계가
한 번도 조명한 적 없던 제3세계 전통 음률을 고결하게 빚어낸
월드뮤직 명반이었다. 결국 이 작업의 결과로 90년에 생애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하게 된다. 골든 글로브 후보에도 오르고.
('Zaar' from Passion, 1989)
https://www.youtube.com/watch?v=zk1jHVkLEZs&index=9&t=0s&list=PLAC5905D15E1BB425
*오늘날엔 오히려 보편적인 음률. 이 시기부터 그가 개척한 결과이다.
(Shaking the Tree)
90년엔 첫 공식 컴필레이션 앨범 Shaking the Tree: Sixteen
Golden Greats를 발매한다. 정규 음반이 아님에도 판매량이
의외로 쏠쏠하여 영미 양국에서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한다. 첫
컴필레이션이니 개업빨이 먹힌 듯.
1/Car, 3/Melt, 4/Security, So, Passion 등 2/Scratch와
Birdy를 제외하고 그때까지 모든 솔로 앨범의 트랙을 총망라하여
팬덤이 반응할 만하다. 타이틀을 제공한 Shaking the Tree는
유수 은두르의 원곡을 조금 바꾼 것. 1/Car에서 뽑은 Here Comes
the Flood는 과한 편성을 톤다운하여 재녹음한 버젼이라능.
('Shaking the Tree' from eponymous album, 1990)
https://www.youtube.com/watch?v=jDsr54YBmdk
('Blood of Eden' from Us, 1992)
(Us)
92년에 그는 6집 Us를 발매한다. 실패한 첫번째 결혼, 소원해진
첫딸과의 관계 등, 개인적인 주제에 더 천착한 결과물이었다. 영미
앨범 차트 각 2위에 오르고 미국 시장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하지만
전작만큼 대박은 아닌...
메인스트림 락 차트 탑에 오른 첫 싱글 Digging in the Dirt는
아내의 불륜 때문에 숱하게 받은 심리치료 이야기. 미국 싱글 차트
탑40에 오른 Steam은 슬레지해머의 방법론을 계승했고 컴퓨터
그래픽과 외설적인 콜라주를 앞세운 예술적 뮤직 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다. 시네이드 오코너가 케이트 부쉬처럼 피처링을 맡은
Blood of Eden의 뮤비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Digging in the Dirt' from Us, 1992)
('Steam' from Us, 1992)
*노골적이진 않지만 정사를 암시한 표현이 많아 미성년자는 주의하기 바란다.
('Kiss That Frog' from Us, 1992)
https://www.youtube.com/watch?v=S4Ah2dxTcWw
*개구리 왕자 동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야기.
('Secret World' from Us, 1992)
https://www.youtube.com/watch?v=amoyq8FRurg
*앨범 발매 직후 투어의 타이틀로 사용된 트랙.
('Come Talk to Me' from Us, 1992)
https://www.youtube.com/watch?v=cnC5RMkkd7M
*Sinead O'Connor가 피처링을 맡았다.
*앨범의 제작 배경을 직접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미성년자 주의.
https://www.youtube.com/watch?v=Cs7lxCG_sug
- 실은 앨범 커버 촬영 장면에 전라의 모델이 등장한다.
(Revisited)
첫 컴필레이션에서 제외시킨 2/Scratch와 1/Car의 대표 트랙을
묶어서 92년엔 Peter Gabriel Revisited란 독특한 컴필레이션
앨범을 낸다. 1집서 7곡, 2집서 8곡을 발췌한 버젼인지라 정규
음반을 이미 갖고 있는 팬에겐 거의 쓸모없는 앨범이긴 하다. 단,
초기 앨범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에겐 꽤 좋은 선택지이니 참고..
*Steam의 라이브로는 역대 최고라고 소문난 Secret World Tour 중.
**Tony Levin, David Rhodes, Manu Katche, Paula Cole.. 아름다운 조합.
(Secret World Live)
94년엔 두번째 라이브 앨범 Secret World Live를 발매한다.
So 및 Us 앨범 트랙을 중심으로만 편집되어 평단의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사실 90년대 초중반이 가브리엘 라이브 보컬
능력의 최전성기였다는 팬덤의 평이 많아서 진정한 가브리엘
무대를 즐기려면 이 앨범이 필수라고 한다.
이 라이브와 투어에는 97년 스타덤에 오르기 전 폴라 콜이
백킹 보컬로 참여하여 엄청난 노래를 들려줬다. 그는 98년에
무려 그래미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할 운명의 실력자시거든.
마뉘 캇셰의 드러밍도 팬덤의 극찬을 받았다.
('Where Have All the Cowboys Gone' by Paula Cole, 1997)
https://www.youtube.com/watch?v=JPR108kwNo4
*Secret World Tour 중에 부른 Don't Give Up.
