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더우먼의 어머니 이야기...
위키피디아에서 발췌하여 히폴리타에 대해 알아본다.
(1)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폴리타...
(2)는 DC 세계에 등장하는 히폴리타...
신화에서 비롯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신화 버젼과 코믹스 버젼의 스토리가 각각 별개이다.
둘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점도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 속의 히폴리타
히폴리타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인데
테세우스의 이야기와 헤라클레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느 쪽으로 읽든지간에 히폴리타에게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양쪽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인데 이것부터 이해해야 한다.
영어로는 Labors of Hercules라고 한다.
헤라클레스가 12과업의 고행에 나선 배경은 확실치 않은데
제우스의 서자인 그를 본처 헤라가 시기하여 헤라클레스가
그의 아내와 자식을 죽이게끔 만들었고 이에 죄책감을 씻기 위해
불가능한 임무를 부여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통설이다.
신화적으로야 그렇지만 실제 역사에서 헤라클레스는
강인한 해상 왕국을 건설한 그리스인들의 상징적 인물로 대표되므로
12개의 고행 자체가 그리스인들이 주변 세계를 정복해 나간 역사를
풍유적으로 시사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사견이다...
말이 '정복'이지 정복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복은 침략이다.
때로는 약탈이나 노략질과 유사한 형태로 현실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스인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주변 국가의 이민족을 제압하는 과정을 미화시키고 자국의 우수성을
문화의 잔재에 남기려는 의도에서 이런 신화를 창조했다고 생각한다.
본 블로거는...
일반적인 순서에 따른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다음과 같다.
a. 네메아 숲속의 사자를 죽일 것 Slay the Nemean Lion
b. 레르나 늪의 머리 아홉 달린 물뱀을 죽일 것 Slay the 9-headed Lernaean Hydra
c. 아르테미스 여신의 황금 암사슴을 잡아올 것 Capture the Golden Hind of Artemis
d. 에리만토스 산의 멧돼지를 잡아올 것 Capture the Erymanthian Boar
e. 아우게이아스 왕의 마굿간을 하루만에 청소할 것 Clean the Augean Stable
f. 스팀팔로스의 새떼를 없애버릴 것 Slay the Stymphalian Birds
g. 크레타 섬의 미친 황소를 잡아올 것 Capture the Cretan Bull
h. 디오메데스의 식인마를 훔쳐올 것 Steal the Mares of Diomedes
i.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얻어낼 것 Obtain the Girdle of the Amazon Queen
j. 괴인 게리온의 소를 얻어낼 것 Obtain the Cattle of the Monster Geryon
k. 헤스페리데스 나라의 사과를 훔쳐올 것 Steal the Apples of the Hesperides
l. 저승의 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를 잡아올 것 Capture Cerberus
이 중 아홉번째의 과업에 히폴리타가 등장한다.
히폴리타는 아마존의 여왕이었으며 처음엔 헤라클레스의 방문을 반겼다고 한다.
위의 과업명에 보면 'slay', 'capture', 'obtain' 등 사용한 동사가 모두 다른데
obtain으로 제시한 과업은 평화적인 방법의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에 서로 다른 국가 및 이민족 사이에 뭔가를 평화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은
외교술 뿐이었다. 외교술이 통하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가 호의적이기 때문에 헤라클레스가 싸울 필요가 없었지만
이를 헤라가 시기하였고 인간의 모습을 한 헤라가 아마존 부족 사이에
'헤라클레스가 여왕을 잡으러 왔다'는 헛소문을 퍼뜨린다.
이에 격분한 호전적인 아마존 여전사들이 여왕을 지키기 위해 달려왔는데
헤라클레스는 이를 히폴리타가 지시한 군사 행동으로 간주하였다.
그래서 히폴리타를 죽이고 허리띠를 빼앗아 달아났다는 것...
히폴리타 및 헤라클레스에 얽힌 신화의 내용이다.
히폴리타의 여동생인 안티오페에 대한 내용도 있다.
헤라클레스는 12과업을 수행하면서 동료와 짝을 이루기도 하였는데
그 중 한 명이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였다.
아마존에 헤라클레스를 따라 넘어온 테세우스는
히폴리타의 여동생 안티오페를 납치하였고 그리스에 데려와 아이를 낳았다 한다.
이에 또 격분한 아마존과 그리스는 한 차례 전쟁에 휩싸였으나 아마존은 패퇴했고
그 와중에서 안티오페가 사망했다는 버젼의 신화도 존재한다...
뭥미...ㅠ
읽고 나서도 뭔가 석연치가 않... 지 않은가?