(OVO)
1999년 12월 31일 뉴밀레니엄을 맞이할 마지막 밤에 영국에서
매우 뜻깊은 이벤트가 있었다. 런던 동부 그리니치 강둑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컨벤션 건축물 밀레니엄 돔이 이날 개장했는데
미래를 바라보는 영국의 발전을 상징하기 위해 내노라 하는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개장 기념 초대형 콘서트를 열었고 그 사운드트랙을 당대
영국 최고의 대중 음악가 피터 가브리엘에게 위촉한 것이다.
여기에 사용된 사운드트랙이 2000년에 OVO란 앨범으로 발매된다.
순수한 예술성보다 선전 목적의 음악임을 감안하더라도 당대 첨단의
공연 기술을 추구한 가브리엘 사단의 창의성을 남김없이 확인할 수
있다. 인생 말년의 아버지 랄프 파튼 가브리엘과의 관계를 담담하게
술회한 Father Son이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곡 뮤비를 첫딸
애나 마리 가브리엘이 연출하는 등, 이 무렵부터 가브리엘 사단이
본격 가족형 창작 집단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Father Son' from OVO, 2000)
https://www.youtube.com/watch?v=EQH6qu2pHT8
- 뮤비 감독이 Anna-Marie Gabriel.
('More Than This' from Up, 2002)
(Up)
5~7집은 각각 So, Us, Up.. 알파벳 두 글자로 된 심플한
타이틀로 유명하다. 02년 Up 앨범은 가브리엘에게 있어
실질적으로 마지막 창작 음반이라고 한다. 10년 Scratch
My Back 및 11년 New Blood가 다른 가수 및 자신의
곡을 커버한 작품에 그치기 때문이다.
황혼을 바라보는 커리어인 만큼 예전만큼 상업적 성과가
시원시원하진 못했다만. The Barry Williams Show
및 More Than This 등 커트한 싱글을 통해 이제 원숙한
단계로 접어드는 백전노장의 내공을 느낄 수도 있다.
('The Barry Williams Show' from Up, 2002)
*00년 넘어서면서 그는 삭발 스타일로 등장하신다. 나이도 드셨고.
- 시청률만 높은 자극적인 TV프로 까는 내용. Sean Penn 연출.
('Growing Up' from Up, 2002)
https://www.youtube.com/watch?v=tn2VPj1R76U
(Hit)
03년 컴필레이션 앨범 Hit는 80~90년대 트랙에 중점을 둔
구성이다. 아쉽게도 초창기 명곡들은 빠져 있지만 대중적
스타가 된 가브리엘에만 관심을 두고자 하는 팬은 가볍게
스타터로 고려해볼 만하다. 영국에서 골드를 기록했다.
(Scratch My Back)
(New Blood)
아직 은퇴하신 분도 아니고 여전히 경력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아티스트 피터 가브리엘.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긴 경력 중 제네시스 챕터는 고작 몇 년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 짧은 시간에 찰나처럼 얽힌 관계를 죽은 아들 뭐
만지듯이 붙잡고 늘어지는 추한 팬덤에 동참하지 마시길.
마이클 잭슨 같은 초대형 팝스타가 아닐진 몰라도 또 다른
관점에서 음악사를 해체해보면 그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를
독창적 위상을 가진 뮤지션임에 틀림없는 분이다. 한국에서
잘 아는 사람도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만, 모모 사이트들에
사실을 왜곡해 휘갈겨 기록된 쓰레기 정보 정도는 최소한
정확하게 바로잡고 이해를 새롭게 할 줄 아는 성숙한
네티즌이 되었으면 한다. 모르면 쓰지를 말라고 제발.
- 백킹 보컬에 차녀 Melanie Gabriel이 참여했다.
*Sinead O'Connor와 함께 부른 Don't Give Up. 90년.
피터 가브리엘의 장구한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본 블로거는
특히 리듬 패턴이나 다이나믹스를 맛깔나게 어레인지한
트랙들을 좋아라 하는 편이다. So의 Big Time이 이런
계열의 대표곡인데 Us의 Steam도 역시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4/Security의 숨은 보석으로서 프린스의 1999
및 필 콜린스의 Sussudio를 연상케 하는 Kiss of Life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 곡 중 가장 먼저 나온
것이 이 곡이다.) 마지막으로 강력하게 추천을 때리며 이번
포스팅을 마치련다. 특별히 이번 편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싶다. 이 나라에 결코 흔치 않은 PG 열성 팬인지라..
('Kiss of Life' from Peter Gabriel 4/Security, 1982)
*Kiss of Life의 82년경 라이브.
*Big Time의 87년 필라델피아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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