전설적이라고 하는 아마존 종족의 모습이 지나치게
굴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최강이라고 전해지는 아마존 여전사의 여왕이라는 사람이
석연치 않은 군사 행동의 와중에 살해된다는 내용이 참 굴욕적이고...
이른바 그리스의 신격화된 영웅이라는 사람들이 타지에 와서 하는 일이
고작 노략질에 납치강간 정도라니...
그렇다. 이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아직 미개한 문명국에 불과했던 고대 그리스의 방약무인한
이민족 침략사의 미화 버젼에 불과한 것이다.
이민족은 무조건 호전적이고 오랑캐스러울 것 같지만...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봐도 그러한데, 오랑캐로 표현되는
이민족이 오히려 평화롭고 덜 호전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 신화에 이민족으로 등장하는 아마존 종족의 근거지가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아니면 모로코 부근으로 추정된다 하니...
앞서 포스트하기도 했지만 그리스 신화가 코카서스 인종이 아닌
타인종에 대한 철저한 왜곡과 편견으로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야기 하나를 봐도 알 수 있다고 하겠다.
다소 굴욕적이기는 하지만
그리스 신화 속에서 왜곡시킨 히폴리타는 대략 이러하다.
DC 세계 속의 히폴리타
DC세계에서 작가들은 헤라클레스에 얽힌 히폴리타의 굴욕을
모른 채 하지 않은 채 약간 변형하여 차용해 왔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이민족에 대한 배타적 성격이 숨어 있지만
가족을 몰살한 헤라클레스 개인의 고뇌가 함께 서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DC의 작가들은 헤라클레스에게 단순히 폭력적인 성향만 부여하여
일체의 개인적인 고뇌와 번민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더우먼 세계의 숙적인 아레스에게 조종되는 전쟁광 정도로 묘사해 왔다.
헤라클레스가 아마존에 온 목적은 히폴리타의 허리띠를 빼앗기 위해서였고
이는 신화와 같지만, 빼앗는 과정에서 히폴리타를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강간하는
이미지를 연출하여 신화보다 훨씬 사악함이 배가된 캐릭터로 변모하였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터...
또한 DC의 헤라클레스는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보다 교활한 인물이었다.
히폴리타를 속이기 이해 헤라클레스와 그의 장군 테세우스는 아마존 여성들을
대접할 와인을 들여왔고, 와인 속의 약에 취한 여인들은 그리스 남성들의
폭력과 강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가 이민족이기는 하지만 아마존의 전투력에
다소나마 두려움을 가진 데에 비하면, DC의 배경설화는 인종간의 반목이
훨씬 더 심화된 상태로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DC의 신화에서는 인종간 이질성 뿐만 아니라 성별간 대립 구도를
심화하고자 하기 위해서도 상당히 고심한 면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남성적 폭력의 신인 아레스가 헤라클레스를 사주하고 다시 이 노선이
테세우스에게 이어지는 지극히 마초적인 연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의 히폴리타가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 데에 반해
DC 신화 속의 히폴리타는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부활한다.
그리스인들을 죽이지 않는 대신 허리띠를 돌려 받기로 한 것..
그러나 격분한 아마존 여전사들은 남성들을 공격하고
이는 아테나의 격노를 산다.
이 때 히폴리타의 여동생 안티오페는 정확하게 히폴리타의
대척점에 놓인 캐릭터로서 등장하는데...
아테나 여신의 가르침에 복종하고자 하는 히폴리타와 달리
안티오페는 평화의 미명 하에 정의를 버린다면서
아테나 여신을 거부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안티오페는 자신이 갖고 있던 허리띠를 언니에게 넘겨주고
아마존 여전사 반을 데리고 테미스키라를 떠난다.
그리스로 넘어가 남성들과 결전을 벌이고 다른 허리띠를 찾아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런 결단으로 인해 안티오페 계열 종족들은 이 순간부터
신성의 도움을 잃어 버리고 종족 번식을 위해서도 결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DC의 배경설화는 아마존 종족 일파의 두 가지 상반된 노선을 보여준다.
정의를 희생하며 평화를 주창하는 히폴리타 파와
전쟁을 불사하고 정의를 찾겠다는 안티오페 파의 두 가지 노선인 것이다.
이후 DC의 세계는 히폴리타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발전해 왔으며
안티오페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간간히 등장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 인종적인 이질감의 벽이라면..
DC의 신화는 극단적인 성 대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겠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는 둘 다 여러 가지 한계를 갖고 있는
관점이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